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우리들의 리듬
논에 심어둔 벼가 더디 자란다고 그 모가지를 잡아당기면
벼의 뿌리를 뽑거나 상하게 할 수 있다.
오랜 친구는 말 그대로 오래 묵은 친구다.
사귀는 동안 감미로운 맛이 배기도 하고,
부글부글 끓기도 하고,
삭기도 하면서 익는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다.
여기에는 기다림과 그리움이 필요하다.
쓰다고 뱉고 달다고 삼키면 오래갈 수 없다.
이내 실망하고 다른 사람을 찾아가지만
또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고 관계가 소원해지게 된다.
사람을 바꾸어가며 얕은 관계를 계속해 나가는 것은
패스트 푸드로 배를 채우는 것과 같다.
사랑 없는 섹스로는 영혼이 피폐해지듯,
얕은 관계만으로는 사람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없다.
사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차이와 변덕과 조급함을 넘어
나를 참아내고 이윽고 다른 사람을 참아낼 수 있어야만
비로소 시간이 그 관계의 맛을 그윽하고 깊게 만들어준다.
- 구본형의 <세월이 젊음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