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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Oct 26. 2024

여름엔 키스, 겨울엔 눈물

(17) 속성 대신 숙성의 시간을 찾아서




소믈리에인 메리를 통해 헤스 와이너리(Hess Winery)에 대해 보다 많은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헤스의 정식 명칭은 헤스 컬렉션 와이너리(The Hess Collection Winery)로, 고급 와인과 함께 현대 미술 컬렉션을 소유한 독특한 와이너리로 명성이 높다.


1878년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Napa Valley)의 마운트 비더(Mount Veeder)를 가장 이상적인 와인의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이 와이너리를 창업한 이는 스위스 출신 기업가 도널드 헤스(Donald Hess)다. 그는 스위스에서 가족의 맥주 사업을 이어받아 전 세계를 다니며 물과 자연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의 와인과 눈부신 날씨와 문화적 바이브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여전히 도널드 헤스의 아들인 팀 퍼시(Tim Percy)를 중심으로 한 가족 기업으로 와인의 품질과 예술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헤스가 나파 밸리의 마운트 비더(Mount Veeder) 지역을 와이너리 위치로 선택한 이유는 이 지역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마운트 비더는 나파 밸리에서도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조량이 풍부했을 뿐 아니라,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 포도의 당도와 산도를 이상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메리가 포도밭을 보여주어서 헤스 와인의 품종 관리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이 포도밭은 원래 1880년대에 상업용 올리브 농장으로 시작되었는데 이후 1939년에 Brother Timothy와 Scale House Vineyards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처음 심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포도나무를 넓게 심어 큰 덩굴을 이루도록 키우는 방식으로 재배했는데 의외로 와인 맛이 좋아, 이 방식으로 포도나무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포도나무의 최상의 컨디션을 살피며 80년 동안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해왔다고 한다.  


스 가족은 토양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토양 샘플링과 분석을 통해 이곳의 토양 유형과 영양소, 미네랄을 조사했다. 시계의 나라 스위스인 답게 그 분석에 근거해서 포도나무의 성장에 적합한 뿌리와 포도나무를 선택했고, 특히 고도에서의 더 낮은 기온에 적합한 포도나무 품종을 선택해서 나무들이 자랄 있게 했다.


포도밭에는 테라스 대신 자연 경사를 따라 나무를 심어 땅의 침식을 줄이면서 나무들이 최대한 햇빛을 받을 있게 디자인한 것이다.



미술 애호가였던 도널드 헤스는 이곳에 와이너리를 세우면서 포도밭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컬렉션을 선보일 공간을 함께 만들고 싶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와이너리가 아닌 와인과 예술을 접목한 복합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는 수집한 전 세계의 유명 현대미술작품들을 되팔지 않았다. 이 미술품 컬렉션은 헤스 컬렉션 와이너리 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프란시스코 가야르도(Francisco Goya),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등의 유명 아티스트 회화뿐 아니라, 현대 조각과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반정부 경향의 작품 활동으로 망명한 예술자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그들의 작품을 적극 소장하고 있다.                                                  

 


헤스 와이너리는 고급 와인 시장에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말벡(Malbec), 멜롯(Merlot), 샤르도네(Chardonnay) 등이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는데  Hess Collection Cabernet Sauvignon과 Lion Tamer가 특히 시그너처로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레드보다는 메리가 테이스팅에서 맛보게 해 준 화이트와 로제가 더 좋았는데, 아마도 여름 나른한 햇살과 곁들인 페어링의 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와인 전문가들의 평을 옮기자면 Hess Collection Cabernet Sauvignon은 '진한 과일향과 오크 향이 조화를 이루며,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피니시'를 자랑한다. 도저히 못 외우겠다.


말벡 품종을 활용한 Lion Tamer는 블렌딩 와인으로, 나파 밸리 특유의 화려한 풍미가 레이어를 이룬다고 한다. 이 문장은 짧으니 외울 수 있다.



Shirtail Ranches Chardonnay는 산뜻한 과일향과 미네랄 감이 특징인데, 오크와 과일의 균형 잡힌 맛을 지닌 화이트 와인이라는 평점이 붙어있다. 전문가 코멘트를 빌자면 '산악 지형과 미세 기후 덕분에 특유의 농축된 맛과 복합성을 지닌 포도를 생산하는데, 특히 산에서 자라는 포도의 독특한 미네랄감과 강한 구조감을 띠며, 깊고 복합적인 풍미가 와인에 배어 나온다'라고 되어있다.


좋아하는 와인만 마시는 와인 초보에게는 그 깊은 세계의 용어가 언젠가 탐색하고 싶은 우아한 미스터리다.



헤스가 품위 있는 와이너리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아마도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경영 방식일 것이다. 포도밭에서는 토양 보존과 수자원 관리를 위해 자연적인 재배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와이너리 시설에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4년까지 헤스는 오래된 탱크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식 온도 조절 기술이 없었다. 캘리포니아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 탱크들이 무너져 새 와인이 전부 쏟아졌다. 갓 채워진 통들이 쓰러지며 정원 바깥의 모래가 새빨갛게 물들었다고 한다.


이때 헤스는 정밀한 복구 작업을 통해 돌을 하나씩 제거하고, 다시 시멘트를 발라 새롭게 벽을 세웠다. 구조물 전체를 복원하고 복합 건물을 보강해서 다시 공장 가동 상태를 회복한 헤스 셀러.


그러나 헤스 답게 여전히 2014년 8월 24일의 기념물로 찌그러진 오래된 탱크를 셀러 중앙에 지진으로 찌그러진 상태로 보존하고 있다.



이것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철학, 즉 '고유한 떼루아르'라고 설명하는데, '떼루아르'는 그가 자리 잡은 토양과 자연환경, 그것이 배어나게 한 독특한 향기를 말한다. 포도주,   



기업도, 와인도 그러한데 사람도 테루아르가 순식간에 만들어질 리 없다. 그리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떼루아르'가 조용히 멀리하는 세계의 것인지도.  


무엇이든 빨리 효율적으로 결과를 찍어내는 시대에 느리게 익어가는 와이너리의 창고가 전하는 교훈이다.





20240715

H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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