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선명해진 아이

by Grace Hanne Lee

아침 일찍 드디어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못해 짜증까지 올라오는 것 같은 남편은 나무를 재우도록 집에 두고 혼자 우산쓰고 휘리릭 다녀왔다. 그러고 보면 첫 아기때는 임테기를 한 당일에 남편이 일주일 해외 출장을 가는 일정이었는데, 그 사이에 임신이 맞는지 아닌지 그렇게나 궁금했어도 남편이 꼭 자기와 같이 산부인과 가자며 조른탓에 남편 도착하고서야 산부인과를 갔었는데. 부부가 되니 몇몇 설레고 소중한 일들이 지나치게 무신경해지는 것 같아 어딘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로 바쁜 주말은 그런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을 여유조차 없기에 얼마 안가 풀리긴 했지만.


임신 5주차이다. 나무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5주차에 아기집만 확인이 가능했다. 다행히 자궁 윗쪽에 좋은 자리에 잘 자리잡았단 소리를 듣고 감사 기도가 나왔다. 임테기 타이밍 때문에 몇차례 실망했던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기쁨은 대조적으로 크게 차올랐다. 음성을 나타낸 십여개의 임테기를 보며, 실망감을 오래 갖지 않도록 하기위해 스스로 마음을 정리했었다. 그래 내 인생은 내가 억척으로 하려고 한들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무지한 중에 신의 개입으로 수월하게 삶이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과 둘째를 위해 아무리 애써서 준비한다고 해도, 결국 아이는 신의 영역이다. 내가 마음을 내려놓고 겸손하지 않으면 아이는 찾아오지 않을것이라고 마음을 정리했던 기억이 있다. 그 고백을 신이 필요로 했던 것인지, 그 고백 이후에 우연한 중에 생각난 임테기 테스트로 이 아이를 알 수 있었다.



이전 21화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