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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일러스트레이터: 예술의 미래 혹은 창작의 종말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5기 홍정연

최근 일러스트 시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미지 생성 AI의 발전으로, AI 일러스트레이터는 기존의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월등한 수준의 비용 절감과 시간 효율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AI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용화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소비자와 업계 내의 반응 모두 엇갈리고 있다. 이번 글에서 AI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용화 배경, 장점과 문제점, 그리고 이로 인한 일러스트 산업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상용화, 이로 인한 시장의 변화

'크몽' 플랫폼에 등록된 281개의 AI 일러스트 제작 서비스 프로필

기존의 일러스트 시장은 AI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용화와 함께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디자인 외주 플랫폼인 "크몽"이 있겠다. 해당 플랫폼은 일러스트레이터와 고객을 중개, 매칭해 주는 서비스로 해당 플랫폼에서 작가들은 각 개인의 포트폴리오, 작업 단가와 예상 기한 등이 기입되어 있는 프로필을 업로드, 이를 기반으로 외주 작업이 진행된다.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발전과 함께 해당 플랫폼에 AI 일러스트 제작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2024년 5월 기준 281개의 AI 일러스트 제작 서비스가 등록되어 있다. 크몽에 등록되어 있는 프로필 기준, 해당 AI 일러스트 외주 작업은 기존 일러스트 작가들의 평균 작업 단가보다 2~3배가량 저렴하며, 예상 작업 소요 기간 역시 1~2일로, 사람 일러스트 작가의 경우 3주~1달이 기본인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웹소설 표지 일러스트 시장과 같이, 상업 일러스트 시장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유명한 작가의 경우 2-300만 원, 그렇지 않은 작가의 경우 100만 원의 상응하는 작업 단가로 평균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AI는 지출 비용 없이 10초 내외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미디어 아트 부문의 수상작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이는 기존 일러스트 시장에서의 작업 비용, 기한에서 놀라울 정도로 효율성이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더불어, AI 일러스트 프로그램들의 작업물 퀄리티 역시 사람 일러스트레이터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면서 해당 이미지 생성 AI들이 기존 일러스트 작가들의 대체재가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보인다. 실제 2022년 8월 개최된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미디어 아트 부문의 수상작이었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의 작가가 AI 일러스트레이터 ‘미드저니'를 활용한 작업물임을 밝혀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심사위원 중 누구도 AI의 작업물과 사람의 작업물을 구분할 수 없었다는 점은 업계 내에서 큰 충격을 주었으며, 실제 작가 제임스 앨런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죽었다. AI가 이기고, 인간이 졌다”라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는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상용화에 대해서 사회 내의 논의와 비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한 행동임을 스스로 밝혔으며, 실제 이를 시작으로 많은 일러스트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지 생성 AI의 상용화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미지 생성 AI가 가지게 된 시장 내의 경쟁우위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에 대한 대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 발전과 함께 이전의 사람이 수행해 나가던 직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종종 목격해 왔다. '버스걸'이 그랬고, '전화교환원'이 그러했다. 조금 ‘정 없다’라고 느껴지더라도,  '사람' 일러스트레이터도 이들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질 직업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은 곧 일러스트레이터의 종말인가?

