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四國) 오헨로 순례(14화)

토사사가 온센

by 마르티노 쿠마

14. 14일, 15일째 – 후쿠야 료칸, 토사 사가온센

126()


국민숙사토사에서의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는데, 먹구름이 잔뜩, 장난이 아닌데.

비구름인가? 다행히도 날이 밝아지면서 구름이 걷힌다. 오늘 하루도 신나는 하루가 되기를.



어제 사온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토사만이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감탄 연발이다. 토사만의 풍치에 흠뻑 젖어들며 두어 시간 걸어 쉴 만한 즈음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헨로 상을 만난다. 마쓰바라(松原) . 앞에다 맨 가방이 어깨끈에 연결되어 부담을 줄이는 거라든가 지도를 읽어내는 품이 한두 회 순례한 것이 아닌 듯하다. 가족 관계를 물어보는데 아마도 자식들과 살기는 하는데 부인과는 이별한 듯 말을 아끼신다. 나와 달리 번외사찰까지 순례하고 계시는데, 이분과는 점심 무렵까지 함께 걷다가 스사끼(須岐)에서 이분은 관음사를 찾아가시고, 나는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아나선다. 함께 식사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스사끼 시내에 들어서서 슈퍼집 아가씨에게 맛집인 하유미 나베라멘집이 터널 통과 직전,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라면 집인데, 공교롭게 문을 닫아 배고픔이 더한다. 그런데 이 가게 뒤편으로 가보니 오꼬노미야끼를 제공하는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허름하여 손님이 들 것같지 않은 식당에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혼자 식당을 지키고 계신다. 맛은 둘째 치고, 일단 주문을 하고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데, 얘기가 그런대로 정감이 갔던지 아주머니께서 식사 후반부에 사과 2개를 오셋다이로 주시는 게 아닌가. 오꼬노미야끼보다 정감이 오가며 받은 사과맛이 더 오래오래 남는다.














오후 230분. 숙소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10여키로 남짓. 숙소로 예약한 곳은 후쿠야(福屋)료칸. 근처 오오다니(大谷)료칸은 인원이 꽉 들어차서 옆의 후쿠야료칸을 예약한 상태. 근처의 역으로는 토사구례역. 볼만한 관광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리 숙박인원은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을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기는 한데... 한국말을 곧잘 하시는 여주인의 친절한 안내가 있기는 한데 내게 주어진 방은 2층 구석진 곳.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는다. 와이파이가 되는 방은 이미 만석. 어느 방 하나도 빈 방이 없어 목욕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전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데 온가족이 달려들어 거드는데 장난이 아니다. 나는 스도마리로 묵기에 저녁은 주인아주머니의 소개를 받은 우동집으로 향한다. 주인집 아드님이 대를 이을 양인지만, 소개받은 맛집치곤 약간 평범한 맛에 저녁거리로는 다소 부족함을 느끼고 숙소 방으로 들어서는데 아주머니가 약간 미안했는지 서비스로 이 지방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이치고! 딸기 한 팩을 주셨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잠깐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보니 11시다. 아차, 내일 머물 숙소 예약을 못한 상태라 정신이 화들짝. 급히 옷을 챙겨 입고, 와이파이가 잡히는 1층 현관 입구로 내려가 추위에 약간 움츠러든 상태로 토사사가 온센에 전화를 건다. 늦은 밤이지만 친절하게 예약을 받는다. 사실, 토사사가 온센 지나서는 숙박시설이 눈에 들어오는 게 없어서 여기가 안 잡히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 만약, 안 되면 토사사가온센 앞에서 노숙이라도 해야겠지 마음은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추위에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도 사가온센에 방이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른다. 게다가 숙박비도 비록 스도마리지만 5천 엔이라니. 저렴해서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방으로 올라가 편히 잠을 청한다.

숙소 - 토사구례(土佐久礼) 역, 숙소 / 도보거리 36.2km

숙소 : 후쿠야(福屋)료칸(0889-52-2958, 한국어 조금 하심)


오꼬노미야키,야끼우동 590엔, 저녁우동 530엔, 음료 160엔, 간식 320엔

숙박비 5,000엔
소계 : 6,600엔




다음날(27) 아침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 오늘 가야할 거리가 42키로를 조금 더 가야해서 아침을 서두른다. 그런데, 아침녘 동네의 모습이 참 정겹다. 아침이 아름다운 동네구나.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산행. 300여미터의 고지로 오르는 아침 산행. 제법 숨을 헐떡이게 한다. 숲도 아주 깊다. 정상부근에서 56번 도로를 만나 내려서면서 다소 여유를 찾는다. 도보길과 기찻길이 서로 엇갈리며 평행으로 가다보니 어느새 37번 절 이와모토지(岩本寺) 입구 마을에 들어선다. 길거리에 내가 좋아하는 오뎅과 감자고로케를 막 구워파는 가게를 만나 몇 개를 사는데, 뒤로 멀치감치 오는 노숙하시는 순례객이 눈에 들어온다. 이와모토지에서 참배를 하고 쉬면서 아까 산 간식거리로 요기를 하는데, 앞서 본 노숙 순례객이 눈에 들어오길래 함께 자리를 하자고 권하고 간식거리를 그분에게 건넨다. 도쿠시마에서 오신 분인데, 텐트 없이, 그냥 매트에 침낭, 그리고 식사도구를 챙겨 다니시는데 벌써 여러 날 숙소다운 숙소에 머물지 못한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이와모토지를 떠나 또다른 노숙 순례객을 만난다. 오늘따라 만나는 이마다 노숙하시며 다니는 순례객을 만나는데, 다음 이 곳을 순례할 때는 내가 노숙할 차례라는 것을 암시받는 듯하다.

