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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Apr 01. 2020

부끄러움은 나의 몫

조회수 4만 찍고, 깨닫게 된 점

요 며칠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면서 나도 모르게 저조한 구독자와 라이킷 수를 보며 조바심이 났다. 나름 고민하며 쓴 글인데 조회수도 얼마 되지 않고 댓글도 전무하다 보니 '내가 잘 쓰고 있는 건가, 계속해야 되나'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송이면서 나는 글을 올릴 때마다 빨리 구독자 수도 늘고 나만의 색깔을 갖춘 그런 파워 브런치 작가 되고 싶었다. 그 조바심에 집착할수록 어떻게 해야 읽히는 글, 책으로 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브런치를 어떻게 활용하나 남의 브런치 염탐하면서 브런치의 성격이나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읽을수록 이미 다양한 콘텐츠와 좋은 글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 사이에서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 더해 갔다.


그러던 중 브런치에 노출되는 글들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하나같이 간결하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강력한 제목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제목들은 일단 눈에 잘 띄고 클릭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나는 나름의 비밀을 알아낸 뒤 나도 저렇게 제목을 만들어 읽히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글을 올릴 때 평소와는 다르게 내 기준에서 다소 파격적인 제목을 붙여보았다.


https://brunch.co.kr/@blazesoo/21


예상은 적중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튿날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만회가 돌파했다는 공지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2만, 3만을 기록했다는 공지가 떴다.


(현재 기준 4만 5천이 넘었다.)


나는 내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사실 이렇게 읽힐 줄 모르고 급하게 마무리를 하고 올렸는데 완벽하지 않은 글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또 누구나 공개하고 싶은 면과 공개하고 싶 않은 면이 있는 법인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쓴 저 글은 후자에 가까운 글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자신이 가품 가방을 메고 다닌 걸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겠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글을 내릴까라는 생각도 몇 번 했었다. 만약 먼 훗날 내가 작가가 되었는데 저런 글이 있다는 걸 독자들이 알면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김칫국 한 사발;) 그런데 그때 댓글이 달렸다. 지금까지 3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내 생각과 달리 좋게 봐주는 분도 있었고 저마다의 의견을 달아주는데 그게 고마워서라도 이제 와서 삭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은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대신 이번 일을 통해 끌리는 제목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알맹이에 비해 포장만 번지르르하면 실망이 더 큰 것처럼 겉모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더 힘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에게 읽히기 위해서 쓰는  단발성 글이 아닌  다소 재미는 없더라도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글을 써야 그게 나만의 콘셉트가 되고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알게 되었다.


멀리 보고 뚜벅뚜벅 천천히 걷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코앞에 보이는 이득만을 바라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않 바라면서..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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