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mi Lee Mar 17. 2024

시간 단위로 쓰는 다이어리

    

 평생을 투잡퍼로 살아왔다. 첫 직장이었던 부동산을 다니면서 창업을 했고, 부동산을 그만두고 창업에 올인을 하였을 적에는 강의를 다녔고, 강의를 마무리할 무렵에는 소설가로 등단을 하여 본격적으로 글 쓰는 일에 뛰어들었으며 최근에는 회사에서 체육관을 오픈하여 초등학생들도 종종 가르치고 일까지 병행하고 있다. 일을 해 보니 나는 한 가지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두 가지 이상 일을 할 적에 모든 일에 더 집중하며 잘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두 가지 이상 일을 동시에 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시간관리는 생명이다. 아침 시간도, 저녁 시간도, 주말도. 하루라도 허투루 쓰거나 빈둥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마리 토끼를 모조리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쓰는 일이야 나 혼자 컨트롤하면 된다지만 회사 일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절대 대충 할 수 없다. 내가 하나라도 실수를 하거나 빼먹은 일이 있으면 동료들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다. 현재 회사에서는 내가 글을 쓰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까지 용인해 주며 나의 멀티 태스킹 능력을 인정해 주고 있으므로 그럴수록 더욱 회사 일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 물론 이런 압박이 부담스럽거나 힘들지 않고 즐거운 편이다. 


 그래서 나의 다이어리는 매일매일 시간 단위로 관리가 되고 있다. 아침 8:00부터 시작되어 시간 별로 할 일을 적어 놓는다. 휴대폰 어플이 아닌 종이 다이어리에 써놓고 노트북 옆에 펴 둔다. 휴대폰에 손이 가기 시작하면 이런저런 앱의 개미지옥에 빠지기도 쉽고 휴대폰을 켜고 들어가서 확인하는 시간도 하루에 몇 번씩 하다 보면 꽤 시간낭비다. 10시 출근인 우리 회사의 시스템에 따라 회사 일은 10시에 보통 시작한다. 8시에 기상을 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챙겨 먹고 오전에 글을 1시간 쓰는 것이 오전 시간을 가장 알차게 보내는 습관이라 생각한다. 평일 오전에는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때도 있다. 급하게 회사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그 일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10시가 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해야 할 일들을 빼곡하게 적어놓고 최대한 그대로 하는 편이다. 나는 점심시간을 따로 가지지 않으므로 8시간 동안 최소한 8가지 일을 해치울 수 있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별의별 일이 다 있다. 내가 직접 응대해야 하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고, 회사에 필요한 제품을 국내외에 주문하는 주문서를 넣어야 하기도 하다. 제품 홍보는 전적으로 나의 담당이므로 블로그와 인스타, 네이버 밴드, 유튜브 촬영과 편집도 도맡아서 한다. 온라인 홍보는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이 아니므로 꾸준히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내가 홍보에 신경 쓰는 달과 그렇지 않은 달의 매출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이것은 직원들에게 일임을 해 보기도 하였지만 내가 직접 관리할 때의 효과가 가장 좋았다. 그러므로 현재 회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묵직하게 하고 있는 일이 홍보와 단골고객 관리를 하는 일이다. 신상품이 나오거나 할인 이벤트를 하는 주간에는 손발이 더욱 바빠진다. 대신 그 외적인 일은 직원들이 대신해 처리해 주는 것이 많다. 매일 사무실에 붙어서 해야 하는 고객 응대와 포장, 교환, 반품 처리 등이다. 신상품의 촬영과 상세페이지 작업, 재고 관리, erp 관리 등도 직원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밖에 물건이 수입되거나 수출을 하는 것, 신상품을 기획, 제작하는 것도 동료들이 전담하여 처리해 준다. 디자인적인 감각이 없고 패션 센스 따위도 없는 나는 그 일에 되도록 참여하지 않는다. 몇 번 끼어들어 봤는데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나는 그저, 만들어주는 일을 열심히 홍보하고 뿌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 일은 나와 적성이 꽤 잘 맞고 팀원 중에서 가장 잘한다. 온라인 홍보만 생각하자면 하루에 인스타, 블로그, 유튜브, 밴드 업로드를 모조리 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므로 거의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짜, 예약발행을 걸어 놓는다. 월요일은 인스타, 화요일은 블로그, 수요일은 네이버 밴드와 같이 계획적으로 하루에 7개 정도의 글과 사진을 만들어 올린다. 보통 하루에 한 시간은 이 같은 홍보 일에 할애한다. 때때로 인플루언서들을 모객 하기도 한다. 눈여겨본 사람들 중 우리 제품과 맞는 사람이 있으면 협찬 제안도 한다. 또한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인테리어 시설 설비 업체나 헬스장 등에 도매사이트를 홍보하기도 한다. 그리고 담당자와 통화가 필요할 때나 미팅이 필요할 땐 적극적으로 다녀오는 편이다. 나의 손발이 바빠지는 만큼 우리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나를 포함한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테다. 그러니까 이렇듯 다양하고 많은 일들을 하려면 하루에 8가지 일은 최소한 마쳐야 한다. 


