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주거지 구하기
싱가포르 생활 - 주 편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기 위해 '주거지 마련'은 시급한 해결과제다. 모든 것이 빠르고 쉬웠던 싱가포르와 달리 덴마크에서 집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 덴마크는 거의 대부분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 만큼 출국 전 덴마크의 주거(Housing)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건축물 형태를 보면, 독립적인 주택(House)과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아파트(Apartment)로 나눌 수 있다. 도심에는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데, 한국의 아파트를 생각하면 조금 낯설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덴세의 아파트는 3~5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국의 빌라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방 수를 계산할 때 거실(Living Room)도 포함시켜야 한다. 가령, 덴마크에서 쓰리룸이라 하면 방 두개에 거실 하나 생각하면 된다. 거실 하나로 구성된 플랫(Flat, 한국에서의 원룸)도 종종 찾을 수 있으며, 침실은 분리되어 있고 욕실 혹은 부엌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도미토리 형태도 있다. 내가 살던 곳은 주방과 욕실이 포함된 플랫 형태의 아파트였다.
거주 기간이 짧거나 불확실하다면 가구나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다행히 렌트(Rent, 월세)의 경우 주요 물품이 옵션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주방의 인덕션 혹은 가스레인지는 대부분 포함되어 있고, 냉장고가 옵션으로 포함된 경우도 많다. 간혹 세탁기가 옵션으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아파트에 공용 세탁기가 비치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일정 금액을 충전시킨 전용 카드를 사용하는데, 빨래 한번 돌리는데 2~3천원 정도 차감되었던 것 같다. 붙박이 수납장도 옵션으로 제공될 수 있지만 침대나 책상 등의 가구는 대부분 직접 사야할 것이다. 가구나 전자제품이 필요하다면 IKEA에 방문하거나 Bilka 같은 초대형 슈퍼마켓이나 쇼핑몰에서도 구입 가능하다. 다만 배송비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자동차가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덴마크에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등을 이용한 중고 매매도 아주 활성화 되어 있다. 나도 페이스북을 통해 침대를 구입하였는데, 판매자가 친히 배달해주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만약 그 지역을 떠나는 지인이 있다면 그동안 사용하던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양도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특히 학기가 끝나는 시기에는 학생들이 졸업하거나 교환학생이 돌아가는 바겐세일 기간이다.
요즘 즐겨보는 '구해줘 홈즈' TV 프로그램에서 집을 소개한 다음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금액이다. 집을 선택함에 있어 금액이 예산에 들어오는지 여부는 가장 결정적인 고려사항 중 하나일 것이다. 오덴세만 하더라도 비용이 과도하게 비싸진 않아 한 집에 혼자 살만 하다. 2018년 기준으로 시내에서 방 하나 거실 하나 있는 아파트 월세는 6,000 덴마크 크로네(약 100만원) 정도였다. (물론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직장인에게는 감당할만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각방을 쓰면서 욕실이나 주방을 공유하는 쉐어 하우스 또한 보편적이다.
렌트 가격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위치인데 큰 도시일수록, 도심(City Center)에 가까울 수록 가격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코펜하겐은 오덴세의 두 배정도 된다고 들었고 오덴세 내에서도 중심지역인 Odense C에서 멀어질수록 금액은 낮아졌다. 내가 지내던 곳은 시내에서 자전거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회사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라 선택했는데 금액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아주 한적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특히 주변에 공원과 들판이 많아 하루하루 힐링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발품을 파는 것은 좋은 집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집을 구해야 한다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덴마크에도 온라인으로 매물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매물이 많은 곳은 Bolig Portal 이라는 웹사이트다. 여기서 위치와 옵션을 선택한 다음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집주인(Landlord)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단,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소정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가끔씩 판매자가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하고 누구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신축 건물처럼 임대해야 하는 상품이 많을 경우에는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영문 홈페이지가 있긴 하지만 매물에 대한 세부설명은 덴마크어로 나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대업자에 영문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답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나는 덴마크로 넘어올 때 회사에서 에이전시를 붙여줘 언어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집주인이 개인인 경우도 있겠지만 회사에서 임대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들 임대업자 홈페이지에도 매물을 게시하는데 Bolig Portal과 달리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직접 연락할 수 있다. 마침 오덴세 임대업자 홈페이지를 모아놓은 링크가 있으니 확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Studiebolig 라는 곳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주거지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Bolig Portal 대비 금액이 아주 저렴한 옵션을 제공하는게 장점이지만, 신청 후 연락이 올때까지 몇 달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알고 있다. 덴마크에는 페이스북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곤 하는데,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 모임 페이지나 해당 지역 세입자 구하는 페이지가 있고, 여기서 집을 구하는 경우도 보편적이다. 나도 처음에 덴마크 들어갈 때에는 직접 보지 않고 덜컥 계약하기 겁나서 3개월 동안 거주할 임시 숙소를 페이스북에서 구했었다. 마침 스페인으로 3개월간 인턴쉽을 떠나는 학생이 있어서 타이밍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덴마크 취업 비자를 획득하기 위해 3개월 이상 거주할 숙소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브라질에서 덴마크 본사로 이동하는 동료 엔지니어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덴마크 선배(?!)로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 했더니 이 친구는 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나도 덴마크에 갈때 가장 걱정되던 부분이 살 곳을 찾는 것이었다. (다행히 학생의 경우 '기숙사'라는 치트키가 있다) 덴마크 렌트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집을 떠나기 3달 전에 임대업자에 통보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임대업자는 입주일 기준으로 3달 전부터 매물을 게시할 것이다. 그것이 좋은 매물이라면 이전 세입자가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계속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좋은 집은 빠르면 3달, 늦어도 1달 이전에는 찜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좋은 집을 구하려면 발품을 파는 것이 최고다. 그런데 덴마크에 도착해서 구하기 시작하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덴마크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이 왜 좋은 집을 구하는게 어려운지 이해가 된다.
참고로 월세의 3개월분을 예치금으로 지불한다. 예치금은 그 집을 떠날 때 돌려 받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 금액만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우선 페인트를 새로 칠한다면서 상당부분 차감할 것이고, 만약 집을 손상시킬 경우 한푼도 못 건질 수 있다. 처음 덴마크에서 3개월 간 지낸 후 떠날 때, 아무 생각없이 의자를 막 쓰다가 나무 바닥이 파여서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그 다음 집을 떠날 때에는, 중간고사 벼락치기하듯 집 구석구석을 대청소하고 집주인이 점검할 때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유럽을 경험하고나니 한국은 참 쉽다.
덴마크 주거 특징
- 건축물 형태: 주택(House) & 아파트(Apartment)
- 매물 조건에 따라 가구 및 전자제품 옵션으로 제공
- 큰 도시일수록, 도심에 가까울 수록 비쌈
- 온라인으로 매물 확인
- 덴마크에 이동하여 좋은 집 구하기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