《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 브런치 에디션을 마치며
《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 브런치 에디션을 써보기로 한 건, 뭐랄까, 작은 샛길 같은 것이었습니다. 독립출판으로 호기롭게(라기엔 소박한 부수였지만) 책을 내놓고, 지인들에게 왕성한 판매를 하며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 몇 곳에 입고를 했고, 물량을 전체 소진하기에 이르렀으나 2쇄를 앞두고 굵직하게 싸워댔던 탓에 쉽사리 2쇄로 넘어가지지를 않았던 것이죠.
그렇다고 1쇄만으로, 고작 100부만 내놓고 끝내기에는 좀 아까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쓰는 데 굉장히 공功이 많이 들어갔고 ― 직장인이 퇴근 이후를 털어 무언갈 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노동력과 열심이 아니면 안 되는 것 아시죠 ― 돈 벌자고 낸 건 아니지만 손이 간 것에 비해 거둔 것이 너무 없나 싶기도 했거든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우울함에 푹 빠져 지내던 올봄과 초여름을 지나면서, 더 이상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직장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사 바깥에서 뭔가 조그만 것이라도 이뤄내고 성취감을 조금씩 주우며 무너진 자아를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브런치 작가 신청은 그렇게 브런치에 가입한 지 3년이 되어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단번에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던 내 자아를 브런치에서나마 수용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이 작가 신청이 뭐라고- 그날은 참, 헛헛했던 마음이 모처럼 뽀송뽀송하게 부풀어 올랐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새로 무언가 이야기를 써내자니 써볼 것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도 무언가 계속 꾸준히 업로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게 된 것이 바로 이 《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 원고였습니다. 독립출판물로 책을 내놓고도 다시 꺼내볼 때마다 아쉬운 ― 주술 호응이 안 되는 문장이라든가 자잘한 오타라든가 하는 ― 부분이 많이 보이기도 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브런치 에디션을 통해서라면 가다듬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정과 저장, 발행이 자유로운 플랫폼이니 그것은 생각이 아닌 사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을 묵혀 놓았던, 책으로 나온 뒤 좀처럼 손댈 일이 없었던 워드 파일을 다시 꺼내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조회수가 오르고, 구독자가 생기고, 가끔은 다음 메인이나 카카오톡 #뉴스 탭에 걸리기도 하면서 어떤 날은 조회수가 생각지 못하게 많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짱구 잠옷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다음 메인과 카카오톡 #뉴스 탭에 모두 오르며《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 역대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글이 되었고, 뜻밖의 악플(?)도 여럿 달리며 세상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은 곳임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었지요.
유독 유입과 조회수, 구독자 증감의 로직을 예견하기 어려운 플랫폼인 이 브런치에서, 7월 말부터 10월 말이 될 때까지 3개월간 브런치 에디션을 연재하며 그렇게 허물어져 침수됐던 자아를 다시 길어 올리고, 수면 위에서 숨도 좀 쉬어보고, 바깥 구경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 기준 5만여 건의 조회수를 만들어 주신, 《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를 지나쳐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에디션을 쓰는 중에 신기한 일도 조금 있었습니다. 임우유라는 필명을 그대로 걸어 사용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어떤 분께서 DM을 보내주셨던 일인데요. 여자친구분과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너무 많이 싸워 파혼에 이를 지경이라 제 책을 읽어보고 여자친구분과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메시지를 보내신 거였어요. 어딜 봐도 책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 어떻게 구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한참 동안을 판매와는 거리가 멀었던, 심지어 온라인/오프라인 어느 곳에도 남은 재고 없이 지인들에게 미처 나눠주지 못한 두어 권만 집에 보관 중이었던 제 책을 말이에요.
아직은 따뜻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가을의 초입 어느 낮에 메시지를 보내주셨던 그 분과 회사 근처에서 얼떨떨하게 만나 직거래로 책을 직접 건네드리며 마지막 남아있던 책을 그분께 보내드렸습니다. 제 책 덕분은 아니겠지만 다행히 여자친구분과도 잘 풀고 책은 여자친구분께서 먼저 읽어보기로 하셨다는 후문을 전해 받으며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운 기록들만 모아 놨다고 생각했던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낀 사람의 이상하고도 좋은 기분.
여담이지만 어떤 지인은 제 책을 보고 정말 노골적이고 솔직한 내용들을 많이 담아 놓았던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평하기도 했거든요. 이건 정말 심한 내용들은 걷어낸 것이었는데 말이에요. 흠흠.
뜬금없지만 문득 브런치 에디션을 마치며 뭔가 통계를 내보고 싶어졌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화 호떡은 책에, 브런치 에디션에도 싣지 못할 만큼 많은 횟수를 싸워 왔는데요. 수많은 싸움 중 책에 실을 만큼 대단했던 싸움들은 어떤 요일에 많이 일어났을까 뒤적여보니 놀랍게도 토요일이 6회로 35%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수요일, 그다음은 금요일, 그 다음은 월요일과 목요일이 총 2회로 12%의 지분을 갖고 있더군요. 아주 많이 싸웠지만 어쩐지 화요일과 일요일만은 저희를 피해 갔었던 모양입니다.
많은 부스러기를 걷어내고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브런치 에디션으로 연재했던 《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는, 브런치 에디션에만 있던 내용들, 책으로만 남겨져 있던 내용들을 잘 버무려서 다시 독립출판으로 2쇄를 낼 예정입니다. 지금의 제 마음이 많이 변하지 않는다면요. 능력 있는 디자이너 지인에게 받았던 표지 초안도 살릴 겸, 미완의 기록을 조금이나마 완성도 있게 남기고 싶은 욕심 풀이 겸.
100일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모자라고 미성숙한 저와 저의 반려인 호떡의 아주 치열했던, 결혼 전과 결혼 직후 3년간 싸움의 여정을 함께 해주신 분들께 이 화면을 빌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어느 곳에선가 저의 책을 만난다면 반갑게 맞아주세요. 책이 아닌 브런치 에디션은 이곳에 브런치북으로 잘 남겨둘 테니, 사랑하는 이와의 싸움에 지치실 때 ‘나보다 심한 쟤네들’이 있었음을 반갑게 상기하는 기록물로 삼아주신다면 그것으로도 ‘너이생’은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구구절절한 저의 소회 털어놓기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으니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함께해주신 분들의 가정과 사랑으로 이룬 모든 관계들에 평온과 안온함이 잔뜩 깃들기를 기원하며.
― 2020년 10월, 임우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