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 시즌 2 | 첫 번째 편지
오랜만에 고민우체통에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고민은 '친구 관계'에 관한 고민인데요.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친구를 사귀게 되는 만큼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연은 어떤 고민을 담고 있을까요?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늘보리라고 합니다.
저는 요즘 인간관계에 고민이 많아요.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한테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처음 만난 친구들과는 친해지지 못했지만, 그다음에 만난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재미있는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어요. 덕분에 그 이후로는 친구 사귀는 일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오면서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 무리가 있습니다. 무리에 친구들이 많다 보니 더 친한 친구도 있고, 덜 친한 친구도 있었어요. 덜 친한 친구들이 있어도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별 문제는 없었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상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덜 친했던 친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친했던 친구들과도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빠서 그런지 제가 연락해도 답이 드문드문 오고, 친구들이 제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거의 없더라구요.
바빠서 그런가 싶었지만 SNS를 보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 친구한테 잘못한 게 있나 싶기도 하고, 저랑 멀어지고 다른 친구들이랑 가깝게 지내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직접 만나서 물어보자니 요즘 시기가 시기인지라 멀리 나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친구 관계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요즘은 자존감도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한 게 있는 걸까요?
어릴 때의 친구 관계와 나이가 들어서의 친구 관계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 친구 관계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어떤 친구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친구 관계는 얼마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친구분은 왜 그렇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걸까?
사실, 친구가 내 연락에 왜 답을 하지 않는지, 왜 먼저 연락하지 않는지, 내가 연락해도 반가워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다.
직접 만나서 대화라도 나눌 수 있다면 상대방의 표정이나 태도, 말투 등을 통해서 짐작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문자만으로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친구가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친구들보다 다른 데에 더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원래 전화나 문자보다는 만나서 대화 나누는 걸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로 나보다 다른 친구들과 연락하는 걸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상대방에게 그 이유를 직접 듣지 않는 한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상대방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는 수밖에 없다.
혼자서 아무리 고민해봐야 상대방의 마음은 알 수 없다. 그러면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는 방법밖에 없을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
'나'를 만드는 사람
'나'는 누가 만드는 걸까?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하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고민한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옷을 사고, 유행하는 패션을 따르며 겉모습을 치장하는 데 공을 들인다. 자기 주관에 따라 무언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보는 영화를 따라 보고, 남들이 읽는 책을 따라 읽고,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을 먹으러 찾아간다.
어릴 때는 내 안에 쌓인 것이 별로 없어서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나'라는 사람이 정의된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야 내가 문제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친구들이 가진 것을 나도 가지고 싶어 하고, 부모님보다는 친구들에게 인정받아야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어릴 때는 나만의 정체성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친구들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게 된다.
그런 습관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지면, 성인이 돼서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신경 쓰게 된다. 성인이 됐을 때도 친구들이 나를 반기지 않으면 내가 사라지는 기분을 느끼고, 나를 찾는 사람이 없으면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통해 존재하게 되는 건 아니다.
주변에 친구가 많다고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뜻도 아니고, 친구들이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늘보리님처럼 친한 친구한테 연락했는데 친구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를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러니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인간관계에는 정말 많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러니 당연히 내 탓만 할 필요도 없다.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되자!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모두 똑같이 태어나고, 똑같이 학교를 다니고, 똑같이 직장생활을 해도 그 안에는 각자 자신만이 가진 유일한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피겨선수가 된 사람의 스토리를 좋아하고, 시골에서 자라 교육을 많이 못 받았지만 혼자 열심히 공부해 수능 만점을 받은 사람의 스토리를 좋아한다.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먼저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 지금까지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면 된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 내가 살아갈 이야기가 궁금하면 그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괜찮다. 나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면 누군가에게는 분명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테니 말이다.
살다 보면 관심사는 끊임없이 바뀌기 마련이다.
어떤 때는 친구 관계에 가장 관심이 많다가도, 관심사가 바뀌어 친구 관계보다는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쏟기도 한다.
지금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친구 관계라면, 친구 관계가 조금이라도 틀어졌을 땐 힘든 게 당연하다. 하지만 관심사가 바뀌면 친구 관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내가 딱히 잘못한 게 없다면 내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상대방의 잘못도 아닐 수 있다.
반드시 누군가 잘못을 해야만 관계가 틀어지는 건 아니다.
때로는 별 이유 없이 멀어졌다가도, 별 이유 없이 다시 가까워지기도 한다.
관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관계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흔들릴 필요가 있을까?
그것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해, 흥미로운 나만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지금까지 하늘보리님의 고민에 대한 답장을 드렸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오픈한 고민우체통에 도착한 첫 번째 사연이었는데요. 고민하시던 부분에 도움이 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다 보니, 올바른 답변을 드리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저 역시 많은 고민 끝에 드린 답변이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답변이 부족하셨다면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추가 답변은 메일로 드릴 테니 조금 더 빨리 답변을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용기 내 고민을 보내주신 하늘보리님께 감사드립니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