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아는 게 아니었던
둘째를 준비하자고 생각했을 때, 별 거 없었다. 나무에게 사랑스러운 형제자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과, 내 평생에 나의 형제자매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가, 그리고 또다시 신생아를 만나 그 생명의 신비와 축복을 원했던 것 같다. 별 다른 걱정은 없었다. 걱정이라면 경제적인 부분이었는데, 나무가 워낙 순하고 착한 아이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무난한 시간이었다. 새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난다고 해도 경제적인 걱정은 크게 없었다.
막상 임신이 시작되니 하나 둘 몸의 변화가 기억나기 시작했다. 감정의 기복과 호르몬으로 인한 몸의 변화, 붓기, 자궁 결림, 관절 등의 통증, 어깨 통증 등의... 그리고 시작되는 입덧의 기세가 그중 하나다. 친정엄마는 입덧의 최악을 경험하며 우리 세 남매를 낳았다. 임신 중 살이 빠지는 케이스였고, 냄새도 못 맡아 음식 섭취가 부족해 링거를 꼽고 살았다. 그런 친정엄마의 눈엔 내 입덧은 축에도 못 끼는 것이었다지만, 나 나름은 큰 고통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그 당시 팀장님 옷에 배어있는 담배 냄새, 특히 궐련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타셨는데, 노트북에 전자담배를 충전하는 동안 묘하게 열이 나며 잎 찌는 냄새 같은 게 났는데 정말 질색팔색 하게 싫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냄새들도 괴로웠다. 남편의 왁스나 향수는 인공적인 냄새로 여겨지고 코를 찌르는 강렬한 기운에 결국 남편의 헤어스타일은 한동안 생머리 동안 헤어스타일이었다. 샴푸도 무향으로 바꾸고, 세탁 세제도 바꿨다. 아침 기상과 동시에 빙빙 돌고 어지럽고 배가 텅 빈 것같이 고픈 현상도 슬슬 시작된다. 그 당시에는 참깨 스틱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하나 베어 물고 겨우 살아났던 기억이 있다.
하나둘씩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며... 살짝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을 이미 알고 시작하는 지금, 마음의 준비라도 되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또 한 겹의 여유도 생겼는지, 이런 증상은 곧 태중 아이가 잘 있다는 증거이라며, 좋은 증상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오늘 하루도 다시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