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운리 소아과는 오늘도 문을 엽니다 #2

- 찬이와 웅이

by 이하

남자는 여자와 아이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잠시만, 앉아 계세요.”


곧바로 손을 씻으러 갔다. 찬물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남자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수염투성이에 긴 머리, 붉게 충혈된 눈, 그리고 떨리는 손. 그는 다시 한번 손을 꽉 쥐었다가, 천천히 펼쳤다.


“괜찮아.”


다시금 중얼거렸다.


“괜찮을 거야.”


수도를 잠그고 돌아섰다. 진료실로 돌아와 아이 앞에 섰다.


“어, 어디 보자.”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아이는 여전히 작은 곰 인형을 안고 있었다. 인형의 왼쪽 팔에 붙은 밴드를 만지작거렸다. 아기 때부터 안고 다니던 애착인형 같았다. 남자는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이의 이마를 살폈다. 손이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아이가 두려워하며 고개를 뒤로 뺐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리려고 했다. 아이 엄마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섣불리 말을 걸지 못했다. 이대로 나가서 읍내 병원에 가려면 버스 시간이 맞아도 최소 한 시간. 그러나 지금 제대로 처치하지 않으면 이마에 흉터가 남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때, 남자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여자와 아이는 잠시 긴장한 얼굴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커다란 덩치를 구부려 뭔가를 뒤적이더니, 거즈와 함께 무언가를 꺼냈다.


곰돌이 모양이 그려진 귀여운 밴드였다.


“저기…”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곰돌이부터, 치료해 줘야겠는데?”

“봉이요?”

“그래, 보, 봉이구나.”


남자는 가만히 곰 인형의 팔을 살피더니, 낡은 밴드를 가리켰다.


“여기, 쫌 봐도 될까?”


아이는 곰돌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울음을 그친 채, 천천히 인형을 남자 쪽으로 내밀었다.


“고맙구나.”


남자는 곰 인형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인형의 머리부터 짚어보았다.


“여, 여기도 다쳤네.”


남자는 새 밴드를 뜯어, 곰 인형의 머리에 하나, 그리고 기존의 팔에 붙어 있던 밴드를 떼고, 팔에 하나를 붙여주었다.


“자, 이제 나았어.”


곰 인형을 아이에게 돌려주었다. 아이는 곰을 받아 들고, 머리에 새로 붙은 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웃었다.


“이제, 네 차례야.”


남자가 말했다.


“봉이처럼 요, 용감하게, 할 수 있겠니?”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소독약을 거즈에 묻혔다.


“조금 따끔할 거야. 봉이도 참았으니까, 너도 할 수 있지?”


아이가 봉이를 꼭 안고 눈을 감았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상처를 닦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잘 참았어.”


남자는 상처를 다 닦은 뒤 연고를 발랐다. 소독을 마치고는 스테리 스트립 몇 조각을 꺼내 상처 양쪽을 조심스럽게 맞붙였다. 봉합 대신 쓰는 얇은 테이프였다.


“이러면 휴, 흉터도 안 남을 거야.”


아이는 이마를 조심스럽게 만져보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이제 안 아파?”


남자가 묻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아파요.”


그리고 곰 인형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봉이도 나았대요!”


남자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오르더니, 입술이 살짝 떨려왔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선생님, 따로 꿰매지 않아도 되죠?”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오늘은 이마 안 적시게 세수는 피해 주세요. 그리고…”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밤에 토하거나, 심하게 졸려 하거나, 두통을 계속 호소하면 바로 오시구요.”


그는 봉합 테이프가 잘 붙었는지 한 번 더 눌러 확인했다.


“오늘은, 땀나는 놀이 말고… 봉이랑 책 보기 하, 할래?”

“네!”


아이가 곰을 꼭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기, 치료비는 어떻게…”

“괜찮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아직 뭐, 아무것도 없어서요.”


여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수진아, 인사드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곰 인형을 들어 올려 함께 인사하는 시늉을 했다.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아이가 물었다.


남자는 마치 자신의 이름을 까먹은 것처럼 우물쭈물하더니,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찬이야.”

“찬이요?”

“렁찬…”

“렁찬 선생님? 그러면 성은 뭐예요.”


남자가 쑥스러운 듯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였다. 털이 수북한 손등. 마치 그 자체로 커다란 곰 인형 같아서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남자가 조용히 대답했다.


“우…”

“우렁찬?”


아이도, 엄마도 눈을 반짝였다.


남자의 이름은 우렁찬. 그가 태어날 때 크게 우는 소리를 듣고, 세상을 향해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라며 할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었다.


여자가 가만히 미소 지었다. 아이는 우렁찬과 곰 인형을 번갈아 보았다.


“찬이? 웅이?”


아이의 말에, 여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생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돼.”

“괜찮습니다.”


렁찬의 말에,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배꼽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휴… 다행이다.”


그는 창가에 서서 손잡고 폴짝폴짝 내려가는 모녀를 바라보았다. 수진이가 한 번 뒤를 돌아 손을 흔들었다. 봉이의 팔도 함께 흔들렸다. 렁찬은 가만히 문을 닫았다가, 다시금 빼꼼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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