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디 May 03. 2020

덴마크 생활 - 근무시간 & 휴가

덴마크의 워라밸

이제 덴마크에서 일하는 모습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볼텐데,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자랑하는 덴마크 회사의 근무시간과 휴가에 대해 알아보자.


회사나 보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다니던 회사의 사무직(Office Worker, 화이트칼라(White Collar)라고 부르기도 함)의 경우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한다. (생산직의 경우 2 교대로 나누어 출근 시간대가 달랐다) 출근시간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와 다를 바 없지만 퇴근시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후 4시, 금요일에는 오후 3시 30분에 업무를 마친다. 점심시간이 30분인 점을 감안하면 주 37시간 근무한다. 더 중요한 점은 정해진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후 5시가 되면 회사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각각의 직원(Employee)들도 알아서 일찍 업무를 마치지만, 심지어 회사(Employer)에서도 직원들이 얼른 퇴근하게끔 독려한다. 가끔씩 사무실에 홀로 남아 야근을 하려하면 회사의 눈치를 봐야할 정도다. 직간접적으로 야근을 강요하는 문화가 성행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라는 법적 장치를 도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유급휴가(Paid Vacation, 한국에서는 보통 '연차'라고 부름)는 근무시간과 더불어 덴마크에서 일하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Ferieloven(덴마크 휴일에 관한 법, 영어로 Danish Holiday Act 또는 Danish Vacation Law)에 따르면 1년에 25일이 유급휴가로 주어진다. 심지어 일부 회사에서는 보너스 휴가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다니던 곳에서는 9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매년 5일의 유급휴가를 추가 지급하여, 대부분의 동료들은 매년 30일의 유급휴가를 받는다. 더 설레는 부분은 이 많은 휴가들을 연속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7월에 3주씩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광경이며, 겨울 무렵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많다. 내 보스는 1월에 5주 동안 호주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요즈음에는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나라의 일부 회사에서는 1주일 이상 휴가를 사용하려면 직장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유급휴가만큼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덴마크의 워라밸

- 근무시간: 오후 4시 퇴근, 주 37시간 근무

- 유급휴가: 1년 25일



개인의 삶이 존중되는 문화 덕분에 덴마크는 아이를 키우기 훌륭한 곳이다. U.S. News에서 조사한 2020년 아이키우기 좋은 나라(2020 Best Countries for Raising Kids) 설문조사에 따르면 덴마크는 당당히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육아에 대한 정부 지원 덕분이기도 하지만 근무환경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 주변 동료들을 보더라도 아이키우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오후 4시면 업무를 마치고 유치원으로 아이를 데리러 간다. 아이가 아프거나 평소보다 일찍 데리러 가야하는 날에는 그보다 일찍 퇴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여름이면 긴 휴가를 떠나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보낸다. 육아휴직과 그 이후의 복직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덴마크 젊은 부부(혹은 커플)들에게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걱정거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덴마크 정부 차원에서 근무시간이나 휴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공식 홈페이지(denmark.dk)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한 포스팅을 보면, 덴마크인들이 일과 이후의 개인적인 시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근무시간이 짧고 휴가 일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생산성이 높다는 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덴마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의 시간이 존중받는 문화는 좋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다른 지역의 동료 및 고객의 입장에서 덴마크 본사와 업무할 때에 불편한 점이 있다. 아무래도 이들에게는 업무보다 개인시간의 우선순위가 높다보니 근무시간 이후에 무언가 요청하면 그것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다음날이 되어야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활절 기간이나 크리스마스 및 연말, 여름휴가 시즌에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느낌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전 14화 덴마크 생활 - 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