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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ya Dec 26. 2023

유학 준비와 아이의 세 번째 열성 경련

유학 포기와 방황 시즌의 시작




복직을 했던 2022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사내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석사 과정을 밟는 게 목표였다. 온 가족이 다 함께 가려고 했다. 토익 점수부터 만들어 두고, 선발 과정에서 나 자신의 열정과 가능성을 어필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갔다. 열심히 연구주제를 서치 했고 크게 관련은 없지만 영어 말하기 시험(OPIc)도 쳤다. 




직장 생활과 육아로 바쁜 날들이었지만 유학 준비하는 순간은 행복했다. 내가 선발될 수 있을지 큰 부담감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해외 생활 경험도 하게 해주고 싶었고 나도 공부하면서 해외 생활을 하는 것이 로망이었기에 기대가 되었다. 두 아이를 재워놓고 밤에 공부나 서치를 했다. 회사 점심시간에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우리 10주년 결혼기념일 다음날이었다. (남편이 회사에 커다란 떡케이크를 배달해 줘서 기억하고 있다.) 낮부터 컨디션이 안 좋던 23개월 둘째가, 태어나서 세 번째로 열성 경련을 했다. 14개월에 한 번, 21개월에 한 번 하고 23개월에 또 한 번 한 것이다. 그 주기가 좁아지면 좋지 않은 거라 했기에 더욱 긴장했다. 세 번 다 소아 응급실에 갔었고, 두 번째 응급실 갔을 때 MRI와 뇌파 검사를 해 본 결과 다행히도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열성 경련이라는 진단을 받긴 했었다. 




그렇게 검사하고 2달 여가 지난 후였기 때문에 열성 경련이 또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더니 다시 열성 경련을 했다. 두 번째는 내가 없을 때 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있을 때 할머니의 품에서 했다. 아이의 얼굴색이 보랏빛으로 바뀌었다. 일반적인 열성 경련이라는 진단을 들었음에도 그 모습은 엄마인 내게 큰 충격이었다. 내 세상이 마구 흔들리는 느낌이랄까. (안고 있던 아이를 바닥에 옆으로 눕히자 얼굴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래도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면 촬영을 해야 한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아이의 경련 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경련이 끝난 후 다시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서는 지난번 정밀 검사를 다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줄 것은 없으며, 2개월 만에 다시 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염려는 된다. 한 달 여 후 외래 진료를 잡아주겠다. 지금은 귀가하라.라고 했다. (이후 외래 진료에서도 일반적인 열성 경련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날, 응급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 만약, 아이가 또 경련을 하면?

- 그 간격이 좁아지면?

- 하지 않다가, 해외 나가서 경련을 하면?

- 긴 시간 비행 중 경련을 하면?

- 육아를 도와주시는 어머님, 아버님이 안 계신 해외에서 경련을 하면?

- 해외에서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간다면?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고 무엇보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내 멘털을 파사삭 무너뜨렸다. 










결국 그리 길지 않은 고민 끝에, 유학 준비를 포기했다. 




이미 큰 중압감과 스트레스 속에 유학 선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일까지 겹치니 내가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내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면 해외 생활 도전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2023년 1월 이후 아이는 다시 경련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가까이하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 경련 이후에는,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37.5도를 넘기며 슬슬 열이 날 것 같으면 바로 해열제를 먹였다. 열이 높을 때 경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확 오르는 순간에, 열이 처음 나는 날 주로 경련을 했던 것 같아서. 열이 나지 않아도 진통제로 해열제를 복용하기에 진통제 느낌으로 먹였다. 언제라도 열성 경련을 할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열이 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마 부모의 노력보다는 아이가 더 이상 하지 않는 상태가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6세 정도 전까지는 열성 경련이 흔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 신경 써서 잘 돌봐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2023년에 가장 감사한 것은, 아이가 1월 이후 열성 경련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아이가 경련을 하지 않아 감사한 것과는 별도로-

나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입시(?)의 압박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갑자기 직장 생활과 육아 이외에 (내 작고 소중한) 남는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유학 준비라는 목표가 사라지자 나는 뭔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방황했다. 




멀리 산 위에 꽂힌 깃발만 쳐다보면서 그쪽을 향해 열심히 전진했는데, 갑자기 그 깃발이 사라져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 그것이 마흔의 사십춘기(?)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과 겹쳐서 꽤 오랜 시간 방황하게 된 것이다. 레고를 설명서대로 차근차근 조립하다가, 갑자기 설명서를 잃어버려서 이걸 어떻게 쌓아야 할지 감이 안 오는 상태. 내 손에 들려있는 레고 부품들을 어찌해야 하는 건지. 




내게는 방황의 시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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