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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Aug 01. 2021

사무실에 사람 반 식물 반

예전에도 한번 (아마도 처음 식물에 관심이 생겼을 때였나) 비슷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릴 때 종종 엄마가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면서 말을 거는 모습을 본 게 기억이 난다. 물론 일방적인 이야기들이었지만.. 대개 "이쁘게도 자라네" "(물을 주며) 많이 먹어" 하는 걸 보면서 그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모습이 요즘 내가 사무실에서 식물들을 쳐다보며 하는 모습과 흡사해서 문득 생각이 났다. 살아있고 바뀌는 것들은 가까이 두고 보면 매일이 조금씩 다르다. 관찰력이 그렇게 좋지 않아도 아 얘네는 살아있는 애들이구나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사무실에는 식물이 꽤나 많은데, 원래는 식물이 한참 많았다가 최근에 팀원도 늘어서 식물 반 사람 반 정도가 되었다. 작은 사무실이 사람과 식물들로 복작복작하다. 몇몇은 선물로 받고 나머진 양재 꽃시장을 가서 직접 사 온 것들이다. 최근에 내가 식물 담당을 맡으면서 사실 조금 더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원래는 감상만 하다가) 빛이 잘 들어오지도 않고 바람도 안 부는 척박한(?) 사무실에서 지내야 하다 보니 식물을 데려오는 조건 중 가장 큰 하나는 아주 적은 빛과 바람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느냐 였다. 다행히 그런 생명력 강한 종류가 많은듯하다.


아무리 잘 살아가는 애들이라지만 처음에 사무실에 데려온 식물 중 작은 화분 몇 개는 시들해지다가 죽기도 했고, 잎에는 물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잎까지 주는 바람에 큰 가지 옆에 작게 자리 잡고 있던 작은 가지 잎들이 다 떨어져 버리는 등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애들이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복잡한데 (비록 식물 가게 사장님은 비교적 키우기 쉽다고 말씀하셨지만..) 식물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나는 너무나도 초보고 게다가 실수를 반복하는 통에 지금쯤 남아있는 식물들은 다들 한바탕 고충을 겪었다.


한 번은 식물을 많이 키우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식물이 네 손에 들어가면 잘 자라냐고 물으니 관찰을 잘해야 된다고 하더라. 그때는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다지 관심을 줬을까 했는데 물을 주기 시작하면서는 하루에 한 번씩은 쳐다보니 신기하게도 하루하루가 다르다. 특히 큰 애들은 하루 사이 새싹이 몇 센티씩 자라기도 해서 뭔가 난다 싶어 확인하고 다음날 오면 놀랄 정도로 자라 있을 때도 있다.


잘 키우고 있는 건진 몰라도 그렇게 새로운 새싹을 틔우고 자라려고 하는 걸 보면 안심도 되면서 기특하다. 내가 준거라곤 물밖에 없는데 생각해보면 자라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잘해주려면 기본은 관찰인데 그걸 종종 잊는 것 같다. 지금은 여러모로 자주 관찰하고 원하는 게 뭔지 좋은 환경이 무엇인지 이해해가는 단계인 것 같다.


이번 사무실 계약이 끝나면 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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