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와 기분의 상관관계 3. 과다출혈 그리고

깨알 생리컵 간증

by 이랑



물론 아나프록스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저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일 뿐. 그리고 언제나 완벽하게 통증을 없애주는 것도 아니었다. 두 개의 파란색 알약을 삼키면, 때에 따라서는 통증이 마법같이 사르르 사라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까지 들 때도 있었지만, 통증의 강도가 세서 그런 건지 운이 없어서 그런 건지 어떤 날은 추가로 약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며 배 위에 핫팩을 올려놓고 통증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날도 있었다. 다만, 내 몸에 확실한 효과를 주는 단 하나의 약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 약이 떨어지지 않게 늘 상비약으로 구비해 두었다.






생리통도 문제였지만, 원래도 많았던 생리의 양이 어느 순간 감당이 되지 않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둘째 셋째 날은 쏟아지는 피 때문에 앉아있기가 겁이 날 정도였다.


사춘기와 20대 때에는 생리대만 사용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심각한 수준의 출혈은 아니었다. 별 다른 대안이 없기도 했다. 생리대의 화학물질과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종종 뉴스를 통해 전해졌고 생리통의 원인 중 하나로 의심을 하기 시작했을 때, 생리컵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착용할 때 몸속에 끼워 넣는다는 거부감의 장벽을 넘으면, 뽀송한 기분으로, 여타 신세계를 맛봤다는 생생한 다른 간증들처럼, 양이 많아서 자주 버리고 끼워 넣는 날을 제외하고는, 생리날임을 잊기까지 하는! 마법이 펼쳐졌다. 그전에 활동이 염려되는 어떤 날들에 한하여서 탐폰도 사용을 해 봤지만, 생리양이 많아서 그런 건지 잘 못 사용한 것인지 새어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쇼크를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충격으로 이후에 그것에 미련은 없었다. 나는 보통 여자들보다 심각하게(그때는 잘 몰랐다) 양이 많았기 때문인지 골든컵(몸에 딱 맞는 생리컵)을 찾지 못해서 인지 피가 새는 날은 있었지만, 생리대만 사용했던 그전보다 삶의 질이 확실히 올라간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기에 생리컵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생리통의 구세주 아나프록스와 같이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되었고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도 줄이면서 내 몸에도 안전하고 삶아서 살균소독할 수 있으며 영구적으로 사용할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니 이 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 몸이었다. 몇 년을 색이 바래도록 생리컵을 사용했다. 특히 잘 때는 더욱 출혈양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리컵과 수면용 생리대를 함께 사용했다. 그렇더라도 새벽에 꼭 한 번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서 컵에 가득 찬 핏물을 비워줘야 했다. 아침에도 물론 일찍 일어나야 했다. 생리양이 많은 날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출혈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생리통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그것이 심각한 일인 줄을 알지 못했다. 단지 그날에 피를 많이 쏟아서 힘들고 번거롭다고 생각했다. 나는 생리컵을 매일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감당할 수 없이 피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왔고 수시로 생리컵을 비우는 일에 지치고 말았다. 내가 사용한 생리컵은 최대 용량이 45ml였다. 그러나 최대용량 근처에 가기 전에 비워야 했다. 어느 정도 수위가 올라오면 새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정확하지는 않아도 생리혈의 양을 어느 정도 수치화하여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나는 양이 많은 날 하루에만 200ml를 넘게 피를 흘렸다. 정상인의 수치는 한 주기당 총생리혈의 양이 80ml 안쪽이라고 했다. 나는 나의 수치에 놀란 것이 아니라 정상인의 수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리와 기분의 상관관계 2. 생리통의 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