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도오리(小川通) 버스정류장
15. 16일째 – 오가와도오리 버스정류장
1월 28일(목)
아침 7시 출발 시각. 숙소 앞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노(老) 주인. 어제 늦은 시각 뛰었던 두 정거장의 거리를 멋진 노주인의 드라이브 운전을 통해 편안하게 주위 경치를 구경하며 간다. 구수한 말도 전해 들으며 자신은 나이가 들어 걷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75세가 되신 분도 걷는 길임을 강조하고 격려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토사사가 역에서 아쉬운 작별을 마치고, 통학하는 학생들이 있어 잠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신선한 느낌을 전해 받는다.
사가마을을 떠날 무렵 바라본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가공원을 지나면서 어제 잠깐 스쳐 지나면서 만났던 그 젊은이의 텐트도 눈에 들어온다. 넓은 정원에 바다를 앞에 두고 덩그라니 홀로 지샌 밤은 어땠을까? 지금도 잠을 자는지.
아침 식사는 시로하마(白浜) 민박 겸 음식점에서 우동으로 해결하고 길따라 해변따라 길을 걷는다. 이리노마쓰바라(入り野松原) 소나무 해변길이다. 파도 타는 서핑족이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계속된 해안길을 벗어나 나카무라(中村)까지 가는 지름길을 택해 가는데, 지도를 보니까 가로지르는 길이 눈에 들어와 걸어 가는데, 이정표 없는 길을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농로를 따라 콧노래도 흥얼거리며
양쪽으로 죽죽 벋은 삼나무 가로수를 벗삼아 기분좋게 걷는다. 그런데 어느 정도 걷다가 사거리를 만났는데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른 표지판을 만나, 순간 방향감각을 잃고 말았다.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아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지도를 들고 헤매이는 내 모습이 눈에 띄였는지 트럭이 한 대가 가던 길에 멈춰 선다. 보니, 노부부이신데, 내 사정을 아시고 길을 가르쳐 주신다. 인상이 참 밝고 환하다. 고맙게도또 다른 차량이 길옆에 차를 세우더니 나까무라까지 태워주시려 한다.
참 고마우신 분들이 많으시다.
나까무라 도시 외곽에 들어서서야 길이 눈에 들어온다. 기찻길도 보이고, 대형 슈퍼도 두어 개, 전문 음식점도 눈에 띄어서 오늘 저녁 먹을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우선, 슈퍼에 들러 저녁 거리와 간식 거리를 챙긴 뒤 나까무라 역 앞 미리 예약해둔 제1비즈니스호텔에 짐을 푼다. 30일 출국일 아침에 서둘러 출발하기엔 여기가 안성맞춤이긴 한데 묵어보니 정감이 없다. 직원들도 사무적이다. 그래도 귀국일 일정표와 기차시간표 등을 알아봐주는 성의가 대단하여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자, 이제 남은 시간은 최대한 걸을 거리를 확보하는 일. 여기서 38번 절까지는 41키로. 이 거리를 내일 걷고 오기에는 조금 무리인 듯싶어 오늘 그 거리를 단축시켜 놓아야 한다. 더욱이 내일은 비가 내린다고 하니까 그 거리를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게 절실하다. 지금도 날이 꾸물꾸물하긴 한데 우산을 챙길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최대한 짐을 가벼이 하고 숙소를 나선다.
3시 40분. 시만토가와(四万十川)는 관광 책자에도 나오는 경치가 뛰어나다는 곳인데, 섬진강가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강가에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는 곳도 있다.
강을 옆에 끼고 둑방길을 걷다가 강가 산책로를 뛰다가 하는데 빗줄기가 가늘지만 이제 내리기 시작하는가 보다. 본격적인 비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우산도 없는데... 4시 반 정도에 강을 벗어나 아시즈리미사끼(足摺岬)를 향해, 38번 곤고후쿠지(金岡福寺)를 향해 걷는데 하교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이 정겹다.
길이 점점 어두워진다. 빗줄기도 점점 굵어진다. 중요한 것은 나까무라 시내로 되돌아가는 막차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막차를 탈 수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최대한 거리를 확보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 내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다음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지도를 확인한 후, 뜀뛰기를 시작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략 10키는 뛴다는 생각을 가지고 출발. 길이 어두워 렌턴을 켜고 달리는데 빗줄기가 굵어져 안경에 송글송글 맺히는 물방울과 얼굴에서 나는 김이 한데 어우러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터널을 통과하게 되면서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었는데,이 터널의 길이가 장장 1.6키로. 그렇다고 걷기만 할 수 없는 처지라 열심히 뛴다. 딸랑딸랑 코보 대사와 함께. 터널 통과 직후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환하다. 자판기도 5대 정도 있는데다 음식점, 가게 등이 있어 여기서 버스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다.
시간이 아직은 막차가 오기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다. 이곳을 지나서 다음 버스정류장까지는 대략 3키로. 그런데, 문제는 내 생각과는 달리 지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다음 정류장까지 가는 길은 조금 힘에 부친다. 마을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불빛 하나 없는 지역을 지나가려니까 과연 정류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져 떨칠 수가 없다. 이거 이러다 나까무라까지 돌아갈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겨우 불빛 하나 발견. 바로 공중전화 박스의 불빛이다. 그 뒤에 서 있는 전신주의 불빛도 한 몫 하고 서 있다. 구세주의 불빛을 본 듯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여기가 바로 오가와도오리(小川通) 버스정류장이다.
정류장 옆에 있는 휴게소 안은 너무 캄캄하여 들어가 있기가 그렇다. 그래도 비는 피해야 해서 들어가보지만 그래,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자. 아늑하다. 사방은 온통 어둠인데, 여기만 불빛이 있다. 그리고 따뜻하다. 비도 피할 수가 있다. 나 혼자만의 공간으로 제격이다.
막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긴지. 몸도 으슬으슬 추워오는데 버스가 그냥 지나쳐 갈까봐 박스에서 나와 휴게소에서 기다리며 목을 빼고 버스 오는 쪽을 바라보면서 차 불빛이 보일 때마다 랜턴을 켜들고 내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때마다 버스는 아니고 다른 차들이다.
다행히 버스는 제 시각에 맞춰 오고 나를 버려두지 않고 태운 뒤 내가 뛰어온 길을 거슬러 나까무라역까지 데려다 주는데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다. 오늘 너, 수고 많이 했다. 그런데, 버스비가 만만치 않다.
800엔.
숙소 - 나까무라 역에서 15k 더 간 오가와도오리 / 도보거리 41.2km
숙소 - (26.2k) - 나까무라 역(숙소에 짐을 놓고) - (15k) - 오가와도오리(小川通),
버스타고 숙소로 되돌아옴
숙소 : 나까무라(中村) 제1호텔(비즈네스)(0880-34-4100)
먹을거리 4,500엔
음료수 160엔
버스비 800엔
음식 3,500엔
빵 211엔
숙박비 5,030엔
소계 : 14,201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