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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범 Apr 23. 2022

토지 매입의 시작 : ③타당성분석

교암해변 건축일기

경계와 도로, 기획설계가 '이 땅을 사도 되는가'의 문제라면, 타당성분석은 '이 땅을 얼마에 살 것인가'의 문제다. 팔려고 내놓은 가격이 적정한지, 이 가격에 사면 손해는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다.


물건의 가격은 정해진 것과 정해지지 않은 것이 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공산품의 가격은 대게 정해져 있다. 우리는 살지 말지만 결정할 뿐 가격흥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의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다. 중고시장이나 벼룩시장과 비슷한데, 파는 사람이 여럿인 데다 내놓은 물건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공산품은 한 사람이 똑같은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 여러 사람이 사지만, 부동산은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각자의 물건을 팔고 단 한 사람만 살 수 있다. 그래서 정해진 가격, '시세'가 없다.


시세가 없는 물건을 살 때 우리는 불안하다. 그래서 우리는 당근마켓에서 중고물건을 살 때, 중고차매매시장에서 중고차를 살 때, 가격을 의심하고 흥정한다. 그런데 부동산은 생활용품이나 자동차보다 몇 십배 비싸고, 아파트라면 들어가 살기라도 할텐데 건물이 없는 토지는 당장의 쓸모도 없다. 그래서 하는 게 타당성분석이다. 어려운 만큼 더 시간을 들여 가격을 따져봐야한다.


토지 가격을 분석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주변 다른 땅들의 거래가격과 비교해보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건축 예정인 상가의 가치에서 건축비용을 빼 역산해보는 것이다.

인근 토지 거래가격 (출처 : 밸류맵)

다른 땅 거래가격과 비교해보는 방법은 간편하고 직관적이다. 문제는 도시지역이 아닌 이상, 비교가능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에는 굉장히 사례가 많아 보이지만, 용도지역(계획관리지역)과 이용상황(상가)이 같은 최근 2~3년 사례로 범위를 좁혔더니 딱 3건만 남았고, 그나마도 가격수준이 천차만별이었으며, 땅주인이 판다는 가격과도 차이가 많이 났다.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건축 예정인 상가의 가치에서 건축비용을 빼는 것이다. 조사해보니 2층 상가에서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250만원/월 수준이었고, 건축비는 표준단가 수준에서 평당 600만원으로 가정했다. 적어도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니 최소 수익률을 4%라고 하면, 연간 3,000만원(250만원/월 × 12개월)의 수익은 최대 7.5억 원 정도의 투자가치가 있다. 여기서 건축비 2.4억 원(600만원/평 × 40평)을 빼면 토지가격은 최대 5억 원 내외인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땅주인이 제시한 가격을 역산해보니 대략 7%의 수익률이 나왔다.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 적정한가에는 정답이 없다. 투자하는 사람의 목표와 결정에 달려 있다. 그래서 요구수익률(required rate of return)이라고 부른다. 다만 확실한 건, 대출이자율보다는 높아야 하고,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땅을 샀다.


토지 매매계약 (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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