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그리던 지금 이 순간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서 책을 보았습니다.
봄날의 잠기운에 몽롱해져 하루 종일 쉬듯이 책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인가 봅니다.
죽은 다음에나 이 흔들림이 그치는 것인가 봅니다.
소리처럼 그 떨림이 곧 살아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흔드는 사랑에 빠지고,
감동하고 전율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일 것입니다.
소리가 되어 공간과 더불어 울리다 이내 사라져 없어지면
음이 끝나는 것이고 생명도 다하는 것인가 봅니다.
소리의 색깔은 그 재료의 색깔이고
사람의 삶도 그 사람의 색깔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인생의 음과 빛깔과 깊이와 맑기가 다른 것입니다.
- 구본형의 <일상의 황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