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면서 나도 모르게 저조한 구독자와 라이킷 수를 보며 조바심이 났다. 나름 고민하며 쓴 글인데 조회수도 얼마 되지 않고 댓글도 전무하다 보니 '내가 잘 쓰고 있는 건가, 계속해야 되나'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송이면서 나는 글을 올릴 때마다 빨리 구독자 수도 늘고 나만의 색깔을 갖춘 그런 파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 조바심에 집착할수록 어떻게 해야 읽히는 글, 책으로 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브런치를 어떻게 활용하나 남의 브런치도 염탐하면서 브런치의 성격이나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했다.읽을수록 이미 다양한 콘텐츠와 좋은 글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 사이에서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더해져 갔다.
그러던 중 브런치에 노출되는 글들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하나같이 간결하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강력한 제목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제목들은 일단 눈에 잘 띄고 클릭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나는 나름의 비밀을 알아낸 뒤 나도 저렇게 제목을 만들어 읽히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글을 올릴 때 평소와는 다르게 내 기준에서 다소 파격적인 제목을 붙여보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튿날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만회가 돌파했다는 공지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2만, 3만을 기록했다는 공지가 떴다.
(현재 기준 4만 5천이 넘었다.)
나는 내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에 기분이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사실 이렇게 읽힐 줄 모르고 급하게 마무리를 하고 올렸는데 완벽하지 않은 글을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또 누구나 공개하고 싶은 면과 공개하고 싶지 않은 면이 있는 법인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쓴 저 글은 후자에 가까운 글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자신이 가품 가방을 메고 다닌 걸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겠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글을 내릴까라는 생각도 몇 번 했었다. 만약 먼 훗날 내가 작가가 되었는데 저런 글이 있다는 걸 독자들이 알면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김칫국 한 사발;) 그런데 그때 댓글이 달렸다. 지금까지 3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내 생각과 달리 좋게 봐주는 분도 있었고 저마다의 의견을 달아주는데 그게 고마워서라도 이제 와서 삭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은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대신 이번 일을 통해끌리는 제목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알맹이에 비해 포장만 번지르르하면 실망이 더 큰 것처럼 겉모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더 힘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에게 읽히기 위해서 쓰는 단발성글이 아닌 다소 재미는 없더라도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글을 써야 그게 나만의 콘셉트가 되고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멀리 보고 뚜벅뚜벅 천천히 걷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코앞에 보이는 이득만을 바라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않길 바라면서..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