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케터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담 Mar 04. 2022

내 인생의 마케팅 플랜

물론 그렇게 흘러가진 않겠지만, 최소한 -


처음으로 다닌 회사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본사 직원들이 강당 같은 곳에 모여 각 팀별로 이슈(대부분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곤 했었다. 그리고 직원들의 집중이 가장 높아지는 하이라이트 타임은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3분 스피치였다. 자유 주제였기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 얘기했고, 누군가는 가장 기억에 남은 여행을 이야기했다.


나의 첫 번째 3분 스피치는 '첫 월급을 어떻게 썼는지'였다. 대학교 졸업식도 채 치르지 않았을 때 회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제일 어린 사원이었고 이에 어울리는 (!) 귀여운 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적금을 들었고 가족들에게 선물을 어떤 걸 했는지 말씀드렸고 회사 어른들이 귀엽게 봐주셨던 기억이 난다. 3분 스피치를 끝내고 자리에 돌아와 앉으면 "다미씨 발표 잘하더라~", "다미씨 담달엔 월급으로 뭐했는지 알려줘요ㅋㅋ" 라는 메신저가 와있으면 떨렸던 긴장이 그제야 내려앉곤 했었다.


아무튼  차례가 돌아오면 어떤 주제로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되고, 수많은 직원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막상 하고 나면 뿌듯하기도 하고 그러했다. (돌이켜보면 즐긴  같다) 일을 하면서는 업무적인 이야기만 하게 되는데, 다른 직원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분에 대해 조금  인간적인 부분을 알게 되어 재미나고 은근히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많은 분들의 스피치를 들었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존경했던 분의 스피치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일이라면 Due date 맞추기 위해 야근을 하기도 하고 조율을 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맞추기 위해 애쓰는데,  인생의 Due date 맞추지 않는  같다. 라고- 그래서 후회를 하시는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해주셨는데 그때의 말씀이 마음에 계속 남았고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선 참 값진 것을 배운다. 연말이면 올해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계획을 미리 세운다. 월별, 주간별로도 상세하게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계속 체크하면서 중간중간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도 유동적으로 진행을 한다. 그것이 마케터의 일이고, 마케터는 그런 기술을 돈을 받으면서 배우는 기회를 가진다. 그런데 그런 값진 기술을 장착하고서 정작 본인 인생은? 일에 치여 내 인생의 플랜이고 뭐고 세운다 한들 지키려 하지도 않고 중간 점검을 하지도 않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 나는 마지막 20대를 한 해 앞두고 그동안 살아왔던 20대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30대는 어떻게 펼쳐나가 볼지 생각을 해보았다. 커리어 측면도 재정적인 측면도. 학교 졸업하고 회사가고 어느정도 길이 정해져있던 20대와는 달리 30대는 선택지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조금이나마 쌓인 경험치들이 오히려 선택을 더 망설이게 만들었다. 결정이 쉽지않아서 고민은 멈추고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것을 해보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올 3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물론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쯤이야 지금까지의 삶을 살면서 톡톡히 깨우쳤고, 지금의 선택이 내 최고의 선택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선을 다해서 가장 좋은 선택으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나에게 '돈 벌면서 배운 것도 있네?'란 소리 들어봐야지. 제품 케어하듯이 나도 챙겨주고 가꿔준다면 더 멋진 나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우리 일이니까.


...


올해는 예산 plan 도 짜보았는데 벌써 1-2월도 쉽지않음...(?)



매거진의 이전글 On-Off가 제일 중요한 직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