현재 일러스트 업계가 마주한 변화가 이전의 기술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과는 다른 이유는 2024년 1월 IMF에서 발표하였던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 보고서에서 언급되었듯, “고학력, 고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자동 전화 교환 시스템으로 인해 대체된 전화 교환원이나, 무인 요금 징수기의 등장으로 사라진 버스걸과는 달리, AI 일러스트레이터의 등장은 기존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수행하던 작업들을 모두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일부만을 대체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일러스트레이터가 하는 작업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해진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역할은,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삽화를 창작해 내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요청을 기반으로 창작까지 걸리는 시간과 들이는 비용이 효율적이고, 수정도 쉽고 빠르다는 점에서 ‘인간'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들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하는 역할의 표면적인 요약에 불과하다. 결국, 일러스트레이터가 완성한 결과물들은 책,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의 공감과 몰입, 애착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즉, 일러스트는 다양한 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애착도를 형성시키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러스트가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작업 과정에서 그림에 녹아든 창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맥락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맥락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각자만의 스타일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들의 구체적인 업무는 비단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작업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며, 본인만의 색깔과 개성을 담은 그림체가 완성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의 이러한 연구는, 각 일러스트레이터만의 고유한 색과 선의 활용, 감정 표현 등에서 부분에서 드러나며, 이러한 해석과 표현의 세밀한 차이가 독자의 공감과 몰입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한 연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예술작품을 생성하는 기계 학습 모델과는 달리, 인간 예술가의 삶의 경험과 배경은 데이터로 전환될 수 없는 요소"이다.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바를 구현해 내는 것은 해당 과제를 일러스트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기반으로 해석하고 독자들의 공감과 몰입을 끌어낼 수 있는 결과물을 기획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AI는 이러한 작업 과정을 대체할 수 없다. AI가 대체하는 것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역할 전부가 아닌, 실제 그림을 그려내고 채색하는 제작 과정인 작업 과정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는 기존 일러스트 작가의 역할에 대해 AI의 대체가 확산되고 있다. 시간 및 비용의 차원에서 경제적이라는, 경쟁적 우위를 가졌다는 것에 가려져, 기존 일러스트레이터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지점을 보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확산되어 현재의 일러스트 시장을 AI가 완전히 점유한다면, 일러스트가 기존에 업계에서 하던 역할도 퇴색될 것이다. 더 이상 일러스트를 통해서 소비자들의 공감과 몰입, 더 나아가 각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애착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며, 특히나 이는 일러스트가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애니메이션, 만화, 출판 업계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종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AI 일러스트 프로그램과 일러스트 산업, 이들의 미래는

앞서 살펴 보았듯이, 기존의 일러스트레이터 역할을 온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기존 일러스트 작가들을 AI가 대체하도록 하는 것은 일러스트 산업의 축소 및 종말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어떠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까?


가장 최우선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들 스스로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직업적 역할 변화가 일어날 것을 인지하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선제적으로 변화된 각 개인의 역량을 제시해야 한다.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등장과 상용화로 인해 이들이 장기적으로 겪을 변화는, 1970년대 후반 엑셀의 등장으로 경리라는 직업이 겪은 변화와 유사하다. 엑셀은 복잡한 계산을 자동화하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 기존의 단순 계산 업무를 대체하면서 당시 경리들의 업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계산 업무에서 해방된 경리들은 이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무 보고서를 작성하며,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더 고부가가치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해당 업무와 분야에서, 기존에 동일한 업무를 진행하던 경리만큼 가치 창출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과연 비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활용도의 차이가, 일러스트 업계와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인 것일까? 이는 실제 많은 업계 내 사례들에서 증명되고 있다. 앞서 언급되었던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대회 수상작의 경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은 심사위원들을 모두 속이고 우승을 차지하였지만, 2023년 5월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에서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한 표지 및 삽화는 소비자들에게 발각되어 질타를 샀다. 왜 한쪽에서는 전문가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으나, 한쪽에서는 비전문가인 소비자들의 눈조차 속이지 못한 것일까? 이는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의 경우 실제 일러스트 작가가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를 활용하였으나, ‘노벨피아'의 사례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한 주체는 비전문가인 소설 작가와 기획진이라는 차이에서 기인한다. 해당 사례들은, 일러스트가 담아야 할 메시지와 맥락에 대한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들이 실제 일러스트에 녹아들어 소비자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도록 하는 인력이 결국 기존 일러스트 작가들이 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해당 과정에서 일러스트 작가들의 업무가 실질적인 작업보다는 기획 및 구성에 중점을 두게 될 수는 있으나, 이들의 역할이 여전히 일러스트 시장 내에서 필요한 이유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이러한 발 빠른 대처가 선제된다면, 이에 맞추어 시장의 흐름 역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발전된 이미지 생성 AI 기술이 실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빠른 작업을 도울 수 있는 “보조 도구"의 역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일러스트 작가들이 본인의 역할이 변화할 수 있음을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기존 일러스트레이터 역할의 무게 중심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서 ‘개성 있고 호소력 있는 일러스트를 기획, 제작, 창작하는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축소되는 일러스트 시장이 아닌, 이와 함께 발전해 나가는 일러스트 시장의 모습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홍정연

hongjungyeon0307@gmail.com


[참고자료]

https://www.psypost.org/new-psychology-research-reveals-why-people-prefer-human-created-artwork-to-ai-created-artwork/

https://source.sheridancollege.ca/fhass_publications/40/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1124626.html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287#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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