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준비 포기, 그 후
입시 준비와 비슷하게 느껴졌던 유학 준비의 짐을 내려놓아 홀가분했다. 하지만 목표를 잃어버린 나의 방황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말하자면, 내가 출전하는 경기판에 유학 준비를 위한 도구들을 잔뜩 쌓아뒀는데 그걸 하루 아침에 싹 치워버린 것 같은 느낌. 이젠 뭘 다시 쌓아가야 하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연히 본 "방황하는 이들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라는 문구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방황의 날들을 채워나갔다.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우선 당시 유행중이던, 남들 다 하는 경제 공부와 주식공부를 했다. 나만 안해서 뒤처질 것 같은 공포에 경제관련 서적을 열심히 읽었다. 경제 공부 기록용 블로그도 만들고, 주식도 열심히 해보고, 종이 경제신문도 구독해서 읽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경제 공부를 했을 때 힘이 솟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에세이 읽고 글 쓰고 그래야 힘이 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작고 소중한 나의 시간을 경제 공부로 채워가자 점점 영혼이 시들시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왜 그렇게 몰아세웠는지 모르겠다. 좀 더 하고 싶은 걸 하고, 쉬어도 되었을 텐데 자꾸만 스스로를 채찍질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완의 시간이 없음으로 인해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어쩌다 여유 시간이 생겨도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흐르는 시간이 그저 불안하기만 해서 즐기지도 못했다. 휴식을 즐기는 기능이 고장났던 것 같다.
나를 채우고 충전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러면 자꾸 소비를 하며 푸는 악순환에 빠졌다.
경제공부를 해도 그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자 오히려 돈이 낭비되는 신기한 아이러니(!)랄까.
나 같은 사람은 돈을 벌려면 에세이를 읽고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돈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집에 잔뜩 쌓인 아이들 물건이나 옷 같은 걸 자꾸만 정리하고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이나 미니멀라이프 관련 서적을 읽으며 조금이라도 더 버리고 싶어했지만, 어린 아이들 키우는 집에서 버리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아이가 둘이니 첫째 물건을 미리 정리하기도 애매했다.
사실 미니멀라이프를 정말 각 잡고 제대로 할 게 아니면 물건들을 버리기보단 잘 정리해가며 지내는 게 맞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집을 비워내고 싶어했다. 집에 물건이라도 좀 없으면 내 삶도 정리될 것 같았달까. 집이 좀 비면 내 머리도 비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미니멀라이프도 내 상황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