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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Apr 10. 2017

만나기 싫은 친구를 만나는 이유

고민우체통에 도착한 42번째 편지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하지만 성향이 전혀 다른 사람들도 친구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점점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픈데요. 이번 고민과 답변을 보시면서 '나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시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30대 초반 여성입니다.

 이 나이가 되면 인간관계도 좀 더 쉬워지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너무 어려워 이렇게 고민을 보냅니다.

 자주 만나는 친구 한 명이 있습니다. 저와 만나는 걸 좋아하고,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친구만 만나면 짜증이 나서 표정 관리조차 안 될 지경입니다. 저도 모르게 틱틱 거리게 되네요.

 이 친구를 만나면 짜증이 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우선 이 친구가 시간 개념이 부족합니다. 늘 약속시간에 늦죠. 그리고 명품을 좋아하다 보니 제가 뭘 쓰고 뭘 입는지까지 신경을 씁니다. 친구를 만나는 날이면 저까지 덩달아 신경이 쓰이죠. 게다가 이 친구는 연예인처럼 화려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그런 삶을 사는 것처럼 남들에게 보여주려 애를 쓰죠.

 다양한 이유 때문에 친구를 만나기만 하면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제 고민은 이 부분이 아닙니다. 만날 때 짜증이 나면 안 만나면 되는데 이상하게 그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어 집니다.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 질투하는 마음까지 생길 때도 있어요.
 
 분명 이 친구를 만나면 친구의 이런 행동들 때문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데요. 왜 돌아서면 또다시 그 친구를 만나고 싶은 걸까요? 제 친구가 그 친구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모든 인간관계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든, 연인 사이의 인간관계든, 친구 사이의 인간관계든 말이죠. 사람에 따라 인간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나 대처하는 방식은 다 다를 텐데요. 제가 관련 분야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제 생각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 친구


 우리는 살면서 많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 학교나 학원을 다니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연스레 친구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소개로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기도 한다.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지만 그만큼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 중에 내 곁에 오랫동안 남을 친구를 찾게 된다. 내게서 떠나가지도 않으며, 내 편을 들어주고, 내 생각을 존중해주는 친구 말이다.


 그렇게 찾은 친구는 '내' 친구가 된다. 다른 누구보다 나와 가장 친한 나만의 친구 말이다. 종종 나만의 친구를 찾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친구가 내 소유물도 아닌데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마치 내 친구를 다른 사람에게 뺏긴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내 친구라 찜한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내 친구로 계속 남아 있을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친구가 맨날 명품 타령을 하든, 외적인 모습을 치장하는데만 신경을 쓰든, 예의 없이 행동하든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저 내 친구로 남아있으면 족하기 때문이다.


친구는 그냥 친구다


 나는 성인이 되기 전에는 친구관계에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같은 반이면 자연스레 친구가 됐고, 같이 노는 아이들이면 친구가 됐다.


 친구가 되기 위한 절차나 조건 따위는 없었다. 공부를 얼마나 잘하고, 운동을 얼마나 잘하고, 힘은 얼마나 세고, 어떤 아이니깐 친구가 돼야 한다는 등의 기준은 없었다. 그저 나이가 같으니 친구가 됐고, 곁에 있으니 친구가 됐다. 앞으로 각자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른 채.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친구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와 친구가 되는 사람은 한때 나와 잘 어울리고, 잘 맞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생각, 가치관 등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성장하는 삶을 추구했지만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그런 삶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친구들과는 점점 만날 일이 줄어들었고, 내 가치관과 부합하는 사람들은 더욱 자주 만나게 되었다.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각자 다 자신만의 삶을 사는 만큼 개개인의 색깔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다 보니 만나는 사람의 범위도 점점 좁아지게 된다. 나와 가장 잘 맞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친구는 그냥 친구다. 내가 이렇게 변했다고 친구도 이렇게 변해야만 계속 친구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그 관계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내가 어떻게 변하든 상대방이 어떻게 변하든 친구로 남아있을 수 있다. 물론 점점 안 좋은 길로 빠져드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 친구와 친구관계를 이어나가기가 올바른 길인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친구는 그대로인데 내가 변해서 그 친구가 다르게 보여도 친구였던 이가 친구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사람은 소유물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내 친구 역시 '내 것'도 아니고 '나만의 친구'도 아니다. 


 단 한 사람의 친구에게만 모든 관심을 쏟을 경우 그 친구가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다면 질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단 한 사람만이 아니라도 소수의 친구만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가깝게 지낼 경우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그러지 말고 친구를 더 다양하게 사귀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다양한 친구를 사귀어보면서 맞지 않는 사람도 만나보고 잘 맞는 사람도 만나보면 나와 잘 맞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에 좋은 친구가 많고, 주변 사람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 때 친구를 질투하는 마음은 줄어들게 된다. 연인관계와 마찬가지로 친구관계 역시 상대방에게 집착하면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니 나만의 친구라 생각하지 말고, 또 나 역시 그 친구만의 친구라 생각하지 말자.


 지금의 친구들도 친구관계를 잘 유지하고, 나와 잘 맞는 친구를 더 많이 사귀려는 노력을 한다면 진정한 친구를 만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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