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자연에게 나 또한 경의를 표한다.

윤현상 : 낙화유수

by 글다뮤




비오는 주말 오평선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다.






46448352622.20260331100313.jpg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오평선 2024

포레스트북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햇볕같이 따뜻한 문장들이 마음을 적셔준다. 그중에서도 유독 발길이 멈춘 대목이 있다. 바로 <너그러운 자연에게 오늘도 경의를 표한다>라는 글이다



정성껏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


세상을 한가득 품어주는 그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만을 떨지 않는 그대



갈라지고 무너지는 아픔을 겪고도


너그럽게 인간을 용서하는 그대



그대 이름은 자연이어라



화장을 하고 꾸미면


자신이 돋보일 것처럼 착각하는 그대



자연이 너그러이 품을 내주었는데도


고마움은 잊은채 교만함을 드러내는 그대



욕심에 눈이 멀어 자연에게 고통을 주고도


뉘우치지 않는 그대



그대 이름은 인간이어라





이 글을 읽으며 그 고마운 자연 앞에서 나 또한 교만함과 욕심을 부린 적은 없었는지 마음이 뜨끔했다.


문득 며칠 전 퇴근길에 산책할 때 마주한 씁쓸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근 공원의 벚꽃길, 상춘객들로 북적이던 한 카페 앞이었다. 2층 테라스까지 가지를 뻗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두 여성이 있었다. 그중 한 분이 갑자기 벚꽃 가지를 사정없이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벚꽃이 흩날리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녀린 가지에 붙어있던 꽃잎들이 비명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는 그들을 보며 왜 그토록 화가 났을까?



오늘 오평선 작가님의 글 속에서 그 이유를 명료하게 찾았다.


그것은 인간이 돋보이겠다는 욕심 때문에 자연의 고통을 외면한,


우리 안에 숨어있는 '교만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벚꽃 가지 한 번 흔드는 게 뭐가 대수냐"라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사소한 합리화야말로 자연에게는 가장 깊은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자연은 늘 아낌없이 내어주기만 하는데, 우리는 그 너그러움을


마치 '당연한 권리'인 양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침 오늘 창밖에는 봄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언제나 나는 맨발 산책을 하러 인근


공원으로 향한다. 산책로에 줄지어 있던 벚꽃은 억지로 흔들지 않아도 꽃잎들은 비


의 손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순응하며 땅으로 내려앉아 있다.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에 씻겨 내려가는 꽃길을 바라보며, 자연의 너그러움을 당연시하는 인간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간의 인위적인 손길보다 자연의 섭리가 훨씬 더 숭고하다는 것을 깨닫는 오늘,


나 또한 작가의 마음을 빌려 고개 숙여 자연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빛글음 오늘 추천 음악]


윤현상 : 낙화유수


이곡은 그대로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을 노래합니다. "자연스럽게 순응하며 절로 떨어지는 벚꽃"의 이미지와 가장 맞닿아 있는 곡으로 느껴집니다. 담백한 보컬과 서정적인 가사가 자연의 섭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곡으로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DZp6MCdDjE?si=kDot4_4JuOge33Ae



여러분도 오늘 하루, 우리를 품어준 이 거대한 자연 앞에 잠시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토요일 연재
이전 13화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내 삶을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