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당황을 안겨준 베트남 미용실

베트남 미용실은 처음이라서

by 이츠심

벌써 이곳에서 4개월의 시간을 꽉 채워 보냈다. 1개월차까지는 코로나가 종식되는 분위기라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아도 될만큼 안전하고 자유로운 상황이었으나 이후 급격하게 상황은 변했다. 매일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상황이 지속되자 베트남 정부는 식당과 카페, 미용실 등 일부 서비스 시설에 대해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도록 했다. 운동 시설 운영은 당연하게 중단되었으며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일상 또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2개월의 시간은 흘렀고 코로나는 잠잠해졌다.


베트남의 미용실과 네일샵은 한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한국의 몇배나 되는 가격을 주고 이용해야 하는 나라가 많은데 내가 머무는 베트남은 인건비가 저렴해서인지 서비스 비용이 저렴하다. 특히 네일 케어는 반값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이는 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로 내가 크게 기대했던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베트남에서 미용실과 네일샵은 꼭 이용하려고 했다. 특히 네일 케어는 한국에서 꾸준히 받는 편이 아니었지만 시간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니 몇 번 받아봐야겠다 싶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장발 진행중

하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미용실과 네일샵 운영은 한동안 중단되었고 나는 4개월동안 아무런 관리를 받을 수 없었다. 흔한 헤어 커트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그렇게 내 머리는 점점 자라갔고 고등학교 이후로 긴 머리를 해본 적이 없는 나는 10여년 만에 긴머리를 얻을 수 있었다. 참 웃픈 일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코로나는 나에게 관리 받을 권리를 허락해주었다. 나는 짐승같이 터프하게 자라난 머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고 수소문 끝내 알아낸 미용실에 커트 예약을 했다. 예약한 날이 다가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한국인 원장님에게 커트를 받는 것이라 한국에서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랜만의 미용실 방문에 설레였다.





예약한 날이 다가왔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미용실 앞은 여느 한국 미용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미용실만 보고는 알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직원분들과 원장님은 웃으며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손님이 있어 조금 기다리다가 샴푸 안내를 받았다. 샴푸를 하려고 바짝 누우니 곧 내 머리에 물이 닿았다. 약간 차가운 느낌이 있는 애매한 온도의 물이 닿았다. 온수가 섞인 미지근한 물이 아닌 이곳의 더운 날씨에 의해 차가울 수 없는 냉수, 그 알쏭달쏭한 물이 내 머리를 적셨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화들짝 놀랄 정도의 차가운 물은 아니었기에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시원하게 머리를 감겨주기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당황은 한번 더 나를 찾아왔다. 샴푸로 머리를 헹구고 트리트먼트를 머리에 발라주었다. 그리고 두피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그리 시원하진 않았기에 대충 해주고 끝내도 여한이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마사지는 계속 이어졌다. 언제 끝나는거지? 왜 계속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렇게 10분이 흐르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상황을 보니 내가 샴푸를 하는 동안에도 앞 손님의 머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시간을 벌기 위해 나를 눕혀놓은 것 같았다. 다소 황당한 마사지 시간이었지만 그 상황을 이해하기로 했다. 다만 두피 마사지가 끝내주게 시원했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은 남았다.


드디어 원장님은 내 뒤에 오셨고 어떻게 머리를 할 것인지 물어보셨다. 나는 당분간 머리를 기를 예정이니 길이는 유지하면서 깔끔하게 다듬어달라고 요청했다. 내 요청대로 머리를 잘라주셨고 중간 중간 내 머리 상태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4개월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탓에 머리결의 손상은 크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머리를 자르고 있던 도중 나의 친구가 도착했다. 그에게도 가위의 손길이 필요했던 상황인지라 우린 30분의 시간 차를 두고 머리를 예약했다. 내 머리 정리는 빠르게 끝이 났고, 원장님은 그에게로 향했다. 가운을 벗고 일어나려는데 원장님이 신기한 제안을 하셨다.

친구분 기다리셔야 하면 그 동안 새치 정리 좀 해드릴까요?


네..? 왠..? 새치 정리요? 어리둥절한 답변과 함께 이어 괜찮다고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원장님은 손이 비는 직원들에게 부탁하면 된다고 기다리는 동안 받을 것을 권유하셨고 거절을 반복할 수 없었던 나는 다시 가운을 추스렸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제안이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직원분들은 친구를 기다리는동안 내 머리 여기저기를 헤집으며 새치를 찾아주셨고 꼼꼼하게 정리해주셨다. 이상한 기분과 함께 시원했다. 내 머릿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듯이 원장님은 되게 시원하죠? 라고 물었다. 제대로 들켜서 부끄러웠다.



차가운 물로 샴푸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10분의 두피 마사지, 그리고 새치 정리까지. 나의 베트남 미용실 첫방문은 3번의 당황을 가져다주었다. 분명한 것은 모든 베트남의 미용실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기이하게 당황스러운 미용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것도 운명이겠지. 조만간 다시 방문하려고 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오늘부터 다시 미용실 영업이 중단된다. 이렇게 또 다시 미용실과 멀어지는구나. 그럼 도대체 네일 케어는 언제 받아볼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는 다시 나의 권리를 불허했고 관리를 앗아갔다.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은 또 다시 흐르고 나는 또 다시 하염없이 기다려본다.


제가 간 곳은 이 곳이 아닙니다, 사진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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