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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완 Aug 04. 2019

A Room, A Book

4평의 서점들이 제안하는 판매 방식의 역발상

이 글을 읽기 전, 공간노트글을 구독하고 있는 분들께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시작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서점’은 총 몇 군데인가요? (하나, 둘, 셋….)"

    "알고 있는 ‘동네서점(작은서점)’ 있다면 그 공간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총 몇 권정도 일까요?"


아무래도 2번째 질문은 서점의 주인이 아닌 이상 우리 중 누구도 맞출 수가 없겠죠?^^


제가 오늘 공간노트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주제는 ‘한 공간에, 한 책'입니다. 보통 서점이라고 하면 많은 책들을 입고시켜서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대형서점도, 독립서점도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는 재밌는 서점들의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쿄에서 가장 비싼 땅값 긴자 문구거리 / photo by me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 위에서 ‘일주일에 한 책’만 판매하는 ‘모리오카서점'


일본 도쿄의 긴자는 우리나라의 명동으로 생각하면 될 정도로 도쿄 내에서 가장 비싼 땅인데요. 긴자에서 가장 비싼 땅은 평당 4억을 넘는다고 하니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대충 감을 잡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명동의 2~3배) 


이러한 도쿄 비싼 긴자 땅에서 여러 권의 책을 입고시켜 많은 부수의 판매 이익을 발생시키는 방식이 아닌 ‘일주일의 한 권의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있습니다. 이곳의 운영 방식은 가까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은 ‘모리오카서점'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어림잡아 2015~2017년 기간 동안 책에 관심을 갖는 콘텐츠 기획자들 사이에서 핫한 서점이었습니다. 저도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었던 서점이었던지라 작년에 한번 다녀왔었습니다. 이번 글의 사진은 모두 제가 촬영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데요. 판매하는 책들이 주기적으로 순환되는 곳이라 지금은 판매되지 않을 책, 그리고 공간의 구성도 다를 것입니다.


가장 오른쪽이 모리오카서점 / photo by me


작은 규모의 서점이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는 이유


모리오카 서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서점의 주인인 모리오카 유시유키가 수많은 책 가운데 엄선한 단 한 권의 책을 일주일간 선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권의 책만 판매하는 방식이 새로워서였다기 보단 한 권의 책만이 오롯이 집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책 내용을 전시하고, 책을 소개하는 기간 동안 작가를 상주하게 해서 방문자들과 교감을 나누게 하는 게 특징인 곳입니다. 지금 보면 쉬워 보이는 운영 방식이지만, 2015년 당시만 해도 디지털 책이 나오고 시대가 바뀌는 것에 집중하던 시기였던지라 이러한 모습은 생각의 반전이었습니다. 


사실 이 서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운영 방식이었는데요. 하지만, 이 방식은 사실 누구나 따라 하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운영과 기획의 품이 이 공간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요한 에너지일 것이며, 정기적으로 새로운 책을 소개하는 방식이 가장 어려운 품일 텐데요. 모리오카 서점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고서점가에서 10년 정도 일하며 얻은 노하우로 지금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이는 모습과 달리 절대 쉬운 일이 아니겠죠? 제가 모리오카서점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공간의 디자인보다, 메시지에 주목하는 점이었습니다. 


한창 전시 중인 모리오카서점 내부 / photo by me


한 권의 책에 수록된 다양한 소품과 사진들을 전시해서 그 주의 책에만 집중하는 모리오카서점의 공간은 정말 심플한 그 자체였습니다. 벽면에는 전시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다음 전시를 하는 책의 저자가 공간을 이용하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어떤 작품을 어디에 어떻게 전시를 하면 될지, 못질을 해도 큰 문제가 없을 서점이었습니다. 다음번에 또 도쿄를 방문하게 되면 책과 전시가 궁금해서라도 여정 중에 반드시 들려서 또 가보고 싶은 서점입니다.


참고자료1) <한겨레> 한주에 한가지 책만 팔아요…‘모리오카 서점’의 발상전환

참고자료2) <월간디자인> 매주 단 한 권의 책만 판매하는 모리오카 서점


모리오카서점 위치 정보(구글 지도)




통인동 거리 위의 한권의서점 / photo by me


이름에서부터 운영 방식을 알 수 있는,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한권의 서점' 


얼마 전, 서울에서도 도쿄에 있는 ‘모리오카서점'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서점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서점의 이름은 ‘한권의 서점'으로 한 달에 한번 책을 소개하며 구매할 수 있는 서점입니다. 이미 국내에 많이 소개된 모리오카서점의 운영 방식을 많이 참고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방문해보니 크기와 건물의 느낌 등이 매우 비슷하더라고요. 이 서점을 만든 팀과 운영 방식에 대한 내용은 저도 리서치하면서 참고한 보도기사 내용을 인용해서 전합니다. PR 기사에 만든 이의 생각이 잘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파인스테이 예약 플랫폼 스테이폴리오가 책을 다룬 새로운 공간인 '한권의 서점'을 오픈했다고 9일 밝혔다. 한권의 서점은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있으며 '느린 동네 서촌에서 하나의 책을 주제로 매달 변하는 북스토어'를 모티브로 삼았다. 매달 하나의 단어와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공간이다. 책과 관련된 오프라인 전시도 함께 병행해, 책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할 방침이다.”


