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정판
마침 2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난 오전 5시에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지난 주말 동료가 추천해준 변호사이자 유튜버 김유진 님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읽게 된 것이 큰 계기였다. 유튜브에서 아침 브이로그로 워낙 유명하시고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책을 보면서 이 분이 아침의 시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조금 더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미라클 모닝>을 보고 실천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 아침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는데 김유진 변호사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침은 피곤한 시간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아침이라서 피곤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피곤한 것이다. 그 말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침과 피곤함이라는 키워드를 분리할 수 있는 강력한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긴 이유는 복합적인데, 단순하게 말하면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1월은 생각보다 더 바쁘게 지나갔는데 주말마다 틈틈이 올해 목표를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보고 있었다. 최근 읽은 <울트라 러닝>이란 책에서 소개한 '울트라' 러닝 방법론 중 하나인 메타 학습 (이전에 더닝 크루거 효과로 한번 소개했던)에 따르면 실행하기 전 정보를 모으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어공부를 한다고 하면 목표가 영어로 일반적인 대화를 어렵지 않게 하는 수준이라고 했을 때 그 목표에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6개월 안에 이 목표를 달성한다고 쳤을 때 일주일 몇 번 하루 몇 시간 학습을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계획을 짜는 것이 메타 학습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보를 모으고 계획을 세우는 시간은 전체 예상 시간의 10퍼센트로 잡으면 좋다는 10퍼센트 법칙이란 게 있었다. 만약 1년짜리 목표라고 친다면 약 36.5일의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계획시간이 너무 길어질 수 있어서 10퍼센트보다는 조금 더 적게 잡는 것이 좋은데 (목표한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생소한지에 따라 상대적이겠지만) 나는 7퍼센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은 퍼센트보다 25일 정도의 시간이면 계획을 짜는데 충분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즉, 25일이란 시간 (대략 3주 하고 며칠이 더 있는)을 실행이 아니라 온전히 계획하는 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었다.
1월 동안 계획한 걸 이번 주에 적용해보면서 이 생각이 나에게는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는 걸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보통 새해가 되면 없던 에너지가 생겨나고 하고 싶은 것들과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에 무작정 떠오르는 것들을 향해 급발진하거나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마음만 급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로 다가온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난해가 빠르게 지나가버렸다고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1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잊곤 한다.
나는 공식적으로 행동에 옮기지 않아도 되는 시간 동안 어떻게 계획을 짜면 좋을지 작년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었고, 조금 더 구체적이고 행동 가능한 루틴으로 쪼갤 수 있었다.
최종 목적은 내 하루 일과인 루틴에 목표에서 쪼개진 작은 행동을 넣는 일이었는데 일단 루틴에 넣으면 절대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작년 한 해 동안 경험했기 때문에 계획된 시간의 10퍼센트를 투자하는 것은 더더욱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루틴에 목표한 행동들을 추가하면서 기존 6시 기상에서 1시간을 앞당겨 5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 출근 전까지 약 2시간 40분 정도 시간이 생긴다. 단순히 1시간을 늘린 게 아니라 기존 루틴에서도 내용을 조금 바꿨는데, 씻고 준비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약 2시간이 생기고 이 시간 동안 스트레칭, 취미생활, 독서, 뉴스레터 확인, 기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루틴을 만들었다.
루틴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각각의 시간이나 순서는 조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주간 실행을 하면서 경험한 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늘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 그리고 일어나서 바로 할 일이 있는 경우에는 조금 더 쉬운 일인 것 같다. 다만 1시간 일찍 일어난만큼 일찍 자는 습관도 만들었어야 했는데, 평소 패턴이 있다 보니 자는 시간을 당기는 게 바로 되진 않았다. 그래서 금요일에 체력이 떨어진 걸 느꼈고, 덕분에 어제는 오후에 몇 시간을 더 잤고 하루가 사라진 경험을 했다.
주중에 할 일을 모두 끝냈다는 생각에 주말에 무언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줄었다. 재택 하던 시기에 비해 오후 이후의 시간을 컨트롤하는 게 더 어려워지면서 주중에 못한 일은 주말에 해야겠다고 어느 순간부터 또 쇼핑 바구니에 물건 담듯 할 일 리스트를 채워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또 막상 주말이 되면 해야 할 일보단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나와 씨름을 해야 했는데, 주말에 해야겠다는 압박이 사라져서 어제오늘은 조금 여유로운 하루와 평일에 잘하지 않는 요리나 집 청소를 하며 보낼 수 있었다.
새벽은 정말 고요하다. 정말 내가 원하는 고요함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모든 게 좋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밖의 소리가 너무 잘 들린다는 점이다. 이전 재택 할 때도 그 점이 신경 쓰여 귀마개를 껴보기도 하고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헤드폰도 끼고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은 정말 고요하다. 심지어 새들조차 잠자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아침 루틴을 새로 짜면서 빠진 건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처음 15분에서 30분으로 늘린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30분이란 시간이 글을 쓰는데 여전히 짧게 느껴져서 주말에 긴 시간을 들여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운동 루틴이 없다는 점이다. 스트레칭 겸 요가가 오전 저녁에 있긴 하지만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 루틴이 필요한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넣을지 아직 고민 중이다.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미라클 모닝> 할 엘로드
<울트라 러닝> 스콧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