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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요선 Aug 18. 2023

2024년의 나에게

다시 꿈도 사람도 사랑도 의미 없다 생각될 때쯤

안녕?


'벌써 2024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아직도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 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몇 년도인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무감각한 상황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지금의 내가 그런 사람에 가까우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숫자에 집착하며 착실하게 늘어가는 건 나이뿐이라고도 우울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나 아름답고 예쁘다란 말도, 아직 예쁠 때란 말도,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도 사실 완전히 위로가 되지도, 해방감을 주지도 않는다는 걸 이미 많이 느꼈을 테니까. 그냥 내가 마음에 드는 나의 외형과 내면을 다듬어 나갈 수밖에 없다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남과 비교하면서 뒤처져 있다는 사실에 자책하는 것도 좀 줄었기를.


이렇게 의연한 척 말하지만 2023년 후반의 내가 당면한 최대 목표는 놀랍게도 '몸무게 49kg'라는 사실이 조금 부끄럽긴 하다. 너무나 전형적인 외모지상주의적욕망이라는 사실이 말이야. 그렇지만 부디 달성했기를. 시간과 돈도 무척 많이 들였고, 무작정 굶는 다이어트가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기에 운동도 꽤나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습관을 들였기를 바란다.


 그다음의 자기 계발스러운 목표들 또 설정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즐기는 경험을 쌓아나갔기를 바란다. 영어 공부도 책 읽기도 다 혼자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 그랬다면 그것들도 성취했을 거라고 생각해.


생애 첫 자취를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짐들을 정리하면서, 서랍 깊숙이 처박아두었던 짐들을 훑어보면서 만난 뼈 아픈 순간을 기억해. 스물두세 살의 내가 적어놓았던 꿈과 다짐 리스트들 만났을 때 너무 애틋하고 안타깝고 그랬다. 그리고 그때의 내가 바라는 게 지금의 내가 바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도 왜 나는 내가 원하는 내가 되지 못했나 싶어서 말이야. 그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회사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지금 회사에서 목표하는 바에 너가 일조하였는지, 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넘겼는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부디 그랬기를. 지금 회사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너가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과도 맞닿아 있는 걸 생각하면 참 신기한 것도 같다. 여러 길을 돌아 돌아왔는데 어찌 저찌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는 거 잊지 말기를. 끼리끼리의 문화에 일조하는 건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화이팅이다.


연기는 어떨까 하면 사실 뭐 감도 안 온다. 기회를 잡기가 너무 어려운데 그전에 전력을 다했는지를 뒤돌아 보기를. 그렇지만 '너는 진심이 아니다', '목숨 걸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는 사람들의 피드백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누가 뭐래도 너는 진심이고 너는 좋아하고 너는 계속 계속하고 싶은 일이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좀 더 열심히 해라!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너가 더 너 편이 되어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너가 너의 보호자가 되어주는 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인 거 잊지 마.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는 거 누군가 다 받아주고 다독여줘야 나아진다고 하더라. 게다가 너는 쫌 냉정한 사람을 똑똑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더 혹독한 피드백을 받는 거일 수도 있다고도 해. 그러니 너가 너에게만큼은 충분히 어리광 부리고 응석 부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2025년의 너는 또 너가 원하는 너에게 가까워지기를. 더 나은, 더 건강한 이런 거 이제 잘 모르겠어. 물론 근육량도 돈도 커리어도 더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삶이라는 게 그렇게 플러스, 마이너스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거 너도 알잖아. 그러니 그 무수히 많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사이에서 재밌고 평온하기를. (이 두 개의 가치가 모순적 이어 보이긴 하지만 넌 그 둘 다를 추구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나는 너가 계속 고민하고 주저하고 또 그러면서 수정하고 나아가는 그 일련의 과정을 지치지 않고 계속했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으로 나를 소개해야 할지 내가 이거 진짜 많이 고민해 봤거든? 나는 결국 '계속 나아가는 사람'으로 잠정 결론을 봤어. 지치지 않고 계속 계속 나아가기를.


2023년

다시금 꿈도 없어지고 사랑도 없는 거 같고 사람들도 웬만하면 그만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늦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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