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일을 하면서 느껴왔던 점
나는 회사원이다. 직무는 언론홍보.
그래서 남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글 쓰는 일 해요"라고 주로 설명한다. '홍보'라는 단어는 '마케팅'만큼이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직무이지만, 이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그 회사의 사정이나 상황에 맞게 일이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내 경우를 설명해 보자면, 평소 출근해서 오전 중에 기사를 작성한다.(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넘겨주는 회사도 있지만, 우리는 아예 기사화를 다 한 채로 전달한다) 점심이나 저녁에는 언론사와 관계된 사람(기자 혹은 데스크, 광고담당자를 주로 만난다)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끔 특수하게 회사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이를 대응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다.
언론사와 좋은 관계 맺기를 위해서는 술자리들이 잦아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홍보 일이 술만 잘 먹는다고 될 일은 아니다. 회사와 언론사 간 이해관계가 잘 맞지 않을 때, 회사에는 비용이 없지만 큰 광고를 요구할 때, 업무를 하면서 벌어지는 불편함이 생길 때, 이런 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건 언변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대화 한 마디에 갈등이 증폭되거나 줄어든다. 좋은 언변을 가진 것이 상황 대처 능력도 가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좋은 언변을 가졌다면, 위기를 극복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그리고 좋은 언변은 깊고 옳은 사고에서 오며, 이는 좋은 글쓰기로 이어진다.
나는 현재 팀원이다.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고, 언론사, IT회사, 가구회사, 스포츠회사 등을 돌아다닌 '저니맨(한 팀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 팀 저 팀을 전전하는 선수를 이르는 말)'이다. 반대로 팀장은 신문방송학과 출신도 아니며, 홍보 직무 경험이 없다. 커리어의 대부분이 이 회사에서만 이뤄진 '원클럽플레이어'에 가깝고, 그 커리어의 대부분은 '영업'을 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애석하게도 팀장은 글에 대해 별다른 식견이 없다. 장점은 내 글에 대해 논하기가 어렵다 보니 큰 지적을 받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단점은 글에 대한 좋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물론 인성은 매우 훌륭하시다)
그중에 애석하게 생각하는 점은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리자가 나보다 역량이 부족함을 느낄 때 딱히 기분이 좋지도 않다. 지금이야 편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 역시 큰 성장이 없을 것을 알기 때문.
글쓰기는 어렵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도 글이 좋아 보인 적도 없었고, 뭐부터 써나가야 할지 두렵다. 읽는 사람이 잘 읽힐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든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해야 조금씩이라도 성장할 수 있다.
요즘 일반 사람들이 글쓰기를 착실하게 많이 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책을 내기도 한다. 자신의 책을 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라는 사람들도 있다. 돈과는 상관없이 이런 열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마당에 이 직무에서 일을 하면서 노력하지 않는다는 게 옳은 일일까?
가끔 내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을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해도 같이 노력해서 성장을 하는 스토리는 참으로 동경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