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의 "우리들의 실패" 노래 중에서-
-2023년 9월, 어쩌다 나 홀로 떠난 태국 여행에서
자우림의 "우리들의 실패"라는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쓴 글-
2018년 첫 아이를 낳았고
2021년 둘째를 낳았다.
지금은 서른일곱이고
2018년에는 서른둘이었다.
임신 준비부터 30대의 대부분은 임신 출산 육아에 쏟은 것이다.
두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이제야 조금씩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임신 기간부터 몇 년 간은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외모나 내면이나 커리어에 있어서도.
아이들 조금 키워놓고 거울을 봤더니, 예전의 내 얼굴이 아니다.
지구의 중력에 하릴없이 내어 준 주름과 처진 살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뱃살은 출산 전보다 줄었다...
아이들 케어하느라 움직임이 많아져서인 듯... 하하...
2018년 전에 샀던 옷들은 다 한두 치수 크다)
외모뿐이랴.
마음밭도 잘 가꿔 나가야 이파리도 푸릇푸릇 싱싱하고, 예쁜 꽃도 피는 법인데.
내 마음밭 가꿀 틈이 어디 있었나.
당장 책 읽어 달라는 아이,
눈을 뗄 수 없는 연약한 아이의 안전과 위생적 환경에 대한 책임이 나한테 있는데.
그럼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의 30대 대부분은 그렇게들 보내야만 하는 것인지.
그 이후의 삶은 어찌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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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라도 나를 챙기고 가꾸고 잘 돌봐줘야겠다.
아이들만큼이나. 나도 잘 돌봐줘야겠다.
보톡스 맞고, 비싼 거 사고, 신나게 노는 것 같은 거보다는
- 나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 나를 위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
- 일주일에 두어 시간이라도 더 운동할 시간을 내는 것.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 뒹굴며 핸드폰 하지 않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만약, 나에게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남아있다면 말이다.
삶을 정성껏 살아보기-라는 문구가 조금씩 와닿고 이해되는 요즘이다.
집안일도, 육아도, 직장 생활도 자기 계발도.
나 자신에 맞는 스타일의 옷과 신발을 찾아가듯이
나 자신에 맞는 삶을 찾아가는 것.
자아를 찾는 건 사춘기 때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밤새 푹 고아 끈적한 곰탕 국물 같은 찐한 글을 쓰고 그런 삶을 사는 것.
때로는 바람에 날리는 솜사탕처럼 가벼운 시간들을 솜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줄 아는 것.
나 자신을 품고 사랑하고 미워하지 않는 것. 끊임없이 가꿔 가는 것.
(왜 이거 쓰는데 울컥 눈물이 나지)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이는 이런 생각조차 떠올리기 힘들다.
이 시대에 고생 중인 모든 엄마들을 위한 눈물과 글. (고생 중인 아빠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