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다 좋은 건 아니다.
어둠이 깔리고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혼자 있다는 사실이 싫어졌다.
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와
되는 대로 수염을 기르고
배낭 하나로 떠돌기를 바랐는데,
지금 이 방 안으로 찾아드는 외로움은 무엇인가?
내일 짐을 싸가지고 서울로 다시 올라갈까 하다가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에 웃고 말았다.
아이들도 보고 싶고 처도 보고 싶다.
만일 참으로 다시 돌아갈 곳이 없이 떠도는 나그네라면
그처럼 외롭고 지친 인생은 없을 것이다.
- 구본형의 <떠남과 만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