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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May 06. 2020

덴마크 생활 - 급여 & 세금

복지국가 덴마크의 세금 이야기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범한 직장인에게 '금전적인 보상(Compensation)'만큼 결정적인 사항도 없을 것이다. 업무가 재밌더라도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덴마크는 매력적인 일터로 보인다. (아래 표는 IMF의 1인당 국민소득 자료를 참고하였으며, 통계자료에 따라 구체적인 금액이나 순위는 다를 수 있지만 덴마크의 소득수준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GDP per Capita Ranking 2019, IMF


그런데 재무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덴마크에서의 삶은 생각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물가가 비싼 것도 한몫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세금(Tax)으로 인해 실수령액이 너무 가벼운 것이 더 큰 문제이다. OECD 최고 소득세율(Top Income Tax Rates) 통계자료에 따르면 덴마크는 2019년 최고 소득구간 기준 스웨덴과 일본 다음으로 높은 소득세율을 자랑한다. 참고로, 덴마크는 누진세(Progressive Tax) 방식으로 세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소득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며, 이 자료는 가장 소득이 높은 구간(연 소득 513,400 DKK 이상)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도 소득의 46.2%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2019 Top Income Tax Rates, OECD

보다 단순 명료한 비교를 위해 OECD에서 제공한 GDP 대비 세금 비율(Tax Revenue to GDP Ratio) 통계자료를 보면 덴마크는 국민소득의 총 생산의 44.9%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거두어 들이며,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세금이라는 게 복잡하다보니 말이 길어졌는데, 간단히 말하면 덴마크는 세금을 아주 많이 낸다.

2018 Tax Revenue to GDP Ratio, OECD


나는 덴마크의 높은 세금에 대해 투덜대곤 했는데, 의외로 덴마크인들은 덤덤했다. 세금을 많이 내지만 복지혜택으로 돌아오니 불만은 없다고 한다. 먼저, 훌륭한 의료 보험 제도(Health Care System)를 제공한다. 덴마크 거주자라면 옐로우 의료 카드(Yellow Health Card)와 함께 담당의사를 배정받는다. 이 카드가 있으면 대부분의 병원비가 면제된다고 하는데, 치과 등 커버되지 않는 분야도 있다.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을 누리던 나에게는 가소로웠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넘어온 외국인들은 덴마크의 의료 보험 제도를 높게 평가했다.


교육(Education)에 대한 혜택은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초중고 무상교육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학교에 다니면 등록금이 면제될 뿐 아니라 SU(Statens Uddannelsesstøtte)라는 이름의 지원금까지 받는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0년 지원금은 월 6,243 DKK(약 110만원)이며, 수혜 대상은 덴마크 및 유럽연합 국가의 학생들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국적의 학생은 SU를 받을 수 없다.


이 외에도 실업이나 장애와 같은 불의가 닥칠 경우 생계 유지를 위한 보조금이 지급되고, 은퇴 후에는 연금이 나온다. 토종기업 vs 외국계기업 편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덴마크는 기업 입장에서 해고가 쉬운 국가라고 한다. 이런 현상의 뒤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취지의 Flexicurity 라는 제도가 있다. 고용 및 해고가 쉬워 노동 시장이 유연하면서도, 정부에서 실업자에 대한 금전적 보조와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개인이 고용불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데, CNN News에 따르면 스칸디나비아 항공에서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 5천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한다. 그러는 한편, 덴마크 정부는 고용안정을 위해 강력한 복지정책을 내세웠는데, EURACTIV 기사에 따르면 이 기간에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월급의 75%를 3개월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복지를 제대로 누리려면 이곳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거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높은 세금과 그에 대한 복지혜택이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썩 달갑진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덴마크에서 살면서 병원 한번 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의 세금과 복지혜택을 경험하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정부를 향한 '신뢰'였다. 덴마크인들은 정부가 세금을 투명하게 잘 사용할 것이라 믿고 있기에 높은 세금을 책정하더라도 큰 불만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덴마크 행복의 비결은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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