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창업한 지 벌써 5년째라고 말하면 다들 놀라더라. 나도 사실 그 숫자가 믿기진 않는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사람들이 놀라는 포인트는 어떻게 5년 동안 (큰 성과가 없었는대도 불구하고) 해체되지 않고 지내왔는지 인듯하다. 오랫동안 같이할 수 있는 동료를 찾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걸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삼 느끼고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도 (아니 내가) 운이 좋았다고밖에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루티너리를 만든지 고작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왜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너무 오랜만에 들은 질문이어서 케케묵은 오랜 기억을 되짚어 보아야 했다.
사실 창업을 해야겠다는 것에 대해 명확한 이유가 있진 않았었던 것 같은데, 이유가 매번 달라지는 걸 보면 말이다. 말하자면 그냥 당시 스타트업을 시도해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고, 시도한 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게 지금까지 올 줄은 절대 몰랐을 것이다.
그 '갖춰진 조건'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하면, 학교를 다니며 생각했던 창업에 대한 생각들, 대회를 나가며 어렴풋이 익힌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들, 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면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 생각한 사람들, 받은 제안 같은 것들이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공학을 배우면서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개발 그 자체보다는 구조였고, 구조보단 그 구조가 만들어내는 가치와 영향력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창업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아직도 모르는 게 한가득이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얄팍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기 때문에 아마 지금 대답할 수 있는 창업에 대한 생각은 창업을 결정할 때라기 보단 지금까지 누적된 경험이 뒤섞여 종합되었을 확률이 높다. 내가 그래서라기보단 창업한 사람에게 왜 창업했는지 물으면 진짜 계기는 듣지 못할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최근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한 대답은 수익창출과 관련된 말이었는데, 최근에 읽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꽂혀서 마치 내가 그 당시에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창업을 한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아니다. 동의를 했을 수는 있겠지만 회사의 생존을 위해 수익이 필연적이라는 걸 몸으로 체감한 건 이후였다.
나는 가치 있는 일은 이타심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적어도 이기심이 들어갔을 때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덤 스미스가 생각한 시장의 선순환은 인간이 가지는 욕심을 이용한 것이었다. 욕심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는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욕심의 결과가 옳고 그른 것은 시스템에 달려있다고 본다. 나는 내 욕심을, 그리고 사람들의 욕심을 큰 가치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가치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라는 게 뭔가 대단한 목표 같지만 많은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면서, 많은 기업들이 하지 못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양면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빙빙 돌려서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욕심이라는 자원은 가치창출에 유효하다고 본다.
그래서 결론은.. 결론은 채용이다. 작은 스타트업에 조인해 성장을 경험하는 사람이 안는 리스크는 그 사람의 욕심에 비례하는 것 같다. 우리는 욕심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욕심의 크기만큼 전환할 수 있는 가치도 커질 테니 말이다.
그동안 먼저 온 연락들에 일단 감사드리면서 같이 하지 못한 점에 죄송스럽기도 했다. 첨언을 하자면 결정의 기준이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와 앞으로 길게 갈 수 있는 핏이 맞는 사람을 알아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동료를 구하는데 필요성은 절감했지만 실행은 그만하지 않아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관심이 있다면 아래 메일이나 브런치를 통해서 또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락을 주면 좋겠다.
isseo@routinery.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