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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Jul 20. 2020

'제가 한 선택은 옳은 선택일까요?'

누구도 정답은 알 수 없다.

고민우체통에 네 번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고민은 '진로'에 관한 고민인데요. 이번에 사연을 보내주신 분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실까요?




* 익명성 보장을 위해 사연은 충분히 수정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불안이라고 합니다.

 제 고민은 경찰이 되고 싶은 제 꿈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에요. 친구들은 다들 대학에 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저는 대학에 가지 않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물론, 준비는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생활과 동시에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하니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조금씩 지쳐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주위 친구들마저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며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는 이왕 하는 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경찰이 되는 과정도 너무 힘들다고 하고,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하니 이 길을 선택한 제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저는 겁도 많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 제가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서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일은 분명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친구들과 함께 달려오다 혼자만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왠지 세상에서 나 혼자 다른 길을 선택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저 역시 '불안'님과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요. 이번 답장에서는 제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릴까 합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길

 저는 대학에 다닐 때 기계 쪽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취업이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었어요. 눈만 너무 높지 않으면, 대학 생활을 하면서 준비만 잘하면 취업하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죠.


 하지만 제 목표는 취업이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그러다 우연히 '변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어요. 변리사란 특허 출원을 대신해주거나, 특허 분쟁이 생겼을 때 소송을 대리해주는 직업이었죠. 전공 지식과 법률 지식이 모두 필요한 일이었어요.



 평소 학교 공부에도 관심이 없었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던 저는 변리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내가 일한 만큼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일이고, 돈도 꽤 잘 벌 수 있다는 말에 변리사 시험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변리사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토익 점수가 필요했어요. 제 기억에는 775점인가 했던 것 같은데요. 그 당시 제 토익 점수는 400점대였습니다. 평소 공부에 관심이 없던 저는 영어 공부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죠.


 그런 제게 700점대의 점수는 정말 높은 점수였어요.


 친구들은 열심히 학교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따고, 취업 준비를 할 시기에 저는 휴학을 하고 변리사 시험을 위해 토익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공부를 시작하니 당연히 점수가 오르기 시작했죠.


 하지만 원하는 점수는 쉽게 얻을 수 없었어요. 점수가 제일 잘 나왔을 때도 목표 점수에서 10점이 부족한 적도 있었죠.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토익 공부와 변리사 시험 준비를 병행하던 저는 모든 걸 내려놓고 토익 공부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공부법도 바꾸고, 모든 시간과 노력을 토익 공부에 쏟았죠.


 그렇게 바로 다음 시험에서 800점이 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었어요. 400점대였던 제가 말이죠.



 불안님께서 보내주신 고민에는 영어 공부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었습니다. 제 사례를 보시면 조금은 용기를 가지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변리사 시험은 거기서 시작이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뿐이었죠.


 변리사 시험은 만만치 않았어요. 저는 생전 처음 보는 을 공부해야만 했어요.


 처음에는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도 제게는 어려운 일이었어요.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20분 남짓이었죠.


 그래도 난생처음 제대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인간관계고, 학교고, 취미생활이고 모두 포기하고 변리사 시험에만 매달렸죠.


 그러던 와중에 친구들은 하나둘 취직해서 학교를 떠나갔고, 저 혼자 학교 도서관에 남아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어요. 친구들이 한 명씩 자리 잡아가는 소식을 들을 때면 친구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제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인지 끊임없이 되뇌어야 했죠.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니 당연히 공부에도 집중할 수 없었어요.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을 변리사 시험에 투자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어요.


 살면서 처음으로 맛보는 큰 실패였죠.


 그 이후, 저는 꽤 오랜 시간 방황을 했던 것 같아요.




괜찮아,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20대에 그렇게 큰 방황을 겪었지만 저는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어요.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너무 힘든 것도 아니고, 인생의 방향을 잃은 것도 아니고,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적어도 제 주변에는 없어요.


 물론,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크게 성공한 건 아니에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에요.


 사회에 나와보면,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돈은 많이 벌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돈을 적게 버는데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한 사람도 꽤 많아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와도 같아요.


 사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길을 선택한 사람도 많지만, 요즘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선택해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많아요.


 불안님이 선택하시려고 하는 길을 걷는 사람도 꽤 많아요. 단지, 지금 불안님의 나이에 그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적을 뿐이죠.


 지금 당장은 주변에 비슷한 길을 걷는 친구가 한 명도 없을지 몰라도, 막상 그 길에 들어서면 같은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거예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아요. 알려지지 않았거나, 자신이 알지 못할 뿐위에요.


 그러니 나 혼자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고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친구분들도 결국에는 자신만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날이 올 거예요. 불안님은 그 선택은 조금 더 빨리했다고 생각하시면 좋지 않을까요?


 자신이 진정으로 가고 싶은 길이라면 자신의 선택을 믿고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남들보다 먼저 한 열정적인 도전은 분명히, 불안님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넘어져도 괜찮아,

 글 초반에 제가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렸어요.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한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불합격으로 끝났죠.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저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 선택으로 얻은 것이 있기 때문이에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원래 공부와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어요. 한 번에 2~30분씩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죠. 하지만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떻게든 앉아서 집중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토익 점수를 얻을 수 있었어요.


 물론 시험은 떨어졌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열심히 집중하는 연습을 한 덕분에 지금은 하루 종일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오랜 시간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그 시기를 겪지 않았더라면 얻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인내와 꾸준함이었죠.


 살다 보면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경험하게 돼요.


 도전은 가슴이 뛰는 일이지만, 실패는 가슴이 아픈 일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실패를 줄이기 위해 남들이 가는 길을 가고, 많이 알려진 길을 선택해요.


 하지만 실패에서도 배울 것이 있고, 얻을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는 게 조금은 덜 두려운 일이 될지도 몰라요.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해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 실패는 단지 길을 걷다가 한 번 넘어진 것에 불과해요. 넘어졌으면 일어나서 다시 걸으면 그만이죠.


 때로는 내가 한 선택이 옳은 선택이 아닐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선택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또다시 일어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면 그 선택은 실패라고 부를 수 없어요.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죠.


 그러니 자신의 선택을 믿고, 열심히 나아가 보셨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불안님께서 보내주신 고민에 답변을 드렸어요.


 사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보다는 혼자 걷는 게 더 두려운 게 당연해요. 실패했을 때의 책임은 온전히 내 몫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 옳은 길이라는 보장은 없어요. 오히려 혼자 다른 길을 선택한 내 선택이 옳은 경우도 있죠.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내 삶은 내가 선택하고, 그 선택을 옳은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조금 더 재미있고, 조금 더 기억에 남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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