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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우유 Aug 01. 2020

《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를 펴내며…

아직은 생각에 그쳐서 다행인 그것

Prologue



 〈너와 이혼까지 생각했어〉는 지난한 우리 부부의 싸움을 총망라한 (으로, 지난해 독립출판으로 적게 발간해냈던)이다.  인생  책이 이런 내용이  줄은 나도 몰랐는데, 책을 쓰려다 보니 내가 가장 쉽게   있는 글이 우리 부부의 싸움록이었다!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혹자는 ‘둘이 똑같다(조금 억울함)거나, 혹자는 ‘네가  살이라도  많은데  져줘라(그러기 싫음)라거나 ‘지겹지도 않니?’라는 힐난을 종종 받기도 하지만- 싸움 자체가 제어가 되기라도 했다면 나도 피곤해서 이렇게까지는 많이  싸웠을 것이다. 스스로도 정말 지겹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가끔은  우리 부부는 이토록 성숙하지 못하여 매번 모든 일을  싸워야만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이 들곤 하는데 성숙한 인간이었다면 서로를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미성숙한 서로에게 끌린 서로의 탓이려니,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모두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TMI지만 나와 앞으로도  책에서 질리도록 등장할 호떡(남편이다)과는 2008 대학 입학  만나 2010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6년의 연애 끝에 2016 결혼에 성사했다. 결혼을 결심한 것은 2015 여름, 내가 결혼하자고 프로포즈한  2015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책에서 등장하는 싸움들은 프로포즈 이후의 시점으로 한정한 싸움들이다.  이유는 그때부터의 기록이 데이터로 비교적 분명히 남아있기 때문이고, 그전부터 싸운 것까지  합하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너무도 숱하게 싸워 어떤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나를 위해 스마트폰이 고생을  해줬다. 2015 12 경부터의 모든 대화를  번도 날리지 않고 저장한 저장 강박증이 있는 나에게 일단 칭찬을   해주겠다. 잘했어. 이렇게 꾸역꾸역 저장해서 얻다 쓰나 했는데 싸움록 정리에 이렇게 쓰일 줄이야! 참고로 모든 싸움이 메신저에  남아있지는 않아서 내가 모든 싸움의 기록을  길어 올리진 못했다. 이를 테면 싸우다 화가 나서 얼굴도 보기 싫어져서는 용산에 있는  친구 집에서 잤던 일이라든가, 비슷한 이유로 부모님이 집을 비우신 틈을  본가로 가는 KTX 티켓을 야밤에 발권해서 갔던 , 가서 하트시그널 2 마지막 회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베란다 문을  잠그고   같다며 엄마가 확인을 부탁한 탓에 집에 들른 이모를 하의 실종 상태로 맞았던  같은 것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삼사  간의 모든 기록  ‘미안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것만 속속들이 골라내어 그중에 싸움인 것들, 그중에서도 기억이 선명하게 나는 것들만  풀어쓴 것임을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란다.


 참고로 이렇게까지 싸우면서 아직도  이불 덮고 같이 생활할  있는 모든 동력은 호떡에 대한 나의 진실된 사랑에서 비롯됨을 궁색하게나마 밝혀둔다. 정말 조금이라도  사랑했으면 이렇게 지난한 싸움 따위 없이 진작에 이혼에 이르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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