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고민우체통에 세 번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고민은 '연애'에 관한 고민인데요. 이번에 사연을 보내주신 분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실까요?
* 익명성 보장을 위해 사연은 충분히 수정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밥스라고 합니다. 제 고민은 남자친구와의 문제입니다.
저는 제 남자친구를 정말 좋아해요. 남자친구는 외모도 준수하고, 학교 성적도 나쁘지 않고, 인간관계도 좋은 편이에요. 남자친구 역시 저를 정말 좋아해주고 있죠. 심지어 저를 위해 자신을 변화시킬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하는 친구예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연애에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저희는 다른 점이 참 많습니다.
저는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가치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꽤 부지런한 편입니다. 계획을 세워 열심히 공부하고, 취미로 악기 연주도 하고, 운동도 좋아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남자친구는 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와 달리 성실하지도 않고, 책임감 있게 해야 하는 일도 열정적으로 하지 않아요. 운동신경은 좋지만 운동을 즐겨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방학 때면 항상 집에서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몇 번이나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한 덕분인지 게임을 조금씩 줄이고, 전보다 학교생활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와 연애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고, 사랑도 많이 받아서 너무 좋아요. 하지만 저희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서로에게 집착하면서 다투는 일이 자주 생기곤 합니다. 이런 크고 작은 싸움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서로에게 지칠까 봐 걱정이에요.
저는 이 친구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이 친구와 오래가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 연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건강한, 그리고 행복하고 오래가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저희 둘 다 이 만남을 통해 서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애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게 맞는 걸까요?
제게는 이 고민이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가능한 도움이 될 만한 자세한 답변이 듣고 싶습니다.
제가 많은 연애 고민 상담을 해드리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연애를 잘하게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나이가 많아도 젊은 사람들보다 연애를 못하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밥스님이 하시는 연애에 관한 고민은 연애를 하면서 끊임없이 해야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밥스님께서 조금 더 현명한, 조금 더 건강한 연애를 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답변을 드릴까 합니다.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치관을 가지는 건 정말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가치관은 인간관계나 연애에서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친한 동생 중 한 명이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자신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아니면,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할지,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습니다.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연애나 결혼 생활이 조금 더 수월할 수는 있습니다. 의견 충돌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고, 취향도 비슷할 수 있고, 대화도 잘 통하니 다툴 일이 훨씬 적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치관이 비슷하다 보니 자신들의 가치관에서 벗어나는 일을 경험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가치관이 조금 다른 사람을 만나면 갈등을 겪을 일이 꽤 많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시간이 제일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해서 시간을 최대한 계획적으로 활용하는데, 상대방은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툴 일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가치관 덕분에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고, 세상을 더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둘 중 무엇이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선택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상대방보다는 자신이 가진 삶의 가치관이 옳다고 생각해, 자신의 가치관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가치관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그보다 더 훌륭한 가치관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가치관을 존중해주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연인이라면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해주는 동시에 서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가치관을 존중해주되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함께 채우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함께 바로 잡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애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만 옳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고민은 보내주신 고민에서 많이 수정된 고민인데요. 앞에서 빠진 고민 중 답변을 꼭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이 부분의 사연을 짧게 들려드리고 이어서 답변을 드릴까 합니다.
남자친구와 연애하며 또 문제가 되는 것은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여사친의 관계입니다.
남자친구에게는 정말 친한 여자인 친구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친구 사이로 지내기도 했고, 남자친구와 제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아주 가깝게 지내던 친구입니다.
문제는 남자친구가 저와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도 그 여사친과 너무 가깝게 지낸다는 점이에요.
제가 지내는 곳은 한국보다 스킨십이 조금 더 개방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친구와 여사친이 포옹을 하는 등의 스킨십까지 그냥 눈감아주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여사친이 그런 스킨십을 고의로 하면서 저의 질투를 유발한다는 점이에요. 남자친구와는 그 여사친 때문에 다투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연애를 할 때 연인이 자신의 이성 친구와 가깝게 지내는 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연애를 시작했다고 친구와의 관계가 달라져야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불편해하는 관계라면 당연히 관계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애를 시작했다고 이성 친구와의 관계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킨십을 하는 등 친구 이상의 관계로 보일 여지가 있다면 그 관계에는 분명히 거리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다른 이성의 문제로 연인이 다투는 일이 많다면 그 관계는 결코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밥스님의 생각과 마음을 남자친구분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남자친구 본인의 인간관계는 본인이 해결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건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남자친구분에게 확실히 선을 그으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연애를 시작한다고 이성인 친구와의 관계를 모두 정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연인에게 신경이 쓰일 수 있는 관계는 거리를 조정하는 게 좋지만, 연인에게 이성 친구와의 관계를 모두 끊으라는 강요는 잘못된 사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밥스님께서도 조금은 이해하시되, 선을 넘는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대처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건강한, 행복한, 그리고 오랫동안 좋은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연애는 원래 어렵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면 서로의 의견과 가치관이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혼자일 때는 몰랐던 자기만의 취향과 가치관을 알게 됩니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은 당연히 똑같을 수 없습니다.
똑같이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추가 메뉴로 어묵을 시키느냐, 순대를 시키느냐에서 선택이 갈릴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현명하게 연애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로를 이해하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우려 노력해야 하고, 더 나은 연애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애에도 한 가지 정답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연애가 다르고, 자신이 연애에서 얻고자 하는 바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연애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어떤 연애를 하고 싶은지, 연애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애를 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꾸준히 채워나가고, 연인과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명한 연애란, '서로를 이끌어주는 연애'입니다.
함께 제자리에 있어서는 권태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이 이끌고 한 사람이 따라가는 연애 역시 두 사람 모두 지칠 수밖에 없죠. 그러니 서로를 이끌어주는 관계가 더 멀리, 더 행복하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될지, 연애만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지금 연애에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면 앞으로의 연애든, 다음의 연애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연애를 하게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서로를 통해 더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함께할 때 더 행복하고, 서로를 보듬어주고, 서로를 이끌어줄 수 있는 연애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밥스님께서 보내주신 고민에 답변을 드렸습니다.
사실, 연애 문제는 두 사람 모두의 말을 들어봐야 하고, 두 사람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다투는 일이 자주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연인이 다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똑같은 문제로 자주 다투는 것입니다.
연애를 하면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해나가는 방법은 역시 대화뿐입니다.
간혹 다툼이 생길까 봐 대화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다툼을 피하는 일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오해를 푸는 방법뿐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대화를 피하려 한다면 이렇게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당신과 싸우려는 게 아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싸우려 하지 말고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충분히 털어놓는 시간을 꼭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