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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Jun 13. 2023

힘든 계절은 지나간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_ 문미숙

이 소설은 가슴을 훈훈해지는 류가 아니라 먹먹해지게 하는 편에 가깝다.  


— 

아픈 가족을 보살피는 이들이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프게 된다. 먼저는 조부모님이, 다음에는 부모님, 마지막으로는 나 자신도 아프게 된다. 아픈 이들의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아프다는 것은 숨겨지고, 그들을 보살피는 이야기는 더욱 더 숨겨진다. 소설 속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드러나진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기에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소설은 여러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일테니까 말이다. 아픈 사람들과 보살핌이라는 삶의 한 부분에 대해 다시금 인지하게 된다.  


— 

보살핌 중 의도치 않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궁핍한 상황으로 죽음을 숨기고 연금을 수령한다. 혼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방 안의 관에 모신다. 만약 이 사건이 뉴스에 보도됐다면 사체 방치, 연금 부정 수령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우리는 차갑고 날선 눈빛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헤드라인만 보고 판단했던 사건과 인물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반성하게 되기도,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연금부정수령으로 검색해봤더니 아래와 같은 뉴스들이 있었다. 

첫 번째 기사를 보면 다수라는 말에 마음이 다시 차가워지기도, 두 번째 기사를 보면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다수라는 것에 '저 안에 있는 모두가 딱한 사정은 아니겠지'라는 가정이 깔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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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가장 인상깊은 문장은 '지나옴'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라는 제목과 함께 음미하게 된다. 

시간은 앞으로만 가지 뒤로 가는 법은 없다. 인생에 만약이란 가정은 없듯이.


중요한 건 이들이 겨울을 지나왔다는 것. 누구에게나 힘든 계절은 있고, 어떤 힘든 계절은 맞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뒤로 가는 법은 없듯이 이를 지나올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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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힘든 계절을 몇 번 맞이했다. 이를 지나오며 새로운 계절이 또 겨울일지라도 담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절을 지나며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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