구불구불한 56번 도로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이다. 숲길, 울창한 숲속이 한낮에도 어둡다.

사가온센에 도착한 시각이 4시 경. 체크인을 하는데 금액이 어제 예약할 때와 다르다. 분명히 어젠 5천 엔이라고 했는데, 6천 엔이라니. 상황을 설명하고 5천 엔으로 들었다고 했더니 옆의 여주인인듯한 분하고 의논하고는 그냥 5천 엔에 해주겠다고 한다. 애써 봐주는 듯한 느낌이어서 석연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원래 가격으로 체크인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숙소로 들어서는데, 누가 봐도 6천 엔 가격대에 해당하는 품격을 갖춘 방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아주 깨끗하고 모든 게 잘 갖춰진 그런 방이다. 게다가 2인실이라니. 동행이인. 한 침대는 코보대사의 침대라 여기고 고이 남겨 둔다.




그리고 서둘러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숙소를 나서서 더 걷는다. 440. 가만 보니 여기서 2키로 남짓한 곳에 카이나 역이 있다. 지배인에게 부탁해서 픽업을 얘기했더니 가능하다고 하신다. 정말 친절한 지배인이다. 그렇다면 두 정거장을 더 걸어간 뒤 거기서 기차를 타고 카이나 역으로 되돌아오면 된다는 계산을 하고, 뛰기 시작한다. 10키로 뜀박질. 문제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점과 과연 두 정거장 가서 537분차를 탈 수 있느냐는 건데. 못할 것도 없다. 그래, 오늘도 뛰는구나. 어둠이 깔리는 도로는 괜찮다. 문제는 옛터널도 통과해야 한다는 점.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터널 중간쯤 가니, 캄캄한 어디선가 누군가 내 양손을 붙들 것같은 느낌에 모골이 송연하다. 냅다 달린다. 아무 생각없이, 아니 아무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목이 탄다. 이번 순례길에서 처음으로 길가에 떨어진 귤을 주어들고 뛰면서, 까면서 연신 입에 물고 씨를 뱉고 씹는데, 맛이 달다. 정말 몸에 달다.

텐트를 짊어지고 가는 젊은 청년 순례객과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계속 뛰어 드디어 토사사가 역에 도착. 537분차가 역내에 들어선다. 마침 통학생들이 내리는데 그 모습이 참신한 게 자꾸 눈에 끌린다.

토사사가 역에서 구입한 기차표






얼굴이 벌겋다.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열심히 달린 모습, 열심히 살아온 너의 흔적이다.

두 정거장 거리가 기차로는 정말 짧은 거리지만

나로서는 정말 혼신의 힘을 기울여 뛴

한 땀 한 땀이 소중한 길고 긴 거리라

차창 밖의 모습이 하나하나 귀하게 다가온다.

비로 어둠이 깔려 와 잘 보이진 않지만

손에 잡힐 듯 소중히 다가온다.

내가 밟아온 길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카이나 역에 도착하여

사가온센 지배인의 친절한 후의(픽업)에 힘입어

편하게 숙소까지 간다.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근 순간 하루의 피로가 싸악 가신다. 그리고 온 세상을 다 품은 것같은 기분으로 날아갈 것 같다. 식당에서 마주한 우동. 지금까지 일본에 와서 15일째 되는 동안, 제일 맛있는 우동을 접한다. 정말 맛있어서 직원에게 연신 최고라고 추켜 세운다.(한번 여기 우동을 맛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다.)



온천물도 좋고, 숙소도 좋고, 음식맛도 일품이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뭐하나 부족한 게 없는 최고의 숙소다.(다음날, 28일 아침, 남주인(67세)의 배려로 10키로 거리를 픽업해 주시기까지 하셔서 몸둘 바를 몰랐다.)

저녁 10시 경, 숙소 밖으로 나와 노숙을 할 수 있는 휴게소에 잠깐 앉아, 내가 여기서 오늘 노숙할 수도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는데, 주위가 캄캄한데다, 날이 추워 금방 돌아선다. 역시 아직 이런 곳이 익숙지 않구나. 그래도 다시 돌아서서 코보대사 상 앞에 동전 한 닢을 곱게 두고 나온다. 이곳을 이용할지도 모를 어느 노숙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오늘도 추운 날씨에 노숙으로 밤을 지샐 순례객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발길을 돌린다.

숙소 - 사가온센(佐賀溫泉)+10km(토사사가 역) / 도보거리 42.3km

숙소 - (22.3k) - 37.이와모토지 - (10k) - 사가온센(짐을 내려 놓고) - (10k) - 토사사가 역

숙소 : 사가온센(0880-55-7011)


차비 250엔,덴뿌라 300엔

우동 650엔, 간식 260엔
세탁 200엔, 과자 250엔
안마 200엔,노쿄비 300엔

숙박비 : 5,000엔
소계 : 7,61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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