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선(善)을 ‘선택’한다.
삶이 평안할 때 우리는 선하다. 좀더 베풀고 좀더 너그럽다. 하지만 삶이 고단해지면, 우리 안의 선은 빛을 잃는다. 나 살기도 벅찬데 누굴 돌아보냐는 말은 정당하게 들린다. 일단 내가 살아야 남도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성악설을 지지한다.
이기심은 악이 드러나기 쉬운 환경이다. 내가 더 잘 되어야 한다는 마음은 시야를 좁히고, 시야가 좁아지면 마음이 좁아지고, 마음이 좁아지면 비뚤어진다. 질투를 통제할 수 있을까. 훈련을 통해 억제할 수는 있지만, 질투가 생겨나는 것까지는 막을 수가 없다. 매번 타인의 수고를 떠올리며, 그 대가가 정당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선은 학습되는 것이다.
이기심과 더불어 인간의 악함을 떠올리는 마음이 또 있다. 오만이다. 자기 기준을 강요할 때, 타협하지 않을 때, 겉모습으로 판단할 때, 무턱대고 얕잡아볼 때.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태도에 나는 엄청난 반감을 느낀다. 우리는 저마다의 환경에서 저마다의 상황을 겪으며 저마다의 가치와 철학을 쌓고 저마다 다른 선택을 내리며 저마다의 인생을 산다. 교차하는 부분이 있을 뿐, 우리는 전혀 같지 않다. 하지만 오만은 나와 같지 않은 너를 짓밟아뭉갠다. 우리 사회에 개성은 있지만 다양성은 없다.
성악설을 지지하든 성선설을 지지하든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선은 깨워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다가는 더욱 옹색해진 자신만 만나게 될 뿐이다. 인생은 언제나 팍팍했다.
읽어보면 좋을 책: 빌러비드, 토니 모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