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살다 보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이 많다. 처음 자가 출판을 시도했을 때도 그랬다. 표지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 반려되고, 글자가 삐뚤어졌다는 이유로 또다시 반려되었다. 창피하고, 속상하고, 스스로가 한심해 보였다. 그때는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며칠 밤을 새우며, 다시 부딪히며, 결국 책은 세상에 나왔다. 그 과정에서 얻은 건 단지 책 한 권이 아니었다. 실패를 견뎌낸 나 자신에 대한 신뢰였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다시 시작’의 연속이었다. 악기를 배우다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아 침을 맞으면서도, 수영을 하다 물에 대한 두려움에 호흡 곤란이 와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병마와 마주했을 때도 그랬다. 암이라는 이름 앞에서 무너졌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삶을 붙잡았다.
다시 시작한다는 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넘어졌던 자리에서 먼지를 털고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것이다. 그 한 걸음이 쌓여, 결국은 나를 원하는 자리로 데려다 놓는다.
용기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눈물 속에서 일어나 다시 펜을 잡는 일, 실패한 표지를 고쳐 다시 제출하는 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물속에 몸을 맡기는 일.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 삶은 오늘도 계속 이어진다.
나는 오늘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야말로 삶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