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것 같은 지난 여름, 하지만 괜찮아
모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부족한 저의 경험과 글이, 누군가의 생각과 달라 불편함을 줄 수도 있지만
20대 마지막의 모든 경험과 저의 생각들을 글로 남겨두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내서 모든 글을 남깁니다.
최근에 읽었던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서, 글쓰기 방법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여러가지 방법 중에 가장 써먹고 싶었던 방법들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던 일에 대해 써라'
'힘들게 깨우친 교훈 한 가지에 대해 써라'
'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해 써라'
'해냈던 일에 대해 써라' 였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 가장 지쳤을 때, 슬럼프였을 때 혼자 끄적였던 글을 슬럼프가 지난 가을에 다시 나누어본다.
여름이 지나고 9월. 전원 주택에서 서울에 회사를 왔다갔다하며 생활하고 유튜브도 찍는다고 했던 것도 이제 6개월이 되어가고있다.
식물을 하나씩 들이고 봄, 여름 장마 전까지는 잘 자랐지만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습해지면서 내 식물들은 과습을 피할 수 없었다. 볼때마다 싱싱했던 잎사귀들은 점점 색깔이 변해갔고, 몬스테라를 제외하고 다른 식물은 더이상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몇몇 다른 식물들은 잘 자랐다.)
식물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받았었는데, 식물도 잘안자라고 날은 너무 더웠고 습했다.
집의 구조상 내 방을 제외하고 부엌,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방 앞 야외 테라스를 거쳐서 지나가야한다.
그런데 아침부터 30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가고 습해서 부엌에 가서 요리를 하려고 하거나 잠깐 나가기라도 하면 너무 덥고 지쳤다. 여기에 모기, 파리 등 온갖 벌레들..
여름은 처음 겪어봐서 예상하지 못했는데, 본격적인 초여름이 되자 나는 이곳에서의 생활에 권태기를 겪기 시작했다.
아무리 습하고 힘들어도 식물을 잘 키워보려고했는데 읽는 책, 유튜브 영상을 찾아볼때마다 알려주는 정보가 다르고, 정보도 너무 많고, 심지어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하다가 식물 2개가 초록별로 떠났다.. (아무것도 안해준 식물이 지금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했으면 죽지 않고 시든채로 살아는 있었을 텐데)
내 나름대로 열심히 식물에 대해 공부했지만,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효율이 떨어지는 일인것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 영상에서도 남긴 이야기지만, 나는 이 곳으로 온지 얼마 안된, 날씨가 가장 좋았던 봄까지만해도 이곳에서의 행복감과 식물을 키우면서 내가 느꼈던 깊은 뿌듯함, 진심으로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고 이게 유튜브를 시작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었다.
나는 내가 정말 조건없이 식물을 사랑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식물이 악조건으로 상태가 안좋아지자, 나는 더이상 식물에 대해서 공부하고 식물을 보는 것이 재밌지가 않았다. 잘 자라질 않으니까, 나는 점점 재미를 잃어갔고 컨텐츠인 식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영상촬영도 하지 않았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 않으니까 영상이 잘 찍힐리가 없었다.
식물을 기르는 것, 잘 기르는 것에는 시간이 들어간다. 내가 키우고 있는 식물의 종류가 10가지가 넘는데,
다 다른 환경에서 왔고, 이쁘게 키우려면 물주는 것은 기본이고 너무 물을 또 많이주면 과습으로 뿌리에 물이 공급이 안되서 잎 색깔이 변하고 잘 자라지 않고.. 가지치기도 해줘야하고.. 등등 식물마다 공부해야할게 많다.
결국 내가 즐겁다고 느끼는 것에도 시간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늘 즐거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공부를 하고 뭔가를 해줘도 식물의 상태는 점점 안좋아지고 식물을 처음 키웠던 가장 최상의 계절인 봄만큼 잘 자라지 않으니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돌아보면서 느낀건, 여름은 계절이라 매년 돌아올 것이고, 나는 매년 이 시기에 식물을 키워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책을 보고 유튜브에서 과습을 예방하는 영상을 봐도 식물이 잘자라지 않는다고 슬럼프가 올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냥 여름은 덥고, 지치고, 식물도 자라기 좋지 않은 환경이니까 그냥 그 상황에서 식물이 잘 견디게 나는 최소한의 것을 해주면 되는거였다. (이때 과습이어도 그냥 뒀던 식물은 지금 다시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오히려 뭔갈 해줬던건 다 죽었지만..)