 또한 하루종일 일을 해보면 여기저기서 요청을 하는 다양한 일들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세무사사무실에서 4대 보험 개인별 내역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거나, 지원사업을 받는 기관에서 사업자 등기부등본을 새로 뽑아 달라거나. 그 모든 것들이 일이고 시간이기 때문에, 시간별 계획은 널널하게 잡아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몽땅 밀리기 때문이다.


 이 시간별 다이어리는 하루에 한 번 아침마다 쓴다. 때로는 하루 전 날 다음 날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적어두기도 한다. 또한 오늘 완벽하게 처리를 못 했던 일이 있다면 다음 날의 일정 중 한 시간을 할애한다. 어떤 일은 ‘나라장터 입점하기’와 같이 끝 간 데 없이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일이고 승인받기 까지도 오래 걸려 몇 달째 질질 끌며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들도 있다. 매일, 오늘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일부터 처리하느라, 우선순위가 밀리는 일들은 조금씩 미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을 하면 물 마시러 일어나거나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엉덩이를 뗄 때가 거의 없다. 아주 집중한 상태에서 하루에 딱 지정된 8시간만 일을 하고 마치는 것이다. 6시가 되면 직원들이 퇴근을 하기 때문에 나의 일도 얼추 마무리가 된다. 그렇지만 그날 못다 한 일이나 특별한 일들을 처리할 때가 있으므로 저녁 식사가 늦어질 때도 있다. 저녁은 최대한 잘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외식도 종종 하고 요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손발이 바쁠 때는 김밥 한 줄로 때우기도 한다.


 최대한 시간 내에 할 일을 완수하는 팁이 있다면, 갑자기 번뜩 떠올라해야 할 일들이 생기면 웬만하면 메모를 해놓고 뒤로 미루는 것이다. 예를 들면 쿠팡에서 주방 수세미 사기, 강아지 간식 주문하기와 같은 것이다. 종일 일을 하다 보면 갑자기 새로 올린 유튜브의 조회수가 궁금해지거나 인스타 릴스 조회수가 궁금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도 ‘유튜브, 인스타’와 같이 다이어리 맨 밑에 적어둔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해당 앱들을 클릭하고 시간을 한정 없이 도둑맞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SNS계정 관련 알람은 켜놓지 않으며 웬만해선 실시간으로 댓글이나 답변을 못한다. 단, 이메일은 카톡보다 더 열심히 확인한다. 요즘 세상에 이메일로 보내는 일은 가벼운 일보다는 거의 중요한 문서나 공지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조금 하고 운동도 하고 피부관리도 받고 네일아트도 받고 개인 유튜브도 찍어 편집하고 꽃나무에 물도 주고 노닥거리며 다이어리에 스티커도 붙여 보고 강아지와 산책도 한다. 이 시간에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식기세척기도 돌려놓아야 한다. 기타 등등의 일을 마치고 샤워까지 개운하게 끝내고 나면 10시가 넘게 된다. 그러면 다시 슬슬 노트북을 꺼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루에 아침 1시간 저녁 1시간 올곧게 순수 글쓰기 타이핑을 했을 때 가장 최근 기준으로 한 달 만에 원고지 500매 분량의 장편소설의 초고를 완성했다. 그러니까 하루에 두 시간 글 쓰는 시간이 적지 않은 것이다. 전업 작가들이나 웹소설 작가들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지만 나의 한계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이다. 그래야 다른 일을 하며 돈과 관계없이 쓰고 싶은 글을 실컷 쓸 수 있고, 종일 앉아 있느라 허리를 혹사시키지 않고 하루에 한 시간 만이라도 운동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11시 30분에서 12시쯤 자리에 눕는다. 이때는 정말 내 멋대로 아무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이라 인스타도 끼적끼적하고 재미난 유튜브도 보는데 통상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스르르 잠들곤 한다. 하루에 8시간은 꼭 자야 생활이 유지되는 타입이므로 밥은 안 먹어도 잠은 꼭 꼬박꼬박 자 준다. 내 체질에 잠이 얼마나 보약이냐면 아플 때도 약을 먹는 대신 잠만 자고 나면 낫는다. 


 주말에는 밀린 잠을 몰아 잘 때도 있고 멀리 나가 외식을 할 때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다음 한 주의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쓸 글의 방향을 잡기도 한다. 가끔 하루를 통으로 비워 멀리 훌쩍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시골생활이 꽤나 유용하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약속을 잡을 일도 극히 드물며 돌발적인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시에서보다 훨씬 더 바쁘게 살며 많은 성과를 이루는 느낌이다. 


 이렇게 촘촘하게 살고 나면 무엇보다 나 자신의 만족도가 무척 크다.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느낌, 어제보다 업그레이드되어 가는 느낌이 들어 좋다. 이런 내 일과를 본 내 친구는 듣기만 해도 질린다고 했지만, 혹시 매일 하루를 너무 루즈하게 보낸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 계시다면 하루쯤 시도해 보아도 좋을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마 하루를 계획성 있게 멋지게 보낸다면, 중독처럼 일주일에 두세 번이 되거나 그보다 더 자주 이런 하루 다이어리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이전 14화 우리 동네엔 ‘품바축제’ 이런 게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