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에 도착한 41번째 편지
이별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모든 이별에 적용되는 공식일까요? 분명 이 말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틀리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고민을 써 보냅니다.
전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헤어지게 되었죠. 시간이 지나면 이별의 아픔도 사라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더라구요. 이별 통보를 받은 지 벌써 반년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와 저는 같은 공부를 하다 만났습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공부를 하고, 학원도 같이 다니고, 밥도 같이 먹고, 수업도 같이 들으며 친해지다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죠. 문제는 시험을 보기 두 달 전에 연애를 시작했다는 것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죠.
그렇게 연애와 공부를 하며 제가 먼저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연애를 하다 보니 공부에 집중도 못하고 딴생각도 많이 했는데 운이 좋게 합격을 했습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불합격을 했죠. 그때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저만 합격해서 뭐라 여자친구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합격에 들뜬 저는 같이 공부해서 합격한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오랜만에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자친구는 계속 공부를 했기에 주말에나 볼 수 있었죠. 그래도 주말이면 꼭 만나서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필요한 게 있으면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교육을 마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긴장되고 배울 것도 많은 분위기 속에서 여자친구에게 많은 신경을 써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여자친구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합격하면 같이 놀러도 다니고 싶었지만 여자친구도 바로 교육을 받으러 가서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얼마 후 여자친구도 교육을 마치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그녀에게 전화로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죠.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전화 한 통에 끝내자는 여자친구가 괘씸했죠.
그 당시에는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부터는 제 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한테 제가 너무 못해줬던 것 같았습니다. 연락 문제도 있었고, 잘 챙겨주지도 못했고, 얘기하면 잘 들어주지도 않았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고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연락도 여러 번 하고, 편지도 보냈죠. 처음에는 미안한지 일일이 답장을 해주다 이제는 답장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매정하더라구요.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그녀에게 속상함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의지도 할 수 있고, 보살핌도 받는 느낌을 원했는데 전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아었고, 독단적이며,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편이 되어줄 것 같지 않다고 했어요.
전 그래도 그녀를 항상 진심으로 대했습니다.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름 배려도 많이 하고, 노력도 하고, 얘기도 들어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나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제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겠습니다. 마음 한켠에는 그녀를 만나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라도 좋으니 진심 어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게 되면 누구나 아픔을 느낍니다. 이미 이별을 했다면 지난 연애에 매달리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연애를 준비하는 편이 더 좋겠죠. 누구나 이 사연을 들으면 그저 '헤어져'라고 하겠지만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을 걸 알기에 제 답변을 보탭니다.
이별 준비
살다 보면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마주하게 된다. 만남이 평생 지속되는 관계도 생기지만, 짧고 강렬했던 관계로 짧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 사실 평생 지속되는 관계는 없다. 모든 만남 뒤에는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연애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별하게 되는 법이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결말은 모두 같다. 일반적으로 누군가 이별통보를 했다면 즉흥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과거부터 쌓여온 생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별이라는 결과물이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별에는 항상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별의 원인은 상대방만이 아닌 내게도 있을 거다. 상대방을 대하는 내 말투나 태도, 행동 등 무엇이 문제였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왜 이별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별의 아픔도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누군가 내게 이별을 통보했다면, 그 사람은 오래전부터 조금씩 이별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점
이별 후 다시 만나는 연인들은 대게 비슷한 이유로 또다시 헤어진다. 연애할 때는 신경 쓰지 않던 부분들을 헤어지고 나서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잘못한 부분을 고치겠다며 상대방에게 다시 다가가지만, 상대방에게 잘못된 모습일지라도 수십 년 살아온 내 본모습이기에 고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만나서 서로 노력하며 연애를 이어나가는 연인도 있지만, 대부분의 연인은 금세 다시 헤어지고 만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연애를 할 때 문제가 됐던 부분이 결국 다시 문제가 된다. 서로의 장점보다는 단점에 집중하게 된다. 과연 그 단점이 고쳐지는지 말이다.
한번 돌아선 상대방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는 정말 어렵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상대방이 이별을 통보했다면 분명 이별을 준비하며 상당한 기간 동안 마음을 정리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상대방을 분리하게 되고,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들을 하나씩 찾게 된다. 그런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돌아선 상대방의 마음을 되돌릴 엄청난 노력을 할 준비가 됐다면 시도해볼 만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면 이제는 그냥 보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이별의 아픔을 잊는 길
이별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히는 걸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흔히 이별의 아픔에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별 후 시간만 가진다고 아픔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픔이 치유되기도 하고, 계속 지속되기도 한다.
이별의 아픔을 잊는 방법은 없다. 사랑을 하다 이별을 하면 당연히 고통스러운 법이다. 아픔을 잊으려 별의별 노력을 해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아픔을 들여다보지 않고, 피하거나 숨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별의 아픔을 잊는 쉬운 정답 같은 방법은 없지만 좀 더 현명한 방법은 있다. 아픔을 피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종종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 다른 연인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아주 잘못된 방법이다. 본인이 왜 이전 연애에서 이별하게 되었는지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로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게 되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상대방이 내게 이별통보를 한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잘못한 점은 없는지,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지, 나와 상대방이 맞지 않았던 점은 무엇인지 깊이 돌아보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다음 연애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머리와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별은 원래 아픈 법이다. 피하려 하지 말고, 숨으려 하지 말고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 그러고 나서 다음 연애는 지난 연애보다 아름답게 만들어가면 된다.
글을 쓰고 보니 과연 이 답변으로 고민에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네요.
이별의 아픔을 잊는 방법이나 다시 재회하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물어오신 것 같은데요. 단순히 방법을 알려드리기보다는 스스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나가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답변을 드렸습니다.
지난 사랑이 그립다면 다시 돌아가려 노력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지난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과거의 나보다 나은 내가 돼야겠죠?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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