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개사는 뭐가 달라? | 정직부동산

모든 영화에는 부동산이 있다

by 오성범

여러분들은 공인중개사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가요? 아마도 각자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다를 것입니다. 살면서 부동산을 사고 파는 일이 그리 흔하지 않기도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중개 시장이 영세한 사무소 중심이라 각자의 경험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재래시장의 서비스처럼 모든 것이 사장님 마음이라, 대형마트처럼 일관되고 표준화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죠. 재래시장 대신 대형마트, 동네슈퍼 대신 편의점, 개인택시 대신 카카오택시가 생겼지만, 부동산 중개 만큼은 여전히 작은 공인중개사사무소 중심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부동산 중개는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중개사무소가 아닌 기업이 운영하는 중개법인이 중심이죠. 한국으로 치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같은 부동산 대기업인 미쓰이, 스미토모, 도큐, 노무라 같은 대기업들이 전국망을 가진 중개법인을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중개법인은 센츄리21(Century 21 Japan)인데 일본 전역에 1,000개가 넘는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의 공인중개사는 사무소를 개업하는 대신 기업(부동산 중개법인)에 취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오피스 드라마는 부동산 중개, 그 중에서도 주택 중개가 소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작은 사무소가 아닌 큰 회사가 배경이기 때문에 여느 오피스 드라마처럼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고, 업무 현장의 고객, 사내 경쟁과 갈등 같은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좋죠. 더구나 주택이잖아요. 집집마다 사연이 없는 집이 없잖아요.


출처 : NHK (https://www.nhk-ondemand.jp/)


일본에서는 공인중개사를 '택지건물거래사(宅地建物取引士)'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도 공인중개사 시험은 매년 20만 명 정도가 응시해서 '중년의 고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많잖아요. 일본에서도 매년 25만 명 정도가 응시하고 있는데, 한국과 달리 중년이 아닌 30대 청년층이 주된 응시자라고 합니다. 한국의 부동산 중개도 개인이 아닌 기업 중심이었다면 공인중개사 시험이 '중년의 고시'가 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부동산 중개사무소 수는 약 11만 개로 편의점보다 약 2배 많습니다. 다들 보셨겠지만 신축 건물에는 어김없이 중개사무소가 제일 먼저 들어오잖아요. 한국의 중개사무소 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일본의 중개사무소는 편의점보다 약 5배 많습니다. 엄청나죠? 이렇게 중개사무소 수가 많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은 한국보다 임대주택도 많고 이사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과 달리 이중으로 중개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고 매도인-매수인, 임대인-임차인의 쌍방 대리도 가능해 한 명이 두 개의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업무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전속 중개'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이곳저곳에 중복으로 의뢰하는 대신 한 곳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개 의뢰 자체가 고객과 중개사 사이에서 하나의 계약인 거죠. 전속 중개는 중개사 입장에서 괜히 헛수고를 할 일도 없고 노력한 만큼 평판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제도입니다. 중개보수의 차이도 중요하겠죠. 한국의 중개보수 요율은 주택 기준으로 매매는 최대 0.7%, 임대는 0.6%인데요, 일본의 경우 매매는 최대 5%로 훨씬 높습니다. 만약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의 주택 임대차 계약이라면, 한국에서는 중개보수로 30~40만원 정도를 내지만 일본에서는 100만원 정도로 3배 이상 높습니다.


일본 중개사 vs 한국 중개사


한국과 일본 부동산 중개의 차이는 사실상 경제구조, 인구구조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람이 바뀌면 집이 바뀌고, 집이 바뀌면 부동산 중개도 바뀔 수 밖에 없겠죠.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들어간 일본은 노인 대상의 중개 상품이 많습니다. 한국의 실버타운과 비슷한 '케어하우스(Care House)'라던지, 고령의 집주인 대신 세입자를 관리해주는 '서브리스계약(Sub-lease)', 자가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Reverse Mortgage)' 같은 것들이죠. 일본의 부동산 중개를 보면서 한국에도 머지 않아 다가올 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직부동산> | 正直不動産

NHK 드라마, 2022


공인중개사 나가세 사이치(배우: 야마시타 토모히사)는 뛰어난 화술로 부동산 중개회사에서 최고의 업무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저주에 걸리게 되면서 업무실적이 떨어지기 시작하죠.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업무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거짓 없이 정직한 중개로 다시 고객의 신뢰를 쌓기 시작합니다.


"우리와 손님의 관계는 계약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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