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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난다 Feb 08. 2022

내 안의 어린 마음을 대하는 자세

결국은 사랑으로 피어날 존재라는 자각

변화는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갈 때 성공한다.
그것은 마음이 움직여가는 대로 생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것은 변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인생의 한 길을 따라 걷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걷는 길 속에서 누구보다도 많이
그 길 섶에 숨어 있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숨 쉬는 것이다.
그 길이 자신이 가는 길임을 믿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해가는 것이다.
점점 더 마음을 여는 것이다.
점점 더 스스로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점점 더 자신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자기혁명을 위해 익숙한 과거와의 생존 전쟁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 싸움에서 이겨내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에너지는 사랑함으로써 배가 된다.
사랑할수록 우리는 위대해진다.
변화는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시작하며,
에너지가 생겨날 수록 자신의 마음에 따라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마음을 열지 않고는 자신을 위해 춤출 수 없다.

- 구본형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 중에서


영원한 사랑을 꿈꾸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없이 한결같은 사랑.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하고 가슴이 든든했습니다.

그것은 어릴 적 아빠의 그늘에서 누렸던 안온함의 감각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인이 되어 제가 저를 잃을 만큼 빠져들었던 '사랑'은

대부분 이 감각을 재현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에서 비롯되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때 제게 사랑은 '받고 싶은' 무언가였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습니다.

늘 사랑에 주려 있었으니까요.


사랑이 부담스러워진 것은 엄마가 된 다음이었습니다.

온 존재로 사랑을 구하는 아이를 어쩌면 좋을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영원히' 해야한다니요.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책임을

아무런 각오도 없이 자처한 스스로의 대책없음이 원망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저 하나 건사할 사랑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간신히 버텨오던

제게 다른 존재에게 나눠줄 사랑따위가 있을 리 없었으니까요.


더 이상 밖에서 사랑을 꾸어올 수 없는 상황에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일수쟁이처럼 끊임없이 사랑을 구하는

아이들의 요구에 부응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도망치지 않았냐구요?

웬걸요. 할 수만 있다면 했을 겁니다.

그곳이 죽음이라고 할지라도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럴 수가 없더라구요.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가진 것을 다 쏟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 답답한 현장을 차마 떠날 수가 없더라구요.

돌이켜보면 바로 그 마음이 저조차도 알아보지 못한 또 다른 차원의 사랑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후로도 한참이 흐르고 나서야 엄마가 되겠다는 선택을 한 스스로와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마저도 행복의 조건으로 구비하고 싶어하던 어린 마음이

내 안의 사랑을 꽃 피워 나누고 싶은 엄마 마음의 씨앗이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아직도 사랑을 갈구하는 제 안의 아이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덜컥 겁부터 납니다.

이제야 겨우 좀 살만해졌는데 또 그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야한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터져나옵니다.

 자꾸만 저 대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두리번거립니다.

이런 존재에게 가장 친절한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찌해야 결국은 사랑으로 피어날 그 마음을 편안히 따라가 볼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백방을 헤매다니다

만난 것이 살림명상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내 현장을

살피고 돌보는 살림명상은

제가 만난 가장 명쾌한 답이자

또 끊임없이 올라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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