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미로에서 나를 구해준 아리아드네의 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할 거니까. 내가 지금의 나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런 나에게 맞는 존재는 전 우주를 통틀어 당신 밖에 없다는 걸 아니까. 그렇다면 하루라도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각자의 꿈을 엮어 만든 우리의 꿈을 함께 꾸며 이루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 2011.1
서로의 성장과 삶의 균형을 위해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파트너. 얼마나 바라고 바랐던 관계인가. 남편이 이해해준다고 생각하니 뭘 해도 힘이 더 난다. 천군만마. 라는 표현이 부족하다. 만군억마정도를 얻는 기분이랄까.
☐ 2011.8
프랑스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유럽이 그렇게 좋다더라고. 떠날 수 없는 이유는 셀 수 조차없이 많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엄마가 하루라도 더 젊으실 때 조금이라도 더 기운이 있을 때 누리게 해드리는 게 더 현명한 것을 아닐까. 늦어지면 절약할 수 있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게 더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라는 안심에 아이들도 데려올 수 있었다. 7살 훈이 3살 영이가 있어 동행들과 보조를 맞추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행지 몇 곳 못 들르면 어떠랴. 마음을 비우고 가족의 시간에 집중하니 만족도는 오히려 작년보다 더 높은 것 같다. 올해의 여행은 앞으로 우리 가족이 하게 될 세계여행의 예행연습으로서의 의미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세계를 누비게 될 날을 꿈꿔 본다. ^^
☐ 2015.9
계절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오는 베란다. 독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흐르는 섹스폰 선율과 향기로운 허브티까지. 남편과 훈이, 영이도 각자 책상에 앉아 저마다의 과제에 몰입해있다. 퇴근 후 온가족이 즐기는 독서타임!!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 2018.7.25
시원한 그늘, 가끔씩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탄력 쨍쨍한 햇살과 함께라 더 고마운 자연의 아침.. 이곳에 머문지도 벌써 엿새째 어느새 이 아침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훈이는 해먹에 누워 책장을 넘기다 그대로 잠이 들기도 하고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스케치북을 찾기도 한다. 훈이는 이번 여행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녀석이 없는 새 살짝 컨닝한 스케치북안에 그려진 세상에서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본다.
영이는 마당에서 펜션손님들과 놀고 있다. 바다로 나가는 길을 알려주기도 하고..제 입맛에 맞았던 식당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도 하고..또 그들이 이곳까지 오는 길에 보앗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마치 제가 이곳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사람 한사람 세심히 살피는 모습이 제법 어른스럽다.
누워서 보는 하늘은 온통 나뭇잎이다. 잎이 흔들릴 때마다 빛이 그 사이를 파고들며 부서진다. 아~!! 이 순간의 감동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 서둘러 일어나 노트북앞에 앉는다.
오늘은 서울에서 남편이 온다. 일때문에 모든 일정을 함께 할 수 없는 남편은 주말이 되면 우리가 머무는 곳으로 바로 날아온다. 남편이 오면 꼭 바다에 데려가야지..쏟아질듯 빛나는 밤별을 그와 함께 느껴봐야지..보고 싶다.
☐ 2020.1.1
똘똘하게 스스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이들..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그 결과물을 잘 관리하고 포장해 세상에 내어주는 것이 엄마인 나의 몫이다. 스스로 성장하면서 그 과정과 결과를 또래집단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두 아이. 폭발적인 반응..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엄마인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참 담담하다. 그저 스스로 정한 길을 따라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 그 자체의 소중함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참 신기한 녀석들이다. 열여섯, 열둘..아직은 너무나 어린 나인데..이 학원 저 학원 따라다니기 바쁜 또래들과는 삶의 차원이 다른 아이들..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이지만 지켜보노라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서로서로를 북돋우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가족으로 살 수 있다니..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참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 2022.5
가족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면서도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공동체. 부모는 관리자가 아니라 협력자이자 조력자 일 뿐이다. 위계가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를 추구하는 소규모팀. 가정이야말로 딱 그 컨셉에 맞는 조직아닌가?
이런 가정경영철학 덕에 열여섯살 훈이와 영이도 천진함을 잃지 않는 가운데 제법 똑똑하게 제 길을 찾아간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무작정 조르는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가족 커뮤니티에 제시하고, 이 계획에 동조하는 사람의 투자를 자원으로 일을 추진해가는, 보통 가족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가정만의 방식.
어릴 때부터 이런 시스템에 훈련되어서인지 실제로 가족 전체가 운영하는 사업에서도 각각 제 역할들을 해내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우리 4가족을 너머 양가의 형제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명실상부한 가족기업으로서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내 꿈이 현실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