보도기사 참고 : <매일경제> 창조를 위한 쉼터...스테이폴리오 `한권의 서점` 오픈


한권의서점에서 책을 전하는 모습 / photo by me


앞서 소개한 모리오카서점은 공간의 인테리어, 브랜드 디자인보다는 서점을 운영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영향력과 새로운 도전에 대해 큰 메시지를 전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리오카서점의 운영 방식도 완전히 새롭진 않았을 거고 제가 모르는 다른 곳에서도 이미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국내에 새로 생긴 한권의서점은 시기상이나 운영 방식만 본다면 모리오카서점의 영감을 받고 시작한 팀인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기존의 사례보다 더 나은 방식 또는 새로운 방식으로 서점을 준비해야 하는 고민이 묻어났는데요. 모리오카서점과 달리 건축 디자인이 강점을 가진 팀이 만든 공간이다 보니 내부 인테리어는 훨씬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또한 브랜드 기획이 되어 서점 명함과 책 포장지는 일본의 사례보다 훨씬 더 나은 브랜딩을 갖춰서 고객을 만나는 서점이었습니다. 


이제 오픈 1개월 차를 맞는 서점이라 책들의 전시를 평가하긴 이르겠지만,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전시하며 판매하는 ‘모리오카서점’과 달리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데 조금 더 나은 텀을 가진 ‘한권의 서점'이 한 달에 한 번씩 전시하며 판매할 책들이 어떤 것들 일지 궁금해집니다. 


한권의서점 8월의 책은 '매일의 빵' (오월의종 빵집 대표가 쓴 책) / photo by me
한국적 느낌의 책장 / photo by me


전시를 하는 기간과 내부 운영 방식이 다른 서점인 만큼, ‘더 나은 점'에 대한 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서로 다른 제한점이 있었습니다. 모리오카서점은 전시하는 과정에서 벽에 못을 뚫어 사용하는 등 조금은 험블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할 수 있었는데요. 반면 한권에서점은 인테리어로 공사를 깔끔하게 한 새 공간이다 보니 그러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오히려 한권의 서점팀에서 제안하는 가이드 외에는 크게 새로운 전시 방식으로 꾸며지는 모습은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 개인 취향으로 보면 저는 좀 더 공간을 이용하는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보면 잠시 사용하는 공간일지라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 곳이 향후 관리적으로 맘 편할 것 같네요.^^


2019. 8월 '한권의 서점' / photo by me


이렇게 이번에는 도쿄와 서울에서 1권의 책만을 판매하는 서점들에 대해서 소개해봤는데요. 여러분은 이러한 판매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론 수많은 책을 두어도 한 권도 구매하지 않고 나오는 서점 방문 형태가 대부분인 요즘, 이렇게 매력 있는 책 한 권을 집중해서 제대로 소개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어쩌면 작은 서점에서의 매출면에서 더 나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합니다. 보통 30%의 마진이 남는 동네책방의 마진율을 보면 몇 권을 판매해야 운영이 될 수 있겠지란 상상을 할 수 있겠죠?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는 항상 위기라고 말하지만, 제가 느끼는 책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책은 과거에도 지금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개인적인 독립 시간을 통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책과 공간을 매개로 재밌는 시도를 하는 공간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한권의 서점' 운영팀이 매달 던져주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고 응원하겠습니다. 


공간정보

- 2019년 7월 오픈 (기사 참고)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74

- 운영시간 : 화 – 일요일(A.M 11:30 ~ P.M 8:00) 

- 공간크기 : 4,5평 크기

- 주변특징 : 서촌, 통인시장, 대림미술관까지 즐길 수 있는 곳

- 홈페이지 : http://of-onebook.com/




PS)

“한 공간에서 한 책을 판매해서 발생하는 수익은…?” “책방 운영이 될까?”

이 부분에 대해선 모리오카서점 주인장의 첨부한 인터뷰 내용에서 같은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15년 문을 열었을 때 취재 당시 2100여 권을 판매했다고 하네요.


공간노트는 공간에서 찾는 일상의 트렌드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기록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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