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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현 Aug 02. 2019

독서모임인가 연기연습인가

그런데, 베니스의 상인은 누구죠?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이 나쁜 X

베니스의 상인 = 샤일록?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이렇게 얄팍한 지식으로 읽어낸 베니스의 상인

지은이는 셰익스피어.

많은 나라에서 오랫동안 그렇게나 마르고 닳도록 연극 무대에 올리는 작품

근데 단 한 번도 제대로 읽거나 본 적은 없는 작품. 더군다나 희곡을 읽은 적은 단 한번도 없음!(자랑이다)

어렸을 적 줄거리 요약본 같은 걸로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읽은 기억은 나지만

근데, 나(우리) 왜 이 책을 읽기로 했을까?

물론 책 고문을 스스로 견디며 우리는 함께 하는 섬 북동이니까!

이미 수 차례 여러 명을 괴롭혔으니 나도 그 괴롭힘을 당해 주자는 마음으로

문학동네에서 나온 [베니스의 상인] e북을 열었다.(어찌어찌 e북의 세계로 진입해서 그렇다. 물론 종이책이 훨씬 좋다만) 첫 장을 펼쳤더니, 그렇게 잘 넘어가던 페이지가 기계 고장인지

터치의 문제인지 잘 넘어가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등장인물 소개가 있는데

아니, 내가 모르는 인물들이 이렇게나 많이 나온단 말인가?

당연하지 연극의 대본 희곡 아닌가?


처음부터 고색창연한 문체가 흐르기 시작했고 나는 이미 행간에서 길을 잃고

글을 보고 있지만 길은 찾을 수 없어서 결국 모닝커피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거두절미하고 나는 그렇게 힘든 상황을 이겨내며 마침내 다 읽고 나서 우리의 MT에 찾아갔다

보부도 당당하게(너무 당당했다.)

섬북동이 찾은 북촌 아리랑하우스 

고기를 굽고 8시부터 술을 마시..아니 처먹..아니 남들은 다 괜찮았는데

나만 미친.. 와구와구 주린 배를 채우며 술을 마시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이래저래 안 하고 싶은 마음을 몰라주고 야속하게 밤 12시에 

발제자의 도움과 협박으로 우리는 낭독을 시작했다.

포오셔에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 

서로 포오셔를 하겠다고 하고 다들 낭독을 한 거 같은데

사실 나는 기억이 가물거린다. 

'베니스의 상인'의 주인공은 그럼 포오셔였단 말인가.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포오셔를 좋아하는 걸 보니.ㅋ

동영상에 남겨져 있는 상황을 살펴보니 각자 맡은 바 낭독으로

연극 느낌을 내고 있었으나. 그 영상을 공개할 수 없으니

아련한 기분만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렇다. 베니스의 상인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희곡이다. 베니스의 상인은 사실 

샤일록이 아니라 '엔토니오' 라는 사람이다. 

즉 심장 부근의 살을 1파운드 걸고 샤일록에서 돈을 빌려 청혼하러 가겠다는 

친구, 바싸니오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베니스의 상인' 이란 말이다. 

이 희곡은 엔토니오와 바싸니오의 '우정 어린 이야기' 축이 있고

샤일록의 '이해가 가는 울분 섞인 복수의 축'이 있고

바싸니오와 포오셔의 금세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 이야기'에

깜찍한 변신술로 똑똑한 심판을 하는 포오셔의 '갑자기 스마트한 성장 이야기'가 있고

로렌조와 제시커가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샤일록) 등쳐먹는 배반의 이야기'도 있고

샤일록의 하인이었다가 바싸니오의 하인이 되는 란슬릿트의 '이랬다 저랬다 처세의 이야기'도 있다.


헥헥 너무 많은데. 역시 셰익스피어였어!


아이쿠야. 역시 많은 이야기들이 중첩되어 있는 고전은 고전이다.

좋은 이야기는 어쩌면 이미 다 만들어져 있는데

그걸 어떻게 변주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들은 포오셔를 낭독하고, 란슬릿트를 낭독하며

깊어가는 초여름의 밤을 보냈다. 물론 나는 술에 취해 버렸지만

모두가 웃으며 책을 즐겁게 즐겼던 것은 확실하다.


이제는 독서모임에서 사라져버린 한 줄평. (나중에 따로 받았다 _


포 : 베니스에선... 상인이 물건은 안팔고.

광 : 옛부터 이런 재판은 많았다. 이것은 판결인가 편견인가

윤 : 어린이 버전 "샤일록 나빠" vs 어른이 버전 "샤일록 불쌍해 ㅠ_ㅠ" - 인생은 알수 없어라~

영 : 선량한 안토니오와 사악한 샤일록? 다시 읽은 <베니스의 상인>은 

      어릴 때 읽은 그 책이 아니었다! 이것은 고전의 힘인가, 나이의 힘인가.

옥 : 거장의 아름다운 문장, 그래서 도드라지는 시대의 편견

현 : 다시 보게 된 세익스피어!~ 다시 읽을 수 있을까?ㅋㅋ


우리의 독서모임은 이어져라.


가끔 독서모임의 후기라고 빼곡하게 적을 필요는 없는 법!

베니스의 상인은 모두의 마음속에 어떤 이야기로 간직되었을지.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샤일록이 그렇게나 악랄한 사람으로 남지 않아서

다행이랄까. 정말 엔토니오를 죽이고 싶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설사 그렇게 끝까지 갔더라도

분명히 살점을 뜯어내 엔토니오를 죽이진 않았을거다. 

물론 그만큼 당한 게 많으니까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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