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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현 Sep 23. 2021

이 책의 주인공은 난가?

가난의 문법을 읽고

가난의 문법. 소준철. 푸른숲     

책의 표지에는 체크리스트가 하나 있다


∨ 기초생활수급자 아님

∨ 부양해야 할 가족 있음

∨ 질병 있음

∨ 개인연금 없음

∨ 소유 주택 없음

∨ 전문기술 없음

∨ 부양의무자 있지만 부양능력 없음


.

나는, 우리는 

여기서 몇 개를 체크하게 될까?      


‘가난의 문법’ 이 책은 75세 윤영자씨를 가상의 인물로 상정하고 그의 하루를 따라가며 재활용 수집 노인에 대해, 도시에서 가난한 노인으로 늙는다는 것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사하여 기술하고 있다. 

재활용품 수집에도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고, 밤 시간에 일어나는 ‘묻지마 폭행’도 있고, 재활용품 수집 노인 간에 다툼도 있다. 흔히 폐지를 줍는 다고 표현하는 행위에도 구분, 배경, 이유, 이권다툼 등 이면의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흔히 박스를 줍거나 고물을 줍는 노인들을 보아 왔다. 피상적으로 보았던 그들의 생활을 이 책을 통해 더 자세히 그 속으로 들어가 우리 부모세대들이 어떤 굴곡을 겪으며 왔는지, 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은 후에 각자가 느끼는 감정들이 달랐다. 윤은 자녀를 일찌감치 경제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사업자금을 대주거나 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달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몰랐던 것이 아닌데도 현실을 글로 직시하게 되어 복잡했다고 한다. 읽기는 쉽지 않았으나 읽고 나니 이런 책이 필요하다. 70대 이상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건 사회의 책임과 나라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사회. 나라, 복지가 각각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있는지 콕콕 집어서 풀어줬으면 더 좋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북유럽을 보면 노인들은 잘 살지만 젊은이들은 다 국외로 빠져나간다고 하니 복지정책도 명암이 있다.     


사람이 예전보다 오래 살게 되었다. 이제. 120살까지도 살게 되면 65세는 절반을 산 것이고, 지금의 정년의 나이에서 다시 진정한 이모작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정은 평생교육원의 일을 하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곤 했는데 그때 정년퇴직한 사람들은 모두 다 ‘돈 벌게 해 달라’ 였다고 한다. 평생교육이 취업으로 연결되기 바란다는 것이다.


나라에서 서포트를 해주며 취약계층에게는 ‘일하는 쓸모’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퇴직한 남자들은 평생교육원에서도 취미활동이나 사회활동보다는 자신의 쓸모와 가치 때문에 돈을 벌기를 희망한다.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노인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옥이 말했다. 나이에 따라 가진 재산에 따라 좀 더 세분화가 필요하다. 정은 우리나라 노인의 복지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활용을 못하고 안 하는 것이니 나라의 정책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필요하다. 부양가족이 있어서 혜택을 못 받는 이가 없도록 부양의무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옥이 물었다. 

Q. 지금의 부모들도 자식에게 퍼줄까?

지금 젊은 애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고 대학을 다니는 걸 보면 상황이 바뀌는 것 같다. 요즘 부모들은 노후 준비가 되어 있다. 자식에게 퍼주거나 하지 않는다. 사업을 해도 대출 시스템이 되어 있으니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하지 않는다.     


현이 물었다 

Q. 지방 노인의 삶은 어떨까?

노인이 많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고 있다. 일자리는 없고, 지방은 더욱더 없다. 노인들이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다. 60대 이장이면 젊은 이장이란 소리를 들을 지경이다. 옥은 나중에 지방 가서 살까 싶다가도 시골 내려가면 오히려 살 수 없을 거라고 한다. 병원이 멀어서 노인들에게는 더 살기 불편하다. 포는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보면 실감한다. 도로를 넓게 포장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차를 배정해서 다니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 다니는 길은 만들었으나 정작 다니는 이가 없고, 노인들은 운전도 못하고, 대중교통마저도 축소 중이다.  

   

Q. 노인의 삶이란, 우리들의 20년 후는?     

드라마 작가로 활약 중인 정은 ‘김수현 작가’가 롤모델이라고 하고(부럽습니다) 포는 돈이 되든 안 되든 지금의 일을 계속 꾸준히 할 거라고 하고 윤은 우리의 세대에게 가르쳐 주며 가겠다고 하고 옥은 5년 후 10년 후 계획을 세워두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했다. 현은 싱글이며 혼자서 늙어갈 노후가 불안하다고 했다. 사회적인 구조가 많이 바뀌고 있다. 노년의 삶이 괜찮아지고 있다. 보장제도가 말해준다. 건강하고, 친구를 사귀고 같이 동네에 모여 살면 좋을 듯하다. 드라마 디어 마이 라이프처럼     


Q. 영화 소공녀를 보면 집, 잠자리는 포기해도 담배와 위스키는 포기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모든 것을 포기해도 이것만은 포기하지 못하겠는 것은?     

포 : 여유, 내 위에서 내게 지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폐지를 줍는 한이 있어도 남의 밑에서 지시를 받을 수는 없다.

정 : 커피가 없으면 안 될 거 같았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책. 

윤 : 침대, 잠자리. 음악 헤드폰과 CD플레이어

달 : 푹신한 매트리스 하나 혼자라도 누울 수 있는 곳

옥 : 예전에는 ‘마스카라’였다. 아제는 술 한 잔, 와인 한 잔

현 : 예전에는 ‘술’이었는데, 현재는 책과 커피    

 

Q. 가난이란 무엇일까? 각자의 정의를 내려본다면     

옥 :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

달 : 결핍을 인정할 수 없는 상태

윤 : 마음이 쪼그라드는 상태, 자신감이 없는 상태

정 : 빚이 없는 것이 가난하지 않은 것. 빚이 생기는 순간 가난한 것이다

현 :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상태     


노년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며 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같이 사는 어머님의 노후를 옆에서 지켜보니 실감이 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책 속의 윤경자 씨처럼은 살지 않겠다 자신할 수도 없고, 우리들의 미래가 핑크빛에 꽃길일까 감히 예측할 수 없다. 각자가 그리는 노후는 어떤 모습일까? 과연 사회는 어떻게 개인을 국민을 보호하고 케어하며 나아갈까. 


책을 읽는다고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팬데믹 시대에 그래도 줌으로 만나 안부를 물으며 서로를 잠시나마 위로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우리들의 노후는 그 정도의 온도가 아닐까? 

그래도 좋겠다 싶었다.     


2021.09.12. 토요일

각자의 집에서 또는 흔들리는 자동차 안에서 ZOOM

정 /윤 /옥 / 포 / 달 /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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