식물이 상태가 안좋아진 것 뿐만아니라, 더워서 요리도 하고 싶지 않고 여기서의 생활 모든게 불편했다.
원래 더위를 잘 타서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덥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몸에 기운이 쭉쭉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또한 내가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그래도 유튜브 컨텐츠를 키워서 컨텐츠로 수익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두루뭉술하게 했지만, 과연 나에게 과연 돈을 가져다 줄 것인가, 확장성이 있을까, 지금 영상도 제대로 못찍고 있는데 무슨.. 이렇게 현재 잘 안되는 상황만 보고 조급하게 결론을 내려버리려고 하니 지속하기 어려웠다.
평일에 회사에서도 일은 더 잘하고 싶고 커리어적으로도 놓아버릴 수 없었고 결국 나는 이것도 저것도 잘해야한다는 생각과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과포화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시드 머니를 모아야 할 사회 초년생인 지금, 요즘 같이 고물가 시기에 최대한 지출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컨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지출이 없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컨텐츠도 제대로 못만드는데 지출은 계속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나는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날도 덥고 힘든데 식물이 잘 안자란다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모든 방향에 대해 회의감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주신 분들은 글을 읽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다시 내가 썼던 글을 읽어도 어떻게 그렇게 무거운 생각을 동시에 했을까싶다.
그런데 나는 내가 고민했던 모든 것들은 결국 돌아보면 여러가지 오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기온이 11도~20도인데, 요즘은 여름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많은 컨텐츠를 찍고, 회사에서 비슷한 강도로 일을 하고, 작은 부업을 하고, 운동도 주5일을 하는데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
물론 식물이 잘자라는 것도 아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잎도 누래지고 잘자라던 것도 성장이 멈춘 것도 있다.
이렇게 내 생각과 행동이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내가 전원 주택에서 사계절을 겪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여름이었고, 조금만 일을 해도 쉽게 지치고, 식물의 컨디션이 여름에는 안좋을 수 밖에 없었던걸 난 처음 겪었다. 그런데 이런 환경적인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내가 무의식적으로 했던 강박적인 생각은, '즐거워야되! 나는 행복하게 내 취미를 즐기려고 여기까지와서 생활하게된거니까,'
'주말에도 서울에서 안놀고 식물 책을 읽고 있으니까 식물이 잘 자라야되!'
'유튜브 영상에도 내가 느끼는 전원 생활의 즐거움, 그리고 식물 키우는 행복감도 담아내야되! (그런데 식물이 죽어가고..)'
'그런데 평일에는 업무도 포기할 수 없어, 일도 잘해야되!'
이런식으로 환경에 전혀 적응하지 않은 다른 내 고정 관념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것 같다.
더운 여름의 계절적인 특성, 내가 몸이 지칠 수 밖에 없던 시기, 이걸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만 생각하니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서 스스로 실망하고, 선택을 후회하고, 내가 이렇게 사는게 맞는걸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 실수는 조급함에서 왔고, 내가 힘들게 깨우친 것은 계절이 바뀌며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환경에 대한 나의 태도가 융통성이 없었다는거다. 내년에는 덥고 잘 안되면 잘 안되는 대로 올해는 못갔으니 여름휴가라도 길게 다녀오려고한다.
사계절의 영향을 극명하게 받는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이 많은 전원주택에서의 생활,
그리고 여기서 식물을 키우는 일을 지속하려면 내가 상상하는 이상이 기준이 될 수 없다.
찾아오는 계절을 느끼고, 이 계절에서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찾기고 했다. (여름엔 선셋이 멋지다)
그리고 나와 식물들이 적응해나가는 그 과정을 천천히 즐기자고 마음먹게되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식물에게 조급해 하지 않기로. 그리고 식물에게 영양제를 꾸준히 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