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四國) 오헨로 순례(2부-2화)
64번 절을 향해 첫 발을 내딛다
2. 2일째(64번 절) - 시코쿠 오헨로 순례 이틀째, 64번 절을 향하여
1월 10일(목)
구름이 낌, 새벽 0도, 한낮 5도.
5:00 눈이 떠지고, 여러 생각들이 오고간다.
0도의 날씨.
6:00 오늘의 미사를 드린 후 활동 개시. 오늘은 다카마츠역에서 기차를 타고 64번 절 마에카미지에 못미친
20키로 전방에서 내려 순례를 시작하려고 한다.
오늘의 숙소가 어디가 될지? 이시즈치야마역내 아니면 온천민박?
8:45 마츠야마행 승차 니하마역까지 3,930엔
10:40 니하마 착, 걷기 시작.
12:20 나카하기역 앞에서 오헨로 길 조우
20분 휴식 후 걷기 시작
시내를 벗어나니 길가의 풀과 흙냄새가 좋다.
벼 벤 논을 방금 갈아엎은 자리에 참새떼 내려와 옹기종기 모여 모이를 주워 먹는다.
14:00 휴식을 취하고
15:30 64번 절 마에카미지 착.
근처 이시즈치야마역 내에서 노숙할 생각으로 찾았다.
시간표를 보니 11시 42분까지 열차가 정차하는 걸로 돼 있어 아무래도 안정이 안 될 것 같아 잠시 고민하다 유노타니온센여관에서 숙박하기로.
스도마리 3,600엔에 온천욕,
한 방에 4개의 침대가 있는데 다행히 숙박객은 나 혼자라 개인실을 쓰는 것 같이 됐다.
여기로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첫날부터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잡혔고 약간의 피로가 온 듯했는데 온천욕에 피로가 싹 가신다.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 없음에도 자꾸만 생각나고 안타까와 하는데, 그게 다 소용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현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JR패스가 4일에 만 엔인데, 스쿠모에서 다카마츠공항까지가 9,500엔이나 되는 상황에서 JR패스가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미쳤다.
아내와 함께 열차를 탈 기회가 많을 것이기에 필요성이 더 커졌다.
하지만 구입처가 대도시 역에서만 있는 거라 반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 고치 역에서 내려 패스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게 영 개운하지 않아서 걸으면서도 계속 온전한 표를 못 끊는다는 게 걸리는 거였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건데도 말이다.
다행히 도중에 마츠야마를 들른다는 걸 뒤늦게나마 생각하게 돼 그나마 한숨을 돌리긴 했다.
잠시나마 온통 마음을 뺏긴 나의 태도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