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두려움 너머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들
나는 세 가지 종류의 시간의 강줄기를 만들어냈다.
하나는 나를 위해 흐르는 시간의 강이다.
이 시간의 강물 위에서 나는 읽고 생각하며 자연과 만나고 쓴다.
이것은 고독한 시간이다. 알지 못하는 것들의 시간이며,
그들의 정체를 눈치채는 시간이다.
이 시간의 강물 위에서는 내가 나를 떠나지 않는다.
이 흐름 속에서 나는 나의 세계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즐긴다.
또 하나의 시간의 강줄기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
나는 내 가족을 위해 늘 시간을 남겨놓았다.
친구들을 위해서도 늘 시간을 남겨놓았다.
나는 그들을 위해 언제고 한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건달이다.
낮에도 술을 마실 수 있도록 그들과 만나는 다음 시간은 비워두었다.
세 번째 시간의 강줄기는 세상과 내가 만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대체로 책과 강연과 홈페이지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찾아내주기를 바랐다.
- 구본형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