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네가 까뮈인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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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그저 햇볕이지만 나에게는 따갑고 못 견디는 간지러움...... 평생 고등어, 수수, 복숭아 알러지 그 가운데서도 가장 괴로운 것이 한 여름에도 장갑을 끼고 다닐 정도로 지독한 햇볕 알러지였다. 오죽하면 피부과 의사 선생이 북유럽 남자와 결혼해서 오로라나 보며 살라고 했을까.


중학교 때, 땡볕 아래 서울시 글짓기 대회에 갔다. 시고 뭐고 일단 따갑고 간지러워 견디질 못하고 받은 원고지에 대충 칸만 채웠다. 선생님께 말씀 드리면 집에 못 가게 하실까봐 원고지를 돌 밑에 깔아 놓고 집에 왔다. 연락도 안 되고 학생 하나가 증발했으니 난리가 났다. 그다음 날 학교 가서 물론 혼났다. "땡볕에서 무슨 시를 쓰나요?" 하려다가 더 혼날 것이기에 참았다.


고등교육기관인 고등학교는 덜 할 줄 알았는데 가뭄에 말라붙은 한강 변에 풀어놓고 시를 쓰라고 했다. 그늘 하나 없는 썩은 강변에서 무슨 시......이번에도 돌 밑에 원고지를 깔아 놓고 달아났다.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도 아니고 돌에서 원고지를 뽑아낸 담임 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엄마와 대화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나를 낳은 엄마를 동정하고 엄마는 나를 맡은 선생님을 동정하는 그렇고 그런 대화였던 것 같다.


그다음 날 역시 더 고강도로 혼났다. 불문학을 하신 문예반 선생님이 "네가 뭐 카뮈인 줄 알아?"하시며 들고 있던 책 <이방인>을 칠판에 탕탕 치셨다. 햇볕이 따가워 알제리인을 쏴 죽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이라니! 랭보를 닮은 곱슬머리와 뮐러 스타일의 작은 안경에 그렇지 않아도 이미 선생님이 좋았었다.


이른 봄 햇살에 올해도 그나마 도움을 받는 피부과 크림에 운명을 건다. 그나마 덜해진 알러지. 그래도 북유럽 애인과 오로라를 거니는 꿈은 남겨 둬야겠다. 평범해진 것 같아 별로다.


글을 쓸때면 늘 종이에 감도는 향수가 있다. 글쓰기가 아닌 글짓기의 시대, 매미 소리에 낮잠이 쏟아지던 교정, 결정된 것이 없던 미완의 시간들......


"네가 카뮈인 줄 알아?" 선생님 소리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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