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우체통에 도착한 44번째 편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면 서로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서로의 거리를 어떻게 좁혀나가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연애가 되기도 하고 큰 상처가 남는 연애가 되기도 합니다.
* 본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약간 변경·축약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리'라고 합니다.
제 고민은 남자친구와 저의 잠에 대한 태도가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는 잠자는 시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찍 자면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 적어도 밤 12시는 지나야 잠자리에 들곤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늦게 자는 편은 아닌데요. 일어나는 시간이 보통 아침 5시이기 때문에 자는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물론 주말에는 늦잠을 자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잠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남자친구가 하는 일이 몸을 쓰는 일이라 힘들기도 하고, 일하는 시간이 자주 바뀌기도 해서 피곤한 것은 이해합니다. 평소에는 일반 회사원들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서 일찍 끝납니다. 그러나 가끔은 야간에 일을 시작해 아침에 일이 끝날 때도 있죠.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힘들어하는 걸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잠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적어도 7~8시간은 꼭 자야 하고, 일이 많아 피곤한 날에는 12시간은 기본이고 심할 때는 하루를 내리 잠만 자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잠을 자느라 하루가 다 가기도 하죠. 잠 때문에 자기 할 일을 미루거나 하지는 않지만 일 다음으로 중요한 게 잠이 아닌가 할 정도로 잠을 많이 잡니다.
만난 지 벌써 몇 년이 지나서 저 역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친구의 이런 모습을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여자와 자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남자는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과연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연인은 서로 다른 사소한 습관 때문에도 많은 갈등을 겪습니다. 고민을 보내주신 분처럼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시는 분들은 잠을 많이 주무시는 분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잘 시간에 일이든 취미든 뭐라도 더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 역시 한때는 자는 시간을 아까워했던 사람으로서 보내주신 고민에 대한 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적정 수면시간은?
많은 연구결과에서 밝혀졌듯이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은 7~8시간이다. 다만 이 시간은 평균 수치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자신에게 실제로 필요한 수면시간에는 차이가 있다.
고민을 보내주신 분처럼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시는 분들이 있다. 자는 시간을 줄여 더욱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실 자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잠을 자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도 하고, 뇌로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는 활동을 한다. 그래서 잠을 제대로 못 잘 경우 다음날 컨디션이 나빠지고, 생산성은 오히려 더욱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잠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단순히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은 문제가 된다. 사람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필요한 수면시간은 다르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힘들게 몸을 쓰는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수면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반나절이나 하루 종일 자는 것은 오히려 나른함과 무기력을 불러일으킨다. 심한 경우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잠을 너무 적게 자는 것과 너무 많이 자는 것 모두 좋은 수면습관은 아니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자신의 수면습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둘 다 올바른 수면습관을 가지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간에 집중하자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일을 하느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해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유든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은 자는 시간을 줄여 남는 시간에 무언가 더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다. 그러므로 시간을 얼마나 '더 많이'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몇 년 전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할 때였다. 일이 재미있기도 했고 잘하고 싶기도 했다. 일과 개인적인 시간을 모두 챙기려 잠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아침 4시면 일어나 한 시간 정도 개인 시간을 보내고 첫 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할 때면 출근시간보다 2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일찍 도착해 일과 관련된 공부를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재미있고 더 잘하기 위해 스스로 한 노력이었다. 그렇게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저녁에는 제일 늦게 퇴근했다. 성과는 빠르게 나왔고,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잠을 심하게 줄이면서까지 일을 하니 몸과 마음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성과를 냈지만 10년, 20년 일하신 분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결국 일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대신 큰 배움을 얻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큰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성과를 쌓아온 사람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는 잠을 줄이지 않는 대신 숙면을 취하려 최대한 노력했고, 깨어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대한 집중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매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오랜 기간 성과를 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진짜 문제는?
사실 보내주신 고민에 대해 위에서 말씀드린 답변은 무용할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는 잠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면 부딪히는 부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수십 년 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바로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려 노력해야 한다. 수면 패턴이 다르면 수면 패턴을 바꾸든 상대방의 수면 패턴을 이해하든 선택해야 하고, 옷 입는 취향이 다르면 스타일을 바꾸든 상대방의 취향을 인정하든 선택해야 한다. 서로 다른 부분을 끊임없이 이해하고 맞춰나가는 것이 연애다.
이렇게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잠에 대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잠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인정하려는 노력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가?'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보자.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