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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May 14. 2020

요즘 덴마크인들이 선호하는 직업

대세는 스타트업

이번 편은 주변에서 관찰한 덴마크 지인들을 근거로 작성하였으며 모든 덴마크인을 대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턴십(Internship)은 장점이 있는 제도이다. 회사에서는 적은 비용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학생들을 졸업 전에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 물론, 실무를 처리하기에 실력이 부족하여 회사에 오히려 짐이 되고, 인턴 입장에서는 배우는 것 없이 잡일만 하다 끝날 수도 있다. 덴마크에서는 인턴십을 긍정적으로 보았는지, 대학교 및 대학원 학생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측에서도 졸업 요건의 하나로 인턴십 경험을 요구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인턴십이 요구되는 경우 무급(Unpaid)으로 진행하곤 한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도 인턴으로 일하던 학생들이 몇몇 있었는데(참고로 회사에서는 이들에게 급여를 제공하였다) 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띄었다. 먼저, 박사과정은 부담스러워했지만 석사과정까지는 많이들 진학하였다. 덴마크 생활 - 급여 & 세금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로부터 학비 및 생활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서둘러 사회로 나가기 보다는 금전적인 걱정없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조금 더 배우는 것을 선호하였다. 다음으로, 재학기간 중 교환학생을 떠나는 비율이 높아 보였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앞서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낯선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싱가포르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 인기가 좋다. 마지막으로, 졸업 이후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세계 어디나 마친가지일 것 같은데, 이들 중 상당수는 스타트업 회사(Startup Company)에 관심이 많았다.


주변의 덴마크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것

- 대학원 진학

- 교환학생 경험

- 스타트업


싱가포르에서 근무할 때 덴마크에서 온 교환학생 두 명이 인턴으로 근무하였는데, 동년배(?!)라 그런지 둘 다 친하게 지냈고 종종 연락을 주고 받다가 내가 덴마크에 가게 되어 다시 만났다. 그 중 한명은 내가 덴마크에 왔을 때 SDU(South Denmark University)에서 제품 개발 및 혁신(Product Development and Innovation)이라는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멋짐 가득한(Cool) 전공 이름만 봐도 창업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 친구는 3D 프린팅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학교에서도 스타트업을 장려하는지 업무를 위해 필요한 공간이나 장비 등을 무상으로 지원해 주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


다른 한명은 싱가포르 교환학생을 하다가 우리 회사의 전 CEO와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 덴마크로 돌아간 이후에도 가끔씩 그분의 일을 도왔다. 참고로, 전 CEO는 우리회사의 초기 투자자이기도 했는데, 미국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여 큰 돈(매각 금액이 총 3억5천만 달러이니, 이분은 천억 정도는 가져가지 않았을까 추측됨)을 벌었다. 회사를 떠난 후, 충분한 자금과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로봇 스타트업 회사를 찾아다니며 투자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친구는 학교를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유망한 로봇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투자분석 업무를 담당하였다. 이후 전 CEO는 그동안 투자한 회사들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 악세서리 전문 회사를 설립하였고, 이 친구는 졸업 후 이 회사에 합류하였다. 


예상했겠지만, 덴마크는 스타트업에 도전하기 괜찮은 국가인 것처럼 보인다. CEOWORLD Magazine에서 조사한 가장 스타트업 친화적인 국가 순위(Most Startup Friendly Countries Rankings)를 보면 덴마크는 세계에서 열번째로 창업하기 좋은 국가로 뽑혔다. (언제나처럼 조사기관에 따라 순위가 다를 것이다) 세율이나 행복지수 순위들을 보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계 10위면 높은 거다. 

스타트업 친화적인 국가 순위, CEOWORLD Magazine


스타트업에 도전하기 좋은 이유는, 우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등교육을 마친 인재가 많고, 주변의 유럽연합 국가들에서도 양질의 인재들이 덴마크로 유입되곤 한다. 또한, 세계최고 수준의 복지체계 덕분에 스타트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는지 한층 여유가 느껴진다. 복지수준이 높은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주변 북유럽 국가들도 스타트업하기 좋은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높은 세금으로 인해 급여 차이가 적은 점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어지간히 좋은 회사에 취직하더라도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에서 큰 차이가 없다보니 안정된 회사에 연연하지 않고 모험을 선택하는 이들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개개인이 보람되고 의미있는 일을 찾다가 기존에 없는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어찌되었든 스마트하고 열정넘치는 덴마크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이는 요즘 한국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러면, 일찌감치 스타트업에 참여했던 덴마크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다니던 회사는 2005년 세 명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창업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핵심 멤버는 불과 얼마 전까지 이 회사의 CTO(Chief Technology Officer)였다. 이분은 싱가포르에서부터 알고 지냈는데, 세상 똑똑하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좋아 모두가 좋아하는 훌륭한 사람이다. 지금의 산업용 협동로봇 개념도 어찌보면 이 친구에게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10년 전에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제품과 차이가 없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가 지금은 회사를 떠나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로봇 스타트업을 도와주고 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세상을 바꿀 로봇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REInvest Robotics를 두드려보자.


다른 한 친구는 긴 머리가 눈에 띄는 독특한 남자였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이 회사의 네번째 멤버였다. 독일에서 석사를 마친 후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기전자 파트를 개발하다가 안전인증 분야로 넘어갔는데, 퇴사 직전 싱가포르 사무실을 방문하여 교육을 해주었다. 그 친구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회의가 너무 많아진 부분이 자신과 맞지 않아 떠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초기 회사에 자금이 부족해 급여 대신 지분을 받았는데, 2014년 미국 회사에 인수된 후 거금을 손에 쥐게 되었다. 퇴사 후 본인의 회사를 창업하였고,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당시 획기적인 로봇 악세서리를 개발하였는데, 오래지 않아 위에 언급한 전 CEO가 거금으로 매수하였다. 당시에 회사를 매각한 것이 씁쓸해 보였는데, 지금은 Purple Flux라는 새로운 회사를 차리고 '회사를 팔지 않겠다(no exit plans)'는 각오로 멋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친구는 '천재'라 부를만한 비범한 사람들이었는데, 조금 더 평범한 사람을 살펴보자. 바로, 나를 덴마크로 불러들인 전 보스다. 이 친구는 덴마크의 한 로봇 시스템통합 업체(System Integrator)에서 현대중공업 로봇을 가지고 일하던 엔지니어 였다. (당시 교육을 받으러 한국 출장을 오곤 했다고 한다) 당시 회사 사장의 성격이 괴팍해서 하루는 도저히 못참고 회사를 그만두고 여자친구(현재는 부인)와 함께 멕시코로 떠났다고 한다. 멕시코에서는 맥주를 수입하며 조금씩 생활비를 벌었고, 이때 남미 여행을 다니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여행과 술, 이런 쪽으로 코드가 잘 맞았다) 덴마크에 돌아오니 마침 고향인 오덴세에 자리가 생겨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 친구는 기술지원에 대한 체계를 갖추며 회사에 기여하였고 그 결과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다. 내가 덴마크에 있을 때부터 조직변경 등 이 친구 주변으로 혼란스러운 일이 많았는데, 내가 한국에 돌아온 직후 이 회사를 떠나, 전 CEO의 회사의 핵심보직으로 옮겼다.


어쩌면 실력 덕분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운빨일 수도 있는데, 초기에 좋은 스타트업에 참여해서 그 회사가 성공하게 되면 그에 따른 보상은 